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갈퀴

kdblaw2011.03.05 23:29조회 수 997댓글 7

    • 글자 크기


흙도 가려울 때가 있다 

씨앗이 썩어 싹이 되어 솟고 

여린 뿌리 칭얼대며 품속 파고들 때 

흙은 못 견디게 가려워 실실 웃으며 

떡고물 같은 먼지 피워올리는 것이다

 눈밝은 농부라면 그걸 금세 알아차리고

 헛청에서 낮잠이나 퍼질러 자는 갈퀴 깨워

 흙의 등이고 겨드랑이고 아랫도리고 장딴지고

 슬슬 제 살처럼 긁어주고 있을 것이다

 또 그걸 알고 으쓱으쓱 우쭐우쭐 맨머리 새싹은

 갓 입학한 어린애들처럼 재잘대며 자랄 것이다

 가려울 때를 알아 긁어주는 마음처럼

 애틋한 사랑 어디 있을까

 갈퀴를 만나 진저리치는 저 살들의 환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사는 동안 가려워 갈퀴를 부른다

 (이재무)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7
  • 참을 수 없는 제 존재의 가려움에 단비를 내려주는 한편의 시 감사합니다.

     

     

  • 봄이 시작되면 마늘 밭에 불을 놓고 갈퀴로 긁던 생각이납니다.
    북쪽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맛갈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 땅에 대한 깊은 성찰이 물씬 풍기는

    뛰어난 서정성에 감동받습니다.

  • 이래서 시인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 kdblaw글쓴이
    2011.3.6 21:57 댓글추천 0비추천 0

    뻔히 겪는, 늘상 해오던 그런 류인데도

    자구 하나마다 어찌 그리 아름다운 표현을 뽑아내는지 참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 우리들 삶이 항상 접하고 있는 일인데 그 느낌을 이렇게 글로 만들 수 있다는... 아니 그런 능력을 가진 시인들은 참...

     

    훈빠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박상진 형님 고운 글 고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2894
7499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alms 2005.04.18 279
7499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쟁이 2003.05.22 171
7499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003.05.22 165
7499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kaon 2003.05.22 157
7499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靑竹 2005.08.18 222
7499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002.06.05 240
7499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002.06.06 168
7499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aramzon 2003.05.22 142
7499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atboy 2003.05.22 183
7499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002.06.11 297
7498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구바 2003.05.22 169
7498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sy 2003.05.22 144
7498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퀵실버 2003.05.22 140
7498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Tomac 2003.05.22 170
7498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ane50 2003.05.22 156
7498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002.02.08 139
7498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슬바 2003.05.23 163
7498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lim 2003.05.23 165
7498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m@dbike 2002.11.27 140
7498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퀵실버 2002.11.27 166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