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쓸 만한 올마운틴이 갑작 눈에 들었다.
즐겨 타던 올마운틴을 막내동생에게 주고 난 뒤로
원체 풀샥의 느낌을 좋아하는지라
아삼삼 그리움에 늘 하나 장만하고 싶던 참이었다.
문제는 돈이라 며칠 고민을 하다.
'모자란 돈은 크로몰리를 팔아서 마련할까?'
그러나 십 년 넘게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내가 타던 자전거나 부품들, 혹은 용품들을
중고시장에 내어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냥 준 적은 몇 차례 되지만..
쓰던 물건에 대한 남다른 애착 탓일 게다.
자전거와 고락을 오래하다 보면
비록 자전거가 생명이 없는 고철덩어리지만
함께한 추억들을 불어넣어 뉴런을 꾸미고
흘린 땀방울을 적셔 스냅시스를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으니
자전거는 어느 순간에 나의 벗이 된다.
한 가설을 빌자면,
무에서 시작된 최초의 빅뱅으로 인하여
온 우주 공간이 플러스 물질과 마이너스 물질로 채워졌단다.
이 두 물질이 합쳐지면 다시 무(無)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무상(無相),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한 포기의 들풀이나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보다
내가 더 가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이 없는 데다가
초자연, 혹은 신의 영역을 감히 범접할 수 없기에
관념의 막연한 운용으로 내가 타던 자전거를
그냥 편히 친한 벗이라 여기며 어울려 쏘다니는 것이다.
처분하려고 잠시 먹었던 마음을 떨치고
나중을 기약하다.
봄기운에 땅밑이 웅성거리린다.
▲'잠시의 변심을 이 녀석이 눈치채지나 않았을까?'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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