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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동생에게 자전거를 선물하다

靑竹2010.10.11 21:25조회 수 2887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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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형제 중 장남인 나와 막내동생과는 일곱 살 차이다. 지금도 막내를 생각하면 늘 아이 같지만 어려서는 꽤 큰 차이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제는 같이 늙어간다는 걸 실감한다. 두 달여 전에 막내가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어찌나 놀라고 무서웠던지 잠까지 설쳤다. "내가 먼저 아파야 되는데 왜 네게 그런 게 생겼다냐?" "뭔 소리야? 아이고, 큰형. 걱정 마. 별 거 아니라누만. 수술도 간단하대."

 

 

 ▲종중 소유의 논 몇 마지기에서 수확한 쌀 중, 우리 여덟 식구들이 먹을 수 있는 양은 고작 너댓 말에 불과했기에 일 년 중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시절은 고작 보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기에 어린 시절의 내겐 쌀밥이란 존재는 늘 각별해서 벼가 익어갈 때면 가슴이 뭉클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논길을 지나다 둑에 쭈그리고 앉아 묵묵히 회상에 잠기노라면 그 시절에 느꼈던 그 감흥이 어렴풋이나마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내게 막내는 늘 귀여움의 대상이자 자랑거리였다. 어려서 축구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을 무척이나 졸랐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막내의 소원을 들어 주지 못한 점이 늘 마음이 아팠다. 축구를 워낙 좋아해서 초등학교 시절엔 늘 유니폼을 입고 다녔다. 이따금 막내가 공을 차는 모습을 보았는데 정말 잘 찼다. 덕분에 허벅지는 쭈그려 앉기가 불편할 정도로 잘 발달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면서 운동을 등한시하더니 똥배가 불룩 나오더니만 마흔 중반에 암이라니... 

 

 

 

 

 

 

도로라이딩을 하고 싶어서 몇 달 전에 올마에 있는 부품을 하드테일로 이식했는데 풀샥이 너무 그리웠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은 중고 푸품들을 모아 몇 달 만에 풀샥을 겨우 꾸밀 수 있었다. 그런데 풀샥을 꾸며 집으로 가져온 날 마침 대전에서 상경한 막내가 집에 들렀다. "막내야, 마침 잘 왔다. 이 자전거가 내겐 좀 큰데 너 가져라" 하며 애지중지하던 풀샥을 막내 차에 실었다. 막내도 평소 운동량이 절대 부족했던 걸 절감했던지 환하게 웃으며 "이거 땡잡았네?" 하며 반겼다. 자전거가 실제로 내겐 좀 크기도 했지만 수술까지 한 막내의 건강이 염려되어 운동이 현대인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막내에게 누누히 강조하며 자전거타기를 권한 것이다.

 

 

 

 

 

 

"열심히 타고 있냐?" "응? 아직 힘이 좀 없어서 그렇지 꾸준히 타고 있어 형."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타. 그나저나 자전거타기가 재미는 있냐?" "응. 타 보니까 재미 있네." 다행이다. 뭐든지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이 바탕이 돼야 그 효과가 배가되는 걸 잘 아는 탓에 저으기 마음이 놓인다. 이따금씩 전화로 확인하는데 요즈음 꽤 열심히 타는 모양이다.

 

 

'막내야, 제발 건강해라. 화이팅."

 

 

 

 

 ▲논에도

 

 

 

 

 ▲뜨락에도

 

 

 

 

 

 ▲도로변에도 가을이 무성하다

 

 

 

 

 

 ▲프로싸이클로 입문한 젊은 친구와 나보다 열 살 위인 나의 친구(켈켈)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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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의 물맛 (by 산아지랑이) ok911님...잔차 바꾸시고 부품 남은거 없으신가여?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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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 이게 누구십니까?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반가움에 먼저 댓글부터 쓰고
    나중에 글은 볼랍니다.

    오래 기다렸는데
    잘 오셨습니다.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0.10.11 21:33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머님도 편찮으시고 막내까지 그렇다 보니

    마음이 좀 심란했습니다.

     

    구름선비님이 그리웠습니다.^^

     

  • 靑竹글쓴이
    2010.10.11 21:28 댓글추천 0비추천 0

    구름선비님, 스카이님, 사랑님. 염려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공연한 걱정을 끼쳐 드려서 죄송하기도 하네요.

    세 분 외 왈바의 모든 식구들께서도 모두 잘 지내고 계시죠?

     

  • 靑竹님께

    애~휴~33ㅠㅠ   그러하신 마음의 고초가 실로 크셨겠습니다.

    예전에 청죽님께서 막내동생을 끔찍히 사랑하셨던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마음의 충격이 많이 크셨겠어요.

     

    수술도 잘 되셨다니 다행이구요

    동생분께 좋으신 선물 해주셨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반가움에 가슴이 뭉클 해집니다.

    늘...건강 하시옵고 언제 시간 되시면 둘찌 사부님 샵에서 커피라도 한 잔 찌끄리시쥬...^^

  • 주는 즐거움은 받는 즐거움 보다 많이 크다 합니다.ㅋ

    건강 하시죠???

  • 산아지랑이님께
    靑竹글쓴이
    2010.10.11 21:39 댓글추천 0비추천 0

    자주 가는 샵에 들렀더니 십 분 전에 다녀가셨다더군요.

    아직도 이렇게 체포를 피하려는 걸 보면

    아직 버릴 걸 다 못 버린 모양입니다.

    죄송스럽기 그지없네요.

     

    조만간 다 털고 즐겁게 차 한 잔 나눌 날을 만들겠습니다.

  • 靑竹님께

    ㅋㅋ 그몇분을 많이 망설 였다는....ㅋ

  • 호수가로 살랑이는 바람같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돌아 오셨군요.

    나이가 들 수록, 주변에 서글픈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은 어쩔수 없는듯 합니다.

     

    열살 위 친구분, 티없는 웃음이 참 좋아 보입니다.

     

  • 탑돌이님께

    탑돌이님께서도 건강히 잘 지내시죠?    반갑습니다....이거 청죽님글에 안부인사 여쭈다니...ㅎ::

  • 제발 건강하십시요!!!

     

  •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

    반갑습니다. 갑장님^^*

  • 靑竹님의 글을 읽고 나면...먼가 복잡하게 뒤틀려있던 제 마음이

    다시금, 제자리로 찾아가는 듯합니다.

    맨날 인스턴트 커피만 홀짝이다가 간만에 진한 녹차한잔 머금은 듯한 느낌입니다.

    靑竹님도 금연성공하시고 오래오래 자전거 타셔야죠~  ^.,^b

     

  • 반갑습니다.

  • 청죽님

    이리 저리 맘고생이 많으셨군요

    갑상선 암이야

    대부분 수술로 완치되고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진행속도도 아주 느리니까

    크게 염려 안하셔도 될 겁니다

    힘내세요!!!

     

    조만간 다 털고 즐겁게 차한잔 마실날을 기다리겠습니다  ^^;;

     

  • 친하게 지내는 형님이 갑상선암 인데

    수술이 잘되어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선 암이라는  그 말에  형님이 그만 초죽음이 되더군요

     

    아우님께서도  꼭 건강을 되찾고  자전거도 열심히 타실겁니다 

    청죽님 ~~~

  • 靑竹글쓴이
    2010.10.14 01:36 댓글추천 0비추천 0

    쌀집잔차님, 탑돌이님, 홀릭님, 뽀스님,

    짧은다리님, 송현님, 목수님, 줌마님.

     

    모두 반갑고 감사합니다.

     

    다들 안녕히 지내셨는지요? 

  •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 주시네요...

     

    다 잘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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