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를 찍는 마음은 언제나 똑같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기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해가 올라오는 순간 바빠진다는 것이다.
해란 것이 나오고 들어가는 속도가 공중에 있을 때와는 같지 않은 것이라서
그 빠름에 마음과 몸은 바빠지는 것이다.
새벽 다섯 시 이십 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동네를 자세히 모르는지라
조금 일찍 서둘러야 좋은 장소를 잡고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 바람은 시원하다.
다시마가 널려 있는 집,
잎이 떨어지고 사과만 잔뜩 매달린 집,
문이 열려있는 캠핑카를 뒤로하고
저쪽 그림이 될 만한 작은 섬에 주목하면서 바삐 걷는다.
벌써 낚시를 나온 사람들이 있고
장화를 신은 어부인 듯한 사람도 있어
새벽을 혼자 맞으리라는 상상은 깨졌다.
자리를 잡고 두리번거린다.
더 좋은 자리가 있나해서다.
뒤에 한 사람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분이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고급 필름카메라다.
옛날 그렇게 가지고 싶던 물건인데
과연 저 카메라는 자기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짧은 대화를 바닷바람에 날리며
눈은 계속 동쪽,
햇님이 떠 오를 방향만 바라보다가
두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해가 뜨네!!'
그러나 원하던 곳이 아닌 섬 오른쪽이다.
급히 자리를 옮기고 삼각대를 고정하고
구도를 잡고, 노출을 본다.
자신도 모르게 셔터를 눌러대고
이 중에서 한 장이라도 잘 된 사진이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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