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이 두툼한 날 보면서 아이들은 곰발이라며 배꼽을 쥐고 웃곤 한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 때문에 행여라도 내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요즘은 차도를 이용하는 법이 없이 인도로 조심조심 자전거를 달리곤 한다.
그런데 엊그제 사단이 났다. 일이 있어 어머니께 가는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조바심이 나서 요즘 안 다니던 차도로 내려가 속도를 좀 냈는데 골목길로 좌회전하려던 차량운전자가 자전거로 달려오는 날 못 봤단다.느닷없이 좌회전으로 들어온 승용차의 옆구리를 그대로 들이받았는데 왼발이 승용차 뒷바퀴 밑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텅' 소리를 내며 승용차가 발등을 밟고 넘는 소리를 들으며 '아, 큰일 났구나. 내가 다치면 안 되는데.'하는 걱정이 머리를 스치면서 그대로 도로에 나동그라졌다.운전자가 허겁지겁 달려와 날 일으켜 준다.
엠티비를 타는 사람들이 대개가 그렇듯 나도 평소에 넘어지거나 사고라도 나면 벌떡 일어나 자전거부터 살피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어머니 걱정이 머리속에 가득해서였는지 차가 밟고 넘어간 나의 발등부터 살폈다. 멍이 든 것 같은데 일어나 조심조심 걸어 봤더니 통증도 없고 움직일 만하다.전화로 아이들을 불렀는데 아들놈과 딸애가 번개같이 뛰어나왔다.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 보니 뼈에는 이상이 없단다.그래도 근육조직 손상이 염려되니 보름 정도 입원할 것을 권한다."지금 제가 입원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했더니 매일 통원해서 물리치료를 받고 처방약을 받아가라고 했다.차량 운전자는 옆에서 좌불안석, 계속 어쩔줄을 모른다.
"너무 걱정 마세요. 서로 부주의했던 데다가 서로 운이 없었던 거지."
형제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입원해야 된다고 했지만 나중에 물리치료비와 약값 정도만 보내라고 이른 뒤에 가해자를 보냈다.미안하고 감사하다며 그 친구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하고 갔는데 확실히 경험자들의 말이 맞긴 맞나 보다. 이틑날부터 심한 건 아니지만 안 아프던 허리도 아프고 왼쪽 무릎에 통증이 느껴져 구부리고 펼 때마다 조금 불편하다.가해자의 사정을 듣다 보니 그도 좀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이던데 그냥 이러다 낫겠지 하면서 내색하지 말기로 했다.
'만약 발이 3cm 정도 더 바퀴 밑으로 들어가 발목 부위를 차가 넘었다면'
'만약 발등에 바퀴가 올라갔을 때 운전자의 반응이 빨라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니 이 정도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를 잘 안다. 이번의 사고가 앞으로 좀 찬찬하고 조심하라는 하늘의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이번 사고로 별명을 하나 더 얻었다.내 발이 곰발이라 놀리던 아이들이 차가 밟고 넘어도 끄덕없다고 터미네이터발이란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통뼈인 게 영화에서 보던 터미네이터의 발과 닮긴 닮았다.ㅋㅋ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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