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콘서트7080과 국어선생님

구름선비2010.10.18 00:43조회 수 2540댓글 2

    • 글자 크기


감기에 걸린 듯 합니다.
머리가 띵하고 코가 약간 맹맹한 것이
감기의 전초 증상이 틀림없습니다.

운동복의 지퍼를 최대로 올려도 한기가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딸내미가 옮겨 준 듯 합니다.


낮에 잠을 잔 터라
또 잠이 들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한참을 음악을 듣다가 TV를 켰습니다.

콘서트7080이 나오더군요.

평소 자주 보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면
옛날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배철수의 진행도 좀 아날로그적이어서
나이는 좀 많지만 같은 세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많은 공감이 갑니다.

오늘 초대가수 중에는 윤연선이 있었습니다.

오래 간만에 보는 가수라서
얼굴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이 가수를 보면 선생님 생각이 납니다.
한창 사춘기때의 선생님,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제가 국어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김영랑'의 '모란이피기까지는'을 배우던 중이었는데
그 선생님은 몇 사람에게 그 시를 읽게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세 번째 였든가 그랬는데
아마 그 쪽에 소질이 좀 있었던 것인지
제가 읽은 '모란이피기까지는'이 가장 마음에 드셨던 모양입니다.

책을 읽고 앉은 나에게 다가와서 어깨를 다독여 주셨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그 사건 이후로 시를 읽는 것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연예인 가정의 분이었는데
저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분의 모습은
모딜리아니의 그림 속 여자같은 분위기입니다.
음성도 생각이 나지 않는데 자꾸 박인희의 목소리로 기억이됩니다.

학교를 졸업할 즈음
'목마와 숙녀'라는 시가 한창 인기가 있었는데
그 때 박인희의 음성과 선생님의 음성,
모딜리아니의 여인이 겹쳐지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오빠는 배우 윤양하였고,
동생은 아까 노래를 부르던 윤연선이었습니다.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지금 같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가끔 동생 윤연선에 대해서 묻곤 했던 것 같은데
선생님은 그냥 미소만 지으실 뿐
자세한 얘기를 하신 기억은 없습니다.

몸이 상당히 약하셨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 쯤 결혼을 하셨는지
어떤 이유인지
우리의 졸업앨범엔 그 분의 사진이 없습니다.

사춘기 시골 소년이 보기엔
천사와 같은 분이셨고 나중에 나도 어른이 되면 저런 여인과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동경을 하게 했던 분!!

언제인지 그 분에 대한 생각이 나서
찾아 보니 외국에 이민을 가신 것으로 나와있었고
그 이후로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일인데
윤연선씨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감미롭습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봅니다.
7080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어려웠지만 순수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그 생각에서 좀처럼 떠날 수 없으니말입니다.

지금도 아직 콘서트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밤은 쉬 잠들지 못할게 뻔하고
감기로 인한 몽롱함과 더불어
봄철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옛날의 기억을 더듬겠습니다.
 
선생님 어디계세요?

사진은 예전에 찍은 것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 글자 크기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by 목수) (by stom(스탐))

댓글 달기

댓글 2
  • 중고등학생 시절, 선생님과의 추억...75년인가 어느 비오는 날 등교길에서 마침 우산이 없어 그냥 비를 촉촉히 맞고 교문에 들어 서려는데, 선생님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우리 기택이 꽤나 센치한 걸?"하시면서 우산을 받쳐 주셨는데...그 이후로 그 선생님을 .... 그 선생님 또한 국어 선생님이셨습니다.  소중한 추억을 불러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는...

     

    중1 중2 중3 고1 고2 까지 전부 여자 선생님이셨습니다...

     

    전 남자 선생님을 원했습니다...ㅠ.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8
184624 슈퍼스타K 보느라2 구름선비 2010.10.23 2600
184623 가을앓이6 靑竹 2010.10.22 2253
184622 회원 여러분들이 밑거름이 되어주세요4 c1318 2010.10.22 2144
184621 길 치러 가기10 구름선비 2010.10.21 2161
184620 중고장터에 다시 안전거래 기능을 도입하려는데1 Bikeholic 2010.10.20 2535
184619 조금은 돌아서 가려합니다.TT32 십자수 2010.10.20 3870
184618 Evenescence5 탑돌이 2010.10.20 2499
184617 양평 중원산7 산아지랑이 2010.10.19 2291
184616 게시판 엔진 업데이트/한글 아이디 로그인되시나요?6 Bikeholic 2010.10.19 2515
184615 혹시 이런 브레끼 만져보신분...ㅠㅠ rampkiss 2010.10.19 2163
184614 자나깨나 차조심.6 호타루 2010.10.19 2322
184613 회원님들 되팔이가 괜찮은건가여...3 nilsu 2010.10.18 2538
184612 강진 서기산 MTB 대회3 송현 2010.10.18 2487
184611 헬맷 머리고정장치...?1 jguklee 2010.10.18 2481
184610 안타까운 사고 소식입니다. 회원 여러분들도 조심하세요.4 bycaad 2010.10.18 3004
184609 백홉니다...2 仁者樂山 2010.10.18 2397
184608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목수 2010.10.18 1885
콘서트7080과 국어선생님2 구름선비 2010.10.18 2540
184606 2 stom(스탐) 2010.10.17 2332
184605 다시.. 게릴라 2010.10.17 1839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