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가을이 아쉽습니다.
지난 번 쉬는 날 직원 동원으로 인해 운악산 산행이 물거품이 되었는데
가을 전체를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이 가득합니다.
작년,
운악산에 단풍을 찍으러 갔는데
나도 모르게 카메라의 설정이 바뀌어서
사진을 버린 후로 올해엔 꼭 다시 가서
좋은 사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생활 반경이 작다보니
멀리 갈 수는 없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운악산의 예에서 처럼
집착이 강해졌나봅니다.
이렇다할 운동도 하지 않고
손에 쥐어 진 스마트패드와 씨름을 하느라
요즘의 내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적게나마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두 번의 비번날 자주 다니는 싱글을 오래간만에 타 봤는데
지난 여름 폭우로 인해 망가진 싱글은 이미 겁먹은 저의 가슴을 졸이게 했습니다.
오늘은 팔당에나 다녀와야겠다고 나갔습니다.
물 한 병과 잔돈 조금, 똑딱이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봄 가을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니
아쉬운대로 사진이라도 찍어보리라.
야산은 아직도 푸르른 것이 다급한 저의 마음을 누그려뜨려 줍니다.
덕소의 둔치를 지나서 팔당까지 갔다가 미음나루를 통과해서 집에 오는 코스입니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꽃이 피기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지기 직전입니다.
역광에 빛나는 억새의 모습
팔당대교와 검단산이 보입니다.
동호인들도 많네요.
90년대 초, 건설당시 무너진 불명예를 지고 있는 팔당대교
대부분의 풀들이 서리를 맞아 시들었지만 아직 살아있는 산국
저너머 하남의 아파트 숲,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멀지 않은 팔당이 좋습니다.
지난 여름 폭우에 가득찼던 한강의 수량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이곳의 흐름은 치열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강물도 인생 같아서 지난 여름은 끓어 오르는 청춘이었다가 지금은 침착한 중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러 여길 옵니다.
강변이 주는 편안함, 고요함
그 속에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좋습니다.
흐름이 강한 곳엔 물고기도 많은가 봅니다.
오리종류의 새들이 자맥질을 하고 있습니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댐 밑에 자리를 잡았으니 수입이 보장되는 여유로운 사람과 같을겁니다.
멀리 인수봉이 꿈 속인 듯 편안하게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강변이 가까울수록 하루살이도 많습니다.
고유의 강 냄새가 어쩌다 들여마신 하루살이의 냄새를 닮았더군요.
열심히 물 속으로 곤두박히는 모습을 보느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풍경을 오늘은 이만 봐야겠습니다.
수면을 덮은 안개,
이 시간에 오지 않았으면 이런 안개를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 한 군데서 보았다면 다양한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안개의 비밀스런 모습을 다 봤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해가 아차산 쪽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동서로 꾸며진 자전거 도로는 저녁 햇빛을 받아 황홀하게 반사를 합니다.
길이 거울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부인지, 연인인지
아니면 그냥 동호인끼리인지 모르지만 남녀 한 쌍의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아빠를 따라 온 아이도 활개짓을 하면서 걷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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