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어머니가 키우시던 천사의나팔 한 분을 가져왔습니다.
사는 곳이 아파트 13층이다보니 일조량이 부족했는지 잎이 나고 떨어지기를 계속하고
약 보름 전에는 진딧물 같은 작은 것들이 보이면서 거의 모든 잎이 한꺼번에 떨어지더니
세 개의 가지 중에 하나에만 조금 남게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잎이 떨어지고 해충까지 생긴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살충제를 사다 뿌려 주었지만
작은 진딧물 같은 것은 끄떡도 않아 전전긍긍하던 차인데
잎사귀 사이에서 꽃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 즈음으로 나날이 그 크기를 키우는 것을 보고
대견한 마음이었습니다.
총 다섯개의 꽃대였는데 세 개는 크고 두 개는 작게 차이를 두고 나왔죠.
진딧물 같은 해충은 계속해서 거미줄 같은 것을 치고 거기서 오골오골 매달려 살면서
새로 나는 잎을 떨구게 했습니다.
이 해충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여름에 쓰던 모기를 없애는 살충제를 딴에는 꽃을 보호한다며
휴지로 가리고 뿌렸는데 그 서슬인지 해충 때문인지 작은 꽃 두 개는 시들어서 떨어지고 말았고
작은 잎사귀도 말라서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괜한 짓을 해서 꽃을 보지 못하고 실패하나보다 했더니
그 나쁜 환경에서도 세 개의 꽃은 나날이 자라더니 이틀 전 한 개가 피더니
오늘은 두 번째 꽃이 피었습니다.
엊그제는 향기가 그리 강하지는 못하더니 오늘은 두 개의 꽃에서 나온 향기가
온 거실에 가득합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니 이 꽃도 멀리서 볼 때와는 다르게 예쁜 구석이 있습니다.
광선 상태는 좋지 못하지만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후래쉬 촬영은 엄청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후래쉬를 켭니다.
단순한 것 같은 꽃이라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작은 기하들의 집합체입니다.
이 꽃의 특징은 아래를 향하는 긴 나팔 모양인데 이걸 아래서 찍어보고 싶습니다.
신문을 모아놓은 것을 가져다가 벼개삼아서 베고 꽃을 쳐다봅니다.
꽃 향기가 한층 강하게 코를 자극하고
짧은 시간이라도 꽃 향기에 취해서 셔터를 몇 번 누릅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콧속과 폐속에 가득한 향기로 몽롱하단 생각이 듭니다.
내일은 햇빛이 비치는 상태에서 제대로 한 번 찍어 봐야겠습니다.
맨 왼쪽의 노란 색깔이 첫째, 가운데가 둘째, 우측 위가 셋째다.
천사의 나팔의 특징은 마법사모자같은 나팔 모양
밑에서 쳐다보면 또 다른 모습
엊그제 찍은 '아부틸론'은 찬조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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