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창 사진에 빠져있을 때(건겅건성이었지만) 얻어 들은 이 말은
유명한 까르띠에 브레송이 책의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일종의 유행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때 쯤에 열화당 문고에서 발행하였던 그의 사진이 담긴 책들을 이웃 친구에게 빌어주었는데
그 사람의 관리소홀로 잃어버리고 지금은 그냥 그런 책이 있었다는 것만 생각이 나네요.
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산악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적당한 시기, 적당한 장소에 무거운 장비를 잔뜩 지고 들어가서
며칠씩 야영을 하면서 때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적당한 시기에 비가오는 등 날씨가 좋지않거나
여러가지 요소가 맞지 않으면 다음 해를 기약하고 포기한다고….
필름 대 여섯 통 가지고 가서 작품을 건지겠다며 발악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과는
시작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고 장비나 시간 등으로 볼 때
그 분들의 사진이 더 좋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어제는 올해들어서 처음으로 많은 눈이 온다는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눈발이 날려서 꽤 많은 눈이 올 것이란 기대를 갖고
가까운 곳에서 설경을 찍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산에 올라갔습니다.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니 산에 도착할 때 쯤에는 눈이그치기를 기대하면서 ….
춥고 배고파서 내려올 즈음에 눈발이 좀 날리다가 그치고
저녁때가 되어서 눈이 조금 왔습니다.
언젠가는 시간이 많아지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결정적 순간'을 기다릴 때가 오겠지요.
천마산 중턱,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좋은 곳이지만 지금은 황량하다.
능선의 소나무들은 모진 비바람에 단련되어서 구불구불한 분재와 같은 모습이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호인이다. 이 젊은이들에게 얻어 마신 막걸리와 코코아 맛이 일품이었다. 이런 사진으로 보답이 되지 않을~~
눈보라가 눈을 보러갔던 마음을 움츠리게하고 발길을 재촉하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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