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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살았다

靑竹2010.10.14 01:09조회 수 2419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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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 정취를 찾아 들판을 설렁설렁 헤메고 다닌다.

 

 

 

요즈음 입만 살았다.

 

저녁 무렵, 둑방길을 자전거로 지나노라니

엠티비 경력 12년째인 날 감히 부르는 소리가 있어 바라보니

경력이 나의 절반 정도인 6년여 되는 갑장 하나가

이제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두 분과 어울려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술을 마실 줄 모르지만 그나마 막걸리는 좀 예외다.

막걸리 한 잔을 받아 놓고 돼지껍데기 안주를 몇 점 먹는 사이에

초보자들에게 자전거에 대한 훈시를 늘어놓으시던 갑장께서

날 가리키며 젊은 친구들에게

 

"이 분이 청죽님이신데 내 스승이나 마찬가지시니 인사들 햐."

 

하는 것이 아닌가.

호암사에 오르려다 실패했다는 그분들에게

호암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석굴암을 역설하더니만

그 석굴암보다 훨씬 더 어려운 천보암에

여나므 번이나 간단하게 올라간 사람이라며

날 가리켜 진정한 고수라고 그만 침을 튀겨버리고 만 것이다.

 

같이 라이딩을 하며 자신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맛보여 준,

절대 고수인 줄 알았던 그 갑장님이 꼬리를 내리는 고수라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로군요"

 

하는 찬사와 함께

감탄어린 시선들이 갑자기 내게 날아들었다.

 

"난 청죽님과 같이 라이딩을 안 해."

 

"왜요?"

 

"여지껏 큰소리를 치고 살았는데

같이 탔다간 나의 레벨이바닥을 보이거든."

 

"와~ 청죽님. 정말이세요?"

 

 

'아이고, 이 친구가 어쩌려고 이러는 겨.'생각하다가

'엣다, 모르겠다'하며 내친 김에 한 술 더 뜨기로 작정했다.

 

"네, 어지간하면 같이 타는 걸 피하는 편이죠.

수준 차이가 심할 경우에 고수가 받는 스트레스가

결코 작은 게 아니거든요."

 

"우와, 청죽님."

 

그들의 감탄어린 시선들은 급기야 존경어린 시선으로 변해

적벽대전에서 볏단을 실은 제갈량의 선단에 무수히 쏟아지던

조조군의 화살처럼 허름한 몰골의 내게로 무수히 쏟아지는

감당키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능청스런 갑장은 고갤 숙이고 웃음을 참고 있었고.....

 

 

각설하고,

몇 년 전에 두 해 반 동안 금연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금연을 하게 된 동기가 어찌 보면 좀 우습긴 했다.

몸에 좋다는 걸 무시로 찾아서 먹고

일 주일이 멀다 하고 조금만 이상하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마누라에게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건강 검진을

도대체 왜 십 년이 넘도록 받지 않는 거유?"

 

하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무심한 내게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이 금연의 동기가 될 수 없었다.

솔직한 동기는 단지 천보암 업힐을 하고 싶어서였던 것이다.

결국 간절한 염원이었던 천보암 업힐이

금연으로 어느 순간 터진 호흡으로 인해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똑같은 동기가 다시 내게로 찾아온 것이다.

지금 천보암을 오르려면 숨이 가빠 오르지 못한다.

일년 반 이상을 하루 세 갑 이상을 피워댔으니

호흡이 터질 리 만무다.

 

우후죽순, 일취월장.

이제 초보인 그 젊은 친구들이 머잖아 호암사를 정복하고

석굴암까지 등정한 다음 분명 천보암에 도전할 날이 올 것이다.

제갈량의 위장 선단에 꽂혔던 십여 만 개의 조조군의 화살을

조조군을 궤멸하는 데 요긴하게 썼던 것처럼

분수를 모르고 거들먹거리며 고수 행세를 하다 무수히 맞은

감당키 어려운 그들의 존경어린 시선들을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금연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실 올해 천보산 싱글코스와 왕방산 임도를 종주하려 했는데

실천하지 못했는데 잘 됐다.ㅋㅋ

 

겨울이 오기 전에 한 번 실천해야겠다.

천보암에도 물론 올라가 보고.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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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ㅋㅋㅋ 큰 적(?)을 만나셨습니다.
    잘 된 일이네요. ^^;;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0.10.14 23:25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디 도망도 못 가고

    만날 것인데 이 참에 담배 끊고

    올라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낫겠쥬? ㅋㅋ

  • 몸과 마음을 추스릴 기회가 주어졌네요. ㅋㅋ

  • 뽀 스님께
    靑竹글쓴이
    2010.10.14 23:27 댓글추천 0비추천 0

    담배도 세 갑에서 한 갑,

    커피도 스무 잔에서 세 잔 이내로 확 줄이긴 했는데

    정말 끊어야겠습니다.

     

     

  • 한참 기다렸습니다. 청죽님의 글.

     

     

  • onbike님께
    靑竹글쓴이
    2010.10.14 23:28 댓글추천 0비추천 0

    반갑습니다. onbike님.

     

    요즘은 조선산 시리즈 안 올리십니까?

     

    건강하시죠?

  • 흐!! 요사이 저도 입으로만 자전거를  탄다는...

    ㅋㅋ천보,에서 왕방까지...

    이거이,,,

    부의금 준비 해야 겠습니다..

    삼가 조의를...튀자...33==에햄33 휘적휘적..잡던지 말던지..ㅋㅋ

  • 산아지랑이님께
    靑竹글쓴이
    2010.10.14 23:30 댓글추천 0비추천 0

    때는 바야흐로 아지랭이님이나 저나

    양기가 위로 솟아 입으로 몰리기 시작하는 시절,

    말로야 자전거로 안나푸르나인들 못 올라가겠나이까?

    죽긴 누가 죽는다고 그러십니까? 켈켈.

     

    어쨌거나 부의금은 주시면 접수 가능합니다.

    (잘 하면 팔자 고치것다.)

  • 점 점 더 청죽님을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해지시게 하기위한 갑장님의

    배려이자 비책으로 보입니다...^^

    이러실 때 일 수록 거듭 건강을 위한 청죽님 자신의 돌아보심과 노력이 필요하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남자들도 40대 중반이 되면 호르몬의 균형도 깨지고 유익한 호르몬의 분비가 덜 하거나

    분비장애도 일어난다 합니다.

    남자도 이 시기 부터 갱년기의 시작이라고 하네요.

    우리들 처럼 자전거를 열심히 타면 조금은 유지 되겠지만 완벽하게 갱년기를 격지 않을 수는 없다는군요.

    아무튼,

    이 기회에 건강을 다지시는 호기로 이용해 보시고 년 중 한 때를 정하시어 건강검진도

    받으시길 바랍니다.   늘 건강 하십시요...^^

  • eyeinthesky7님께
    靑竹글쓴이
    2010.10.14 23:34 댓글추천 0비추천 0

    염려 감사해유. 스카이님.

     

    일전에 올리신 글을 보니

    여기저기서 삐걱거리시는 것 같던데

    요즘은 많이 좋아지셨나요?

     

    저는 담배와 커피가 문제인데 스카이님께서는 아무래도

    술을 너무 좋아하시니 탈이실 것 같아요.

     

    우리 좀 더 자신을 돌보며 건강하게 살자고요.

  • 한동안 잠수 타신게~~~

    고수가 되시려고 발 버둥(???) 치셨나봅니다요  ㅋ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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