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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Blue

구름선비2010.08.12 20:31조회 수 1027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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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비가 오는 것 같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찜통같은 더위로 어찌할 바를 모르던 요즘인데
쉬는 날 비가 오는 것도 감사하기는 해야겠지요.

쉬는 날이면 계획은 늘 있습니다.

오늘은 자동차 검사를 받고 가까운 곳이라도 자전거로 한 바퀴 도는 것이 계획이었습니다.

검사를 받으러 가면서 마누라를 동행하면 그 동안이라도
얘기를 나누면서 바람을 쐬게 하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엄청난 계획도 세웠습니다.

그러나 어찌어찌하다보니 자동차 검사를 받고
고향의 어머니께 가자고 합니다.

이래저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집에서 좀 먼 검사소로 갈려는 계획은 포기하고
어머니가 사시는 고향으로 가는 길에 있는 검사소를 들르기로하고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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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소에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이 종합검사라 검사 수수료가 오만원이 넘습니다.


접수를 하는 분이 묻습니다.

'천원을 디스카운트해서 오만원만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본인이 검사를 받으면 오만원만 내시면 되고, 대리 검사를 받으시려면 만 오천 원만 더 내시면 됩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저는 그냥 하겠습니다.'

전에 검사를 받아 본 바로는 별로 하는 일이 없는데 만오천 원을 더 내는 것은 어딘가
부당하고 비싸단 생각에서였습니다.

검사를 받는 차량이 몇 대 있어서 기다립니다.

검사소 직원이 차량을 검사받는 곳 앞으로 대고
먼저 검사를 받는 차량이 끝나면 다시 앞으로 이동시킵니다.

직원이 차량을 브레이크 검사를 하는 곳에 대고
리모컨으로 장비를 작동시키고 정지시키고….

 다시 차량을 앞으로 옮기고 라이트를 검사하고 정렬시키고 또 옮기고….

 '7402차주신가요?'
'예'
'운전석에 타시고 차를 앞으로 이동시키십니다. 천천히….'

'브레이크 검사를 할 건데 밟으라고 하면 세게 밟으세요.'
'떼시고!!'
'너무 늦게 떼셨습니다. 빨리 떼세요. 다시요!'

 

그렇게 전조등까지 점검을 마치고 이번에는 매연을 검사하게 됩니다.

 

'내리셔서 조수석에 타세요.'
'아까 매연을 터는 것을 보셨죠? 다시 한 번 털고 검사들어갑니다.'

전면에 팬을 설치하고 배기관엔 배기가스를 받아내는 시설 등을 하고는
운전석에서 가속페달을 최대까지 밟아댑니다.

고속, 중속, 저속에서의 검사를 마친 결과는 저속에서 매연 농도가 기준치 이상이랍니다.
기준이 30인데 41이 나왔습니다.
중속과 저속에서는 같은 30인데 10에서 20사이입니다.

'다음 달 2일 안에 재검사를 받으세요.'

'지난 번 검사때는 현장에서 다시 해 주시던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다음에 하겠습니다. 다른데서 해도 되죠?'

'네'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사설업체에서 하는 검사엔 무언가 있을 것 같은
의심이 들면서 전에 검사를 받았던 교통공단 검사소에서 받을 걸 그랬다는
괜한 후회도 됩니다.

차량을 몇 번 전진 후진 시키고 받는 돈이 만오천 원이라면
꽤나 많은 돈이란 생각이 듭니다.
혹여 그 돈을 받으면 검사가 쉬워지거나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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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떨어져 사는 어머니가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신의 성격이나 저의 성격이 같은지라 여태까지는 서로 피하면서 살았지만
이젠 기력이 쇠하고 생활에 힘이 드는지 점차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하십니다.

장남이지만 나와 내 자식들 생각은 많이 하면서
늙은 어머니를 위해서는 무엇을 했나 자책이 되기도 하고
형제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지금까지 꽤 바쁘게 살았고
당분간은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말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문제이기도합니다.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저의 어머니가 그 꼴입니다.

결혼해서 잘 사는 동생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동생들도 있어서
늘 노심초사하는 것,
그게 어머니를 더 늙게 하는 것 같습니다.

돌아와서
심심해서 똑딱이로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내 마음같이 사진에 우울함이 묻어납니다.

날씨가 그렇고 마음이 그렇고

사진까지 우울 투성이
내 마음은 'Blue'입니다. 

 

이름모를 꽃들
이제 여름이 인생처럼 지나가면 젊은 꽃들도 화려함과 이별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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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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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속에서 꽃은 일그러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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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이 덜 잡힌 다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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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종류만 무성한 것이 야쟈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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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화려했던 꽃,  시드는 것이 정해진 이치지만 슬픔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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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잎, 아열대에 서식하는 슴새도 발견된다는데 앞으로 이게 설마 정원수가 되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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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먹고 빗물젖은 접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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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늙음, 신세대와 구세대의 교체는 당연한 것인데도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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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낙점 되신거죠 하하.... (by ........) 살아돌아왔습니다. (by 호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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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추가로 만오천원 들었다면 아마도 합격했을것 같기도합니다

    세상사는 지혜가 별거 아닐때도 있죠

     

     

  • stom(스탐)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8.14 10:47 댓글추천 0비추천 0

    거기에 승복을 못하다 보니 ㅎㅎ
    오늘 검사를 마치고 왔습니다.
    매연이 쌓인 것을 털어내지 않아서 그렇다면서

    나중에 올 때는 공회전을 많이 해서 털어버리고 오랍니다.

    이번에 검사를 받은 곳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전번 검사를 받았던 곳에 갔더니 친절하고
    검사도 자신들이 알아서 해 주더군요.

    재검사 결과는 만족하게 나왔습니다.

  • 어젯밤에는 비가 그친 듯해서 석계역까지 다녀왔는데

    중간쯤 가려니 비가 내리더군요. 약간 서늘한 정도였습니다.

    어머님 이야기가 닿는군요.

     

    저는 아버님에 관한 글을 곧잘 쓰는데

    어머님에 관한 글이 좀체로 써지지 않습니다.

    너무 귀한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지기 때문입니다.

     

    건강하셔요. 선비님.

     

  • 靑竹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8.14 10:49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리고 보니 靑竹님이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없었네요.

    저는 저의 아버지가 저와 같은 나이에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만 계시니 글에 자주 등장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아름답지는 못해서
    가끔 아버지 생각을 하곤 합니다.

  • 정부가 운영하는 공단에서 하는 매연검사도 좀 문제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요. 구입한지 갓 2년이 넘은 경유차를 불합격시키고 나서는 직원 왈 "조오기 붙어 있는 대리검사업체에 부탁하면 불편 없이 바로 다시 할 수 있습니다."이었지요. 뭔가 구린 내가 나길래 몇 가지 근거를 대면서 다소 세게 항의했더니 가끔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면서 지금 바로 다시 검사를 해주겠다고 하대요.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지요. 법과 제도의 탈을 쓴 대도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매우 작은 부조리에 불과하지만 당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없을수록 좋지요. 

  • santa fe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8.14 10:51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그런 느낌이 싫어서 스스로 검사를 받기로 했던 것인데
    오늘 재검사를 본래 받던 곳에서 받으면서 보니
    사설업체에서 하는 검사라 그렇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받은 곳은 직원들도 친절하고
    검사 방법도 고객위주인 것 같아 편했습니다.

  • 저도 3~4개월전쯤인가 검사에 배기가스쪽에 걸렸었는데 산소센서쪽 문제같다며 다니는 카센타있으면

    가셔서 점검해보고 오라하더군요...점검결과 이상이라 교체하고 다시 받아서 통과한 경험은 있는데...

    아직 이 곳 울산은 그런 불미스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것 참 1만5천원이라...

    씁쓸하네요...씁쓸은 무슨색이 어울릴까요?

  • sarang1207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8.14 10:53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늘 검사에서 불합격하면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센터에 갈 생각을 하고 검사에 임했는데
    다행이 합격을 하였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일상이라
    그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좋게 생각해야 되는데 자꾸 그렇게 되네요.

  • 씁쓸과 어울리는 색은 몰라도 잎으로만 본다면... 라일락잎정도??? 너무 세게 붙였나?

    불합리한 면이지만 어떤 면에선 편리함이기도 하지요. 쓰긴 쓰지만...

    그렇다고 제가 그 편리함을 합리화 하거나 좇는다는 의미는 아님니다... 뭐 다 그러실테지만...

  • 십자수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8.14 10:55 댓글추천 0비추천 0

    결국은 시간을 더 들이고 합격했습니다.
    그게 만 오천원의 가치겠지요. ㅎㅎ

    십자수님 집으로 넘어가는 고개 밑에 있는 검사소에서 했는데
    거기가 친절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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