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술을 좋아하는 갑장 하나가 등산을 갔다가 능이버섯을 몇 킬로그램이나 땄다고 자랑을 했다.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지만 식당에 가서 버섯 요리가 나와도 그냥 먹는 거려니 하면서 별 생각 없이 먹을 줄만 알았지 버섯 종류를 구별할 줄도 모른다. 그런데 능이버섯이 상당히 귀한 거라기에 심통이 난 척,
"아니, 이 사람이 남의 산에 허락도 없이 들어가서 거덜을 내네?"
"엉? 그게 자네 산인가?"
"여름에 내가 사 놓은 걸 모르나?"
"어디까지 샀는데?"
"그건 왜? 매표소까지 샀는데?"
"흐흐..다행이네. 이건 매표소 위에 치여.(충청도 사투리) 왜 사는 김에 다 사지 매표소까지만 샀는감?"
"요즘 경기도 그렇고 내 처지에 어디 그걸 다 살 형편인가?"
"핫핫핫."
둘이서 아주 능청스럽게 너스레를 떨고 있으려니 주위에서 듣는 사람들이 내가 실제로 산 주인인 줄 알겠다. 아무튼 말은 그랬어도 버섯은 별로 탐이 나지 않았는데 그 친구 집에 들렀더니 강원도 물 맑은 개천에서 낚시로 잡은 거라며 민물고기 한 보따리를 준다. 인간이 물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체질이다 보니 횡재였지만 짐짓 손해라도 보는 양 받았다.
냉동실에 스무날 정도 얼려 놓았다가 고산님을 불렀다. 매운탕 요리라면 어지간한 식당 주인보다 솜씨가 좋기도 하거니와 얼굴을 본 지 오래라 겸사겸사 오십사 불렀다. 물고기의 양이 많아 매운탕도 끓이고 조림도 만들었는데 꿀맛이다. 식성이 고산님이나 나나 비슷해서 먹거리를 선택할 때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법이 없다.오랜만에 자전거를 끌고 노고산 임도를 탔다. 깊어가는 가을의 숲은 불타는 듯 단풍이 짙었다. 가을이 좋았고 울긋불긋한 단풍이 좋았고 조금 쓸쓸한 듯했지만 산중에 부는 바람이 좋았고 벗이 좋았던 하루였다.
가을이 간다.
ps.
마음의 짐 하나를 홀가분하게 벗게 되어
좀 여유가 생기게 됐습니다.
이제 예전처럼 시앙쥐 풀방구리 드나들듯
왈바에 들어올 것도 같습니다.
다들 무탈하셨는지요?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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