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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원전 기공식’ 현지서 지시…파병규모 등 국방부 검토 중
일본 정부 요청 없는 가운데 자칫 복잡한 외교문제 발생 우려
반면 대지진 계기로 ‘동북아시아 최초 군사협력’ 조성 의견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국빈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각) 아부다비 에미리츠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아랍에미리트 민간기업협의회를 마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지난 3월 12일부터 14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아부다비 현지에서 “일본 대지진의 현장에 재해 복구지원을 위한 한국군 부대를 파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 등 관련기관들은 일본에 파병할 부대의 성격과 규모 등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작년 1월에 발생한 아이티 공화국의 대지진 당시에 240명 규모의 재해복구와 인도적 지원을 위한 ‘단비부대’를 파병한 사례를 적극 검토하라는 지침도 국방부에 하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지시는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원전 폭발로 방사능 피폭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칫 파병 장병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군사연습인 독수리 훈련에 참여하기로 했던 로널드 레이건 미 항공모함이 훈련을 취소하고 대지진 현장으로 급파되었는데, 이중 십 수 명의 승무원이 방사능에 노출된 것으로 15일 미 국방부가 발표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20km 지역에는 평소보다 6천600배의 방사선이 검출되는 등 위험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지상군을 일본 영토에 파병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복잡한 외교적 문제가 수반될 수 있다. 일본이 한국군 파병부대를 요청했다는 소식은 아직도 없고, 일본 정부가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군사 지원을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이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로 그와 같은 파병 계획이 검토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도 “얼마나 신속하게 파병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파병과 관련하여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어떤 협조 요청도 받은 바 없다”며 갑작스러운 파병 검토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갑작스러운 ‘파병 검토’ 지시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기공식에 참여한 이 대통령이 일본의 원전 폭발을 사실상 빗대며 “한국의 원전은 안전하다”고 직접 홍보한데 따른 역풍을 우려한 측면이 강하다. 남의 나라 불행을 마치 돈 버는 기회로 활용하는 장사꾼이라는 인상을 준 상황에서 이를 희석시키고자 선제적으로 군사지원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연 재해를 당한 나라에 주변국들이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최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신냉전 구조’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중국의 관영 매체인 중궈신원(中國新聞)은 15일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인민해방군 파견을 희망한다고 보도했다.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던 중국과 일본이 협력을 하고 여기에 미국과 한국이 참여한다면 근대 사회가 출범한 이후 최초로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에 ‘성공적 군사협력’이라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한편 현지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호물자 수송 임무를 수행한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은 독수리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4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 훈련에서 미군의 핵심전력은 참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우리 군은 지난 주말 일본에 급파된 구조대원을 수송하기 위한 군 수송기 3대를 이미 투입한 상황이어서 더 이상 한미군사연습에 집중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래저래 일본 대지진이 동북아 정세를 변화시키는 대지진으로 발전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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