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렸다?
자전거를 타면서 일행들 사진을 찍어 주는 찍사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뒷모습 한 장 찍느라 벌어진 거리를 좁히자니 죽을 맛이다. 예전에 즐겨 다니던 왕방산 임도였는데 마지막으로 갔던 게 3년 전인가 4년 전인가, 아무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당시 배수로 작업을 하느라 군데군데 온통 파헤쳐진 모습을 보면서 그 구간들에 콘크리트로 포장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실망했는데 오늘 가 보니 오해였다. 경사가 심해 토사가 쓸려 내려갈 우려가 있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예전처럼 대부분 흙길이었다. 어디 콘크리트길의 정취가 흙길만 하랴.
간밤에 잠을 못 자서 비몽사몽이었지만 어깨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갑장님을 감안할 때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따라다니기 벅차다. 헥헥헥.
가을답지 않게 날씨는 습했고 오후가 되니 하늘마저 잔뜩 찌푸렸다. 시나부로 달리노라니 을씨년스러운 가을바람이 사위를 울리며 불어댄다. 활엽이 떨어져 나간 마른 가지들은 윙윙거렸고 아직 지지 않은 활엽들과 억새들은 '솨아아'하는 파도소리를 냈다. 바람 소리는 내게 늘 각별하다. 특히 늦가을 무렵의 산중에 부는 바람 소리는 까닭모를 외로움과 그리움은 물론이고 윤회하는 자연에 대한 외경심까지 들게 만든다.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를 파하면 집으로 돌아가 책보를 툇마루에 휙 던지고 낫 한 자루 들고 서당골에 있는 다락논으로 식구들을 찾아 꽤 오래 숲길을 걸을 때면 꼭 이런 바람이 불었다. 당시엔 바람소리가 무척이나 을씨년스럽게 느껴졌고 웅웅거리는 그 바람소리들이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 초로에 접어들기 시작하니 그 시절이 사무치도록 그립기만 하다. 가을이 왕방산을 훑으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
▲꾸역꾸역 갑장님을 따라가다 지쳤는데 쉬는 장소에 먼저 도착하셔서 한가하기 이를데 없어 보이는 鼻孔(비공:콧구멍) 굴착 작업으로 내 기를 죽이시는도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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