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전거는 나의 벗

靑竹2011.03.06 20:14조회 수 1830댓글 19

    • 글자 크기


꽤 쓸 만한 올마운틴이 갑작 눈에 들었다.

즐겨 타던 올마운틴을 막내동생에게 주고 난 뒤로

원체 풀샥의 느낌을 좋아하는지라

아삼삼 그리움에 늘 하나 장만하고 싶던 참이었다.

 

 

 

문제는 돈이라 며칠 고민을 하다.

 

 

'모자란 돈은 크로몰리를 팔아서 마련할까?'

 

 

 

그러나 십 년 넘게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내가 타던 자전거나 부품들, 혹은 용품들을

중고시장에 내어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냥 준 적은 몇 차례 되지만..

 

 

쓰던 물건에 대한 남다른 애착 탓일 게다.

 

 

자전거와 고락을 오래하다 보면

비록 자전거가 생명이 없는 고철덩어리지만

함께한 추억들을 불어넣어 뉴런을 꾸미고

흘린 땀방울을 적셔 스냅시스를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으니

자전거는 어느 순간에 나의 벗이 된다.

 

 

한 가설을 빌자면,

무에서 시작된 최초의 빅뱅으로 인하여

온 우주 공간이 플러스 물질과 마이너스 물질로 채워졌단다.

이 두 물질이 합쳐지면 다시 무(無)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무상(無相),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한 포기의 들풀이나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보다

내가 더 가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이 없는 데다가

초자연, 혹은 신의 영역을 감히 범접할 수 없기에

관념의 막연한 운용으로 내가 타던 자전거를

그냥 편히 친한 벗이라 여기며 어울려 쏘다니는 것이다.

 

 

처분하려고 잠시 먹었던 마음을 떨치고

나중을 기약하다.

 

 

봄기운에 땅밑이 웅성거리린다.

 

 

 

 

 

 

▲'잠시의 변심을 이 녀석이 눈치채지나 않았을까?'

 

 

 

 

 

 

 

자전거가 좋다

 

 

 

 





    • 글자 크기
연장 근무(어제/ 오늘) (by 십자수) 어느 부인의 9일간의 기도 (by kdblaw)

댓글 달기

댓글 19
  • 쟤도 홀로서기를 할려는걸보니 아마 눈치챈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 쌀집잔차님께
    靑竹글쓴이
    2011.3.6 20:47 댓글추천 0비추천 0

    흐미~

    쌀집님 반갑습니다.

    그간 무탈하게 지내셨는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이소.

  • 지르시면 속이 편안하실 겁니다.

    짧은 인생 담아두면 속 상하십니다. ^^

    저는 청죽님과 거꾸로

    요새 직장에 몇 후배들이 제 영향으로 엠티비들을 구매하는 바람에

    로드차로 데리고 다니려니 갸들이 죽을 판이고

    올마차로 데리고 다니려니 제가 죽을판이라 올마 처분하고 하드테일 하나 꾸밀까 고민중입니다.ㅜ,.ㅜ

  • 훈이아빠님께
    靑竹글쓴이
    2011.3.9 18:19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러시겠네요.ㅎㅎ

     

    제 경우는 주로 홀로라이딩에 유유자적 다녀

     '경쟁'이란 요소가 빠지니 올마도 상관없습니다.

    풀샥의 맛을 오롯이 즐기는 편입니다.

     

    오랫만에 뵙습니다.늘 건강하세요.

  • 항상 청죽님의 좋은글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네요.

    언젠가 먼훗날이라도 시간이 된다면

    한번 만나고 싶은 왈바 아이디중 한분이십니다.

    골목길 어귀에 작은 슈퍼 앞 플라스틱 탁자에 앉아 자전거 옆에 기대어놓고

    바람에 날리는 먼지를 안주삼아 거품나는 맥주라도 한잔 하는 날이 오겠지요...  

  • 천재소년님께
    靑竹글쓴이
    2011.3.9 18:22 댓글추천 0비추천 0

    천재소년님. 반갑습니다.

    변변치 못한 위인을 그렇게 보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전거란 메커니즘에 관한 천재소년님의 날카로운 시각의 글을

    관심 있게 본 적이 많은데 글 좀 자주 올려 주십시오.

  • 댓잎이 푸르러질 시절입니다.

    어제는 집사람과 초등생 막내 딸아이와 공원에 갔는데 몽알몽알 거뭇거뭇한 개구리알이 웅덩이에 있더군요.

    지난 겨울 유난히도 추웠는데 미물이라고 하는 개구리도 그새 봄이 옴을 아는데 사람만이 겨울인지 봄인지 분간을 못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 부끄러웠답니다.

    새봄 올마건 크로몰리건 생동감을 불어넣는데는 큰 차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봄이 오고 마음이 변함을 자전거는 알겠지요 ㅎㅎ

  • kdblaw님께
    靑竹글쓴이
    2011.3.9 18:26 댓글추천 0비추천 0

    도시생활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어려서 성장할 때처럼 사계절의 변화를 속속들이 감지하지 못하고

    그저 춥거나 덥거나로 압축된 감각만 남더군요.

     

    자전거를 접하면서 봄과 가을을 비로소 되찾을 수 있었지요.

     

    늘 건강하세요.

  • 청죽님 조심하세요

     

    길이 미끄럽다는 핑계로 청죽님을 땅바닥에 패대기 칠수도 있겠네요

     

    애마가 눈치를 챘다면 ...그럴가능성도 있습니다

  • stom(스탐)님께
    靑竹글쓴이
    2011.3.9 18:27 댓글추천 0비추천 0

    (허걱..)

     

    아무래도 변심했던 걸 고백해야겠어요.ㅋㅋㅋ

     

    애기 건강하게 잘 크죠?

  • 글을 읽다가 뇌리에 '뭔가에 미치지 않고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자전거에도 미쳐야 재미있게 탈 수가 있듯이.......벗은 몸으로 왔다 벗은 몸으로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법이지만......

    정말 모든 것을 불살라버릴 그 무엇이 내 속에 없다면........

    (나는 그리스도인이므로....그가 허락하신다면..) 자살해 버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 속에 아직도 이글거리는 열정과 피워야 할 꽃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자전거도......... 좀 더 미친 듯이 타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칠십이 되고 팔십이 되어도 산에서 날아다닐 수있도록(?) 트라이얼도 좀 익혀야겠구나........ 합니다.

  • 빛의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1.3.9 18:32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사실 무색,무취, 건조한 삶을 살아온 데 대한 반성을 요즘 많이 합니다.

    열심히 산다고 해도 종국에 느낄 허망함이 충분히 예견되건만

    현실은 늘 그렇지 못했습니다.

     

    어정쩡 타다 만 우중충한 장작이 되느니

    깨끗이 불살라 한 줌의 재가 되는 게 낫겠지요.

     

    처음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 익숙한 것에 대한 애착이 저도 강합니다.
    아마 저의 경우는 거의 병적이라
    이것도 일종의 자폐가 아닌가 생각이 든 적도 있구요.
    봄이 코 앞이라 매크로 렌즈를 하나 샀으면 좋겠는데 쓰던 렌즈를 팔면 좋으련만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본전 생각도 나고 그간에 든 정을 떨치지 못하는 군요.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1.3.9 18:35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비님 성격이 저와 비슷하신 데가 많으신 것 같습니다.ㅋㅋ

     

    일전에 dslr을 사려다

    과연 제가 카메라에 취미가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어 미룬 적이 있었죠.

    점차 사진을 찍는 일이 줄어드는 걸 보면 미루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신록이 우거지는 계절이 오면 또 마음이 어찌 돌아갈지 모르겠습니다.ㅎㅎ

     

     

  • 잘 안가는 편인데...지갑 열릴까봐...

     

    어제 당직 근무를 하던 중에 실로 간만에 1년 넘게 가지 않았던...젠슨이네 갔더니...

     

    휘둥그레...

     

    올마 프레임들이 뒌장먹을... 반값에 나뒹굴고 있더군요... 록키산도,,, 티뚜쓰도...

     

    지갑이 요즘 휑헤서 그랬지 여유 있었다면 어제 바로 긁었을겁니다.

     

    운송비 세금 포함 160~170이면 완전 최상급의 몸뚱아리들이

     

    청죽님 지르세요.^^

  • 십자수님께
    靑竹글쓴이
    2011.3.9 18:38 댓글추천 0비추천 0

    무엇보다도 진정한 왈바인이시라 생각되는 십자수님의 등장이 반갑구만요.

    요즘 건강은 많이 좋아지졌나요?

     

    나중에 구입할 때 십자수님께 구입을 부탁 드려야겠습니당^^

  • My Life MTB

  • 엘스캇님께
    靑竹글쓴이
    2011.3.9 18:38 댓글추천 0비추천 0

    me too^^

  • 잔차왈??  맘데로 하십쇼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069
3157 제3회 월출산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안내 산악자전거협회 2011.03.02 987
3156 자작 속도계1 마리우스 2011.03.03 1472
3155 Giro E2핼멧을 저렴한 가격에2 eyeinthesky7 2011.03.03 1349
3154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숨쉬는 것 빼곤 다 올랐네요...ㅠ3 mtbiker 2011.03.03 859
3153 다굵님...ㅎ mtbiker 2011.03.03 852
3152 안녕하세요 십자수님도 오시고해서...5 channim 2011.03.03 1175
3151 출근길14 송현 2011.03.04 1211
3150 쓸만한 배낭이 나왔군요(블랙야크표 듀오백)7 십자수 2011.03.04 2017
3149 야! 이거 오늘 스팸이 장난이 아니에요2 Bikeholic 2011.03.05 1215
3148 마음의 고향 왈바9 천재소년 2011.03.05 1364
3147 2003년 가입하고..3 서늘한 2011.03.05 1121
3146 갈퀴7 kdblaw 2011.03.05 997
3145 연장 근무(어제/ 오늘)6 십자수 2011.03.06 1218
자전거는 나의 벗19 靑竹 2011.03.06 1830
3143 어느 부인의 9일간의 기도5 kdblaw 2011.03.06 1640
3142 자전거를 주제로 블로그 운영하고 있는 분 계세요? 성실곰 2011.03.07 966
3141 봄, 꽃 사진 몇 장5 구름선비 2011.03.07 1168
3140 검은 배경과 포토샵의 차이7 구름선비 2011.03.08 2639
3139 오전에 칼침 맞았습니다.7 mtbiker 2011.03.10 1597
3138 타이어 교체 주기 문의5 비앙끽 2011.03.11 2270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