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전부터 아파트에 귀뚜라미가 살기 시작했습니다.
15층 짜리 아파트의 15층입니다.
유난히 모기가 없는 올해였기도 했고, 하루전에 드디어 첫 모기가 나타나 이틀째 사투중이긴 합니다.
(좀 전에 전기모기채에 뭔가 뿌지직 했는데...이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창밖으로 목동의제일 큰 빌딩(이름은 모릅니다)과 여의도 63빌딩이 발밑으로 보입니다.
서울 시내에 있는 왠만한 아파트로 따지만, 여기는 30층은 될겁니다.
그런데, 일주일전부터 베란다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습니다.
"자전거타~~자전거타...자~~전거타...자전거타...자전거...타...자~전거~~타~~~자전..."
뭐 이런식으로 울고 있습니다.
"살고 싶~~으.....자전거타....싶으면 자전거 타....살고 싶자~~~~~? 그럼타~~~"
계속 이딴 식의 음율도 있습니다.
가끔은
"산으로가....바다로가....술남았어?......짝찾아줘.....여긴워뎌~~~"
이러기도 합니다.
어쩔떄는 좌측 끝에서, 어쩔때는 중간쯤에서....우측으로는 안가는군요.
홀리바질(홀릭바질 아닙니다...) 과 로즈마리, 페퍼민트,백합에 취해서 온것일까요? 이 집에는 귀뚜라미를 유혹할만한 그 아무것도 없는데 왠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한 이후로 그 근처는 가지 않습니다. 이젠 시들어버려 씨앗을 품은 백합에 물주러 가기는 해야 하는데...음...
귀뚜라미를 직접 보거나 만지는것은 극도로 무서워 하지만(벌레를 워낙 싫어해서리.)
아무것도 먹을것도 없을텐데, 물만먹고 밤새도록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좀 더 "듣기만 하겠다!" 라는 심산이 더 크죠.
왜 15층 꼭대기 아파트 베란다에 귀뚜라미가 왔을까요?
루사같은 대형 태풍이 왔단면, 베란다의 세숫대야에 조그만 물고기가 살고 있는것 따위는 이해가 되는데,
얘들은 그런 애들이 아닌데요.
저놈의 쉐이는 몸이 쇳덩인가 봅니다. 밤새 비벼대고 있습니다. 일관되게.
싸나이임이 분명합니다.
15층 14층 13층....1층까지 통틀어 아마 지짝은 없을지도 모르는데, 죽어라고 비벼대고 있습니다.
세상아~~~~~~~~~~~나의 울음을 들어달라~~~~~~~~~~~~는 듯이 말이죠.
저는 저놈을 결코 인위적인 방법으로 풀밭에 옮겨줄 생각이 없습니다.
어? 그러고 보니, 귀뚜라미랑 저랑 '사리'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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