비가 내리니 또 횡설수설합니다. ㅡ,.ㅡ
자전거의 종류
◆청자, 백자형
그야말로 소장자가 귀한 도자기를 다루듯
쥔장에게 소중하게 대접받는 자전거다.
기름때는 물론 먼지만 조금 앉아도 휴지나 헝겊으로
아주 꼼꼼하게 닦는다.
싱글을 탈 때 조금만 길이 험하면 들고 다닌다.
"얼래? 이 정도는 그냥 타실 수 있잖아요?"
"아녀, 그러다 넘어지면 자전거 망가져."
자전거 입장으로선 꽤 행복할 것이다. ^^
◆농기구형
대체로 오랜 경력의 라이더가 쥔장인 자전거가 이런 유형이다.
논을 갈고 난 쟁기나 쇠스랑처럼 거친 라이딩에 흙이 덕지덕지 붙었어도
"다음에 타다가 털털거리면 흙덩이들이 알아서 떨어지겠지'
하며 생각하는지 도무지 닦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꽃보다 자전거형
예쁘고 화려한 로고나 데칼로 줄기차게 치장하는 자전거.
아주 많이 꾸민 자전거는 얼핏 봐서 소속을 알 수 없을 정도.
◆창고 마네킹 형
전시장에서 퇴출당한 뒤 창고에 들어간,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쓸쓸한 표정의 마네킹을 연상시키는 자전거.
쥔장이 자전거에 흥미를 잃어 바깥바람을 거의 쐬지 못하고
베란다나 창고에서 녹이 슬고 먼지만 수북히 쌓이고 있는 자전거.
그나마 운이 좋은 녀석들은 이따금씩 자신의 존재를 떠올린 쥔장에게
먼지 제거 등의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십자수형
쥔장이 워낙 와일드해서 수시로 부품이 손상되거나
심지에 프레임에 크랙이 가는 자전거.
운도 참 없는 자전거다.
(십자수님 죄송.^^ 이렇게 웃어야 빨리 낫죠.)
◆백년해로형
워낙 오랜 세월을 함께한 탓에
쥔장과 거의 대화가 통할 정도의 자전거다.
이렇게 연륜이 깊은 자전거를 사실 좋아한다.
◆소박형
무기물과 인간, 그것도 인연이라고 쥔장을 만나지만
지름신에게서 헤어날 줄 모르는 쥔장의 바꿈질 탓에
첫날밤에 소박을 맞는 새신부처럼 안타깝게도 곧바로 팔려가는 자전거.
운이 아주 나쁜 녀석은 한 달 사이에 서너 번 쥔장이 바뀌기도 한다.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천보산에서)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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