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뿐만 아니라 자전거용 브레이크 패드에도 석면이 있는건 알고 있었지만...

 

베이비 파우더에 석면이 있는줄은 이번에 알았네요.

남은 베이비 파우더는 자전거 튜브에 바르는 용도로 소모시켜야 겠네요.

올여름 더워서 땀띠 때문에 외출전, 취침전 잔뜩 몸에 발랐는데...

 

이제부턴 페암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건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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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1일 국내에서 시판중인 베이비파우더에 1급 발암물질이 다량 들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한 방송사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민에게 알려졌다. 이른바 베이비파우더 석면탤크 파동으로 규정된 사건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갓난아이나 유아에게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한 경험이 있거나 사용중이었기 때문에 그 충격파는 매우 컸다. 이들에게는 노출된 뒤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뒤 석면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폐암이나 악성중피종과 같은 석면암의 경우 안전한 노출 기준치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다시 말해 한두 차례의 노출과 같은 적은 양이라도 운이 나쁘면 석면질환에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이런 지적에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적극적인 사람들은 곧바로 국가와 제조회사를 상대로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죄책감, 성장과정에서 발병할지 모를 질병에 대한 불안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베이비파우더 사용자에게 1인당 위자료 7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일련의 이들 소송에 대해서 잇따라 국가와 제조사에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단기간 소량 노출될 경우 발병률이 낮다”며 “규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에 배상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파우더 사용자의 질병이 의학적 근거로 입증되지 않은 이상 ‘상당기간 흐른 뒤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으로 인한 불안감’에 대한 배상은 인정할 수 없다”며 제조사를 상대로 한 청구도 기각했다.

재판부의 이런 결정은 외국의 판례 등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하고 과학적 사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한 부분도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3년 3월 노퍽앤드웨스턴 철도회사에 근무하다 석면폐증에 걸린 철도노동자 6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치명적 석면암에 걸릴 위험성에 대한 공포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정신적 피해 보상액 등 500만달러(60억원)의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 소송을 ‘다모클레스의 검’에 비유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석면암을 비유)이 자신의 머리(석면 노출자의 몸) 위에 있다는 것을 원고는 알고 있으며 이는 이미 석면폐에 걸린 사람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석면과 같은 발암물질의 경우 이론적으로는 단기간, 단 한 번의 노출로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석면의 위해성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누적노출기간이 아니라 누적노출량이다. 베이비파우더의 경우 1년 내내 또는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상당한 양의 석면에 노출됐다고 보아야 한다. 또 갓난아이나 어른들이 석면을 흡입할 가능성이 높은 행태로 베이비파우더는 사용된다.

국가가 베이비파우더의 석면 함유 규제를 게을리한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한국산 베이비파우더에 석면탤크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은 이미 필자의 저서 <조용한 시한폭탄, 석면공해>(1988, 녹원출판사)와 <침묵의 살인자, 석면>(2008, 한울)에 실려 있다. 정부나 기업체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도 예방이 가능한 사건이 베이비파우더 석면탤크 파동이었다.

발암물질은 똑같은 양이 인체에 들어가더라도 나이나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환경에 놓이더라도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날 수 있다. 베이비파우더 석면탤크 파동을 접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소송까지 낸 사람들은 그런 부류에 속할 것이다. 만약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심 재판이 있게 된다면 이런 점들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안종주 전국석면환경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