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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놈요?

靑竹2010.11.17 19:11조회 수 1571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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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구박이 심하던 영감쟁이가 박을 따러 지붕에 올라가서도 지천이 심한고로 심통이 잔뜩 난 할마시께서 그만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밖으로 내빼다 사립문 밖 골목에서 처가에 오던 사위놈과 마주쳤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영감께서 어찌어찌 어렵게 지붕에서 내려와 할마시를 잡으러 달음박질로 사립문을 나서다 그 사위놈과 마주쳤다. "이 뇬 어디 갔지?"하는 장인의 말쌈에 미루어 짐작해서 번히 알 만한 사위놈, "어떤 뇬요?" 하더란다.

 

 

 

 

 

 

▲삶의 흔적

 

 

 

 

각설하고,

서울에 사는 열 살 위인 자칭 내 친구라는 논네가 어찌나 빨리 달려왔는지 유니폼이 땀에 흠뻑 젖었다. 내 자전거를 발로 툭 차면서 샵으로 들어오신다. 짐짓 못 본 체하며 샵 쥔장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사람들은 무식해서 남의 자전거가 얼마나 비싼 건지도 모르나 봐요."

 

영감, 뒤에서 불그락푸르락 노려보신다.

손으로 짜면 주르륵 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유니폼을 벗어 난롯불에 말리신다. 그러시거나 말거나 쥔장과 계속 이야기를 한다.

 

"자전거 관련법에 문제가 많은 것 같지 않아요?"

 

"뭐가요?"

 

"영감태기들은 최고속도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야 된다고 봐요."

 

"최저속도가 아니고요?"

 

드디어 친구(켈켈)의 매서운 눈초리가 날아오는가 싶더니

 

"거 듣는 놈도 생각해 줘야지, 너무들 하시네."

 

"네? 어떤 놈이 듣는다고 그러십니까?"

 

"저 인간이..확!!!"

 

"푸하핫"

 

"큭큭큭"

 

 

아무튼 계절 불문, 날씨 불문하고 자전거를 타시는 게 나랑 가장 닮으신 분인데 뒤를 따르다 젊은 내가 몇 번 퍼진 기억이 있는지라 같이 어딜 가자고 하면 겁부터 더럭 난다. 기껏해야 청량리까지 돌아가는 그 냥반을 배웅한답시고 터덜터덜 저속 라이딩으로 이야기하며 방학동까지 같이 라이딩하는 일이 종종 있을 뿐이다. 매 해 그랬듯이 자전거 타기를 대체로 꺼려하는 혹한기에 가장 자주 조우할 분이기도 하다. 이 분의 변함없이 씩씩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은 내게 항상 희망과 용기를 준다. 

 

 

친구여, 아프지 말고 건강하소.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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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서두의 비유와 말미의 현실이 딱 맞아 떨어지게 묘사를 하셨군요..ㅎㅎㅎ

    나이를 먹어가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죠.   편안하신 밤 되십시요...^^

  • eyeinthesky7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8 20:42 댓글추천 0비추천 0

    때로 친구는 나이 차를 불문하기도 합니다.

     

    스카이님께서도 꽤 괜찮은 친구분이 계시죠?

     

    (산....뭐더라?)

  • 그런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구름선비님께

    저두 추가요...^.,^;;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8 20: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점잖으신 선비님께서

    어쩐지 외로우신 듯합니다.

     

    아파트 울타리를 둘러싼 나무들의 잎이 찬바람에 며칠 만에 다 져버리고 나니

    갑자기 시계가 확 트여 어리둥절합니다.

    언제 백봉산에 갈 때 한 번 찾아 뵙지요.

     

  • 靑竹글쓴이
    2010.11.18 20:46 댓글추천 0비추천 0

    짧은다리님께서 저를 잘 아시는 분 같기도 하고.ㅎㅎㅎ

     

    자전거 열심히 타시죠? 반갑습니다.^^

  • 靑竹님께

    ㅎㅎ..왈바에서 靑竹님 얼굴 모르면 간첩아닌가요 ?

     

  • 성질 급한사람은 주먹부터 날라가겠습니다. 그래도 10살 위인 사람한테 그런농담은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농담을 한 사람에게 10살 아랫사람이 똑같이 농담을 하였을 때 당신은 받아줄 준비가 되었는지 의심스럽네요.

    글을 읽고 좀...불쾌합니다.

  • 바이크마운틴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9 16:32 댓글추천 0비추천 0

    이거 읽으시고 불쾌하셨다니 매우 죄송합니다.

     

    평소 깎듯이 대하는 형님이시니 그렇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보시는 관점에 따라 불쾌할 수도 있으니 앞으로 글쓸 때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참고로 제 경우, 평소의 친분관계나 악의가 없는 등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이보다 심한 경우도 웃어넘깁니다. 

     

    살다 보면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사람이

    눈앞에서  '형님'이란 호칭을 쉽게 쓰면서 깎듯이 대하면서도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고 험담을 하는 경우가 어쩌다 있는데

    그런 허례나 위선보다는 이 편이 훨씬 좋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조금이라도 진지하고 정색하는 분위기였다면  이만저만한 불경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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