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쉬는 날입니다.
쉬는 날은 시간이 잘 가서
무언가 짜임새있게 보내고 싶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안개가 끼었나 살폈습니다.
안개가 끼면 가까운 곳에 있는 소나무 숲에 사진을 찍으러 갈려구요^^
그러나 뿌옇기는 해도 안개는 아닌 듯 싶습니다.
그냥 야생화나 찍으러가야겠다고 아침 시간을 보냅니다.
며칠 전에 필카를 가지고 가서 세 통의 사진을 찍어 왔었는데
(당시엔 아들녀석이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갔었습니다.)
오늘은 디카로 찍고 싶습니다.
오래 전에 필카를 쓰다가 필름값도 궁하고
열정도 식은데다 싼 DSLR을 사는 바람에 중단했었는데 아들녀석 덕분에 오래간만에 필카질(?)을 했습니다.
해가 퍼지는 것을 보면서 출발 시간을 저울질하다가
간단한 복장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자전거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멀지 않은 곳,
절이 있는 작은 계곡에 좋아하는 꽃인 노루귀와 복수초가 있습니다.
복수초는 작은 군락을 이룬 곳이고 노루귀는 몇 포기 되지 않는 작은 수가 나고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사진을 찍어야 하지만 가까운 곳에 꽃을 찍을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등산을 하면서 발견했던 복수초 군락을 고등학교 동창녀석을 데리고 가서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그 친구가 노루귀가 피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내게 알려주었으니 한 번 주고, 한 번은 받은 격입니다.
더 오래 된 취미인 사진을
최근 취미인 자전거를 타고 간다는 것은 두 배의 즐거움입니다.
사진을 찍을 생각에 페달을 밟는 다리엔 힘이 주어집니다.
노루귀는 작은 계곡, 작은 낭떠러지 앞에 몇 포기가 피어있습니다.
마침 아침나절에는 역광이 되는 곳이라 노루귀의 잔 털을 표현하기에는 좋은데
포기수가 적다는 것이 안타깝기는합니다.
숲을 걸어서 가다 보니 생강나무의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우선 한 장 눌러봅니다.
전에는 그냥 화단이거나 집 가까이에서 이런 꽃들을 찍으면서 즐겼는데
찍을만한 야생화가 생기고부터는 외면당하는 꽃입니다.
노루귀는 잎사귀의 생긴 모양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솜털이 난 삼각형 모양의 잎사귀 끝이 노루귀를 닮았다해서 붙여졌죠.
보이세요? 잎사귀가~~
다카의 좋은 점은 몇 장이고 연속해서 지칠때까지 찍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카보다는 덜 고민해도 되고 몇 장을 더 찍었다고 해서 필름 걱정을 하지 않아서 좋기는 합니다.
다만 포기수가 적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몇 포기에서 승부를 해야된다는 점은 긴장이 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다리에 난 무성한 털 모양을 보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저 다리의 털을 잘 나타내야 이 꽃의 사진은 잘 찍었다고 하는데
꽃잎의 색상이나 모양을 같이 나타내야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털이 역광에 빛나는 것이 괜찮죠?
꽃의 색상이 자주색인데 빛을 강조하다 보니 흰색으로 보입니다.
잘 찍은 사진은 못되는거죠.
꽃잎의 색깔을 잘 표현하자니 다리의 털이 잘 안되고
다리의 털을 잘 나타내자니 꽃잎이 안되는 아이러니에 빠지는겁니다.
지난 번 필카로 찍을 때는 배경을 사용했습니다.
가방을 만드는 친구에게서 검은 가방천을 두 장 얻어서 그 중에 한 장을 가지고 꽃의 배경에다 대고 찍기도 했죠.
어떤 분들은 인공적인 것을 싫어해서 있는 그대로의 사진만을 쳐주는 분들도 있지만
사진이라는 것이 뺄셈이라고 보이는 것들을 정리하고 빼서 주제가 되는 것만을 강조하는 것이고 보면
배경을 대거나 물을 뿌리는 것을 욕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자연상태의 꽃인만큼 꽃에게 몹쓸 짓을 해서는 안되겠죠.
꽃과 줄기의 털이 공존하는 사진 그걸 찍고싶습니다.
그럴려면 피사계심도라고 해서 사진이 찍히는 깊이가 깊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배경이 지저분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어떤 것을 택하시겠어요?
배경은 지저분해도 꽃과 줄기의 털이 같이 선명한 것과
다소 아웃포커싱이 되더라도 배경이 단순한 것~~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디카의 장점은 다시 찍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싫증이 날때까지 다리나 팔이 아플때까지 찍는거죠. ㅎㅎ
이 꽃이 위치한 곳이 낭떠러지 끝입니다.
아래는 바위투성이의 작은 계곡이고 그 계곡과 노루귀 사이에 단풍나무가 하나 있고
그 단풍나무 주변의 바위엔 간신히 버티고 설 정도의 공간이 있습니다.
거기를 내려가서 산을 바라보면 되는데 바라다 보는 방향이 동쪽이라 역광이 되는거지요.
꽃이 얼마나 작은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뒤에 가랑잎을 놓아 봤습니다.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노루귀는 그만 찍어야겠습니다.
이번에는 복수초를 찍기 위해서 이동합니다.
이게 복수초입니다.
왜 복수초란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모르지만
눈사이를 뚫고 꽃을 피워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꽃이죠.
지난 번 마지막 눈이 내리던 날은 이 꽃이 조금 나와서 피기 직전이었는데
쉬는 날이 아니어서 눈 속에 핀 복수초 생각만 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모든 꽃이 그렇지만 완전히 핀 모습 보다는 조금 덜 핀 꽃이 아름답지요.
복수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꽃잎을 옆에서 보면
인디아나존스 영화의 성배가 나오는 장면에서 본 색상이 나옵니다.
금색과 갈색의 조화가 아름다운~~
그 색을 기억하시는 분 있나요?
군락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이 꽃은 양쪽에 다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활짝 핀 모습입니다.
조금 전에 말한 것이 맞죠?
배경이 검은데다 꽃을 넣고 싶은데 그런 것이 없습니다.
이 정도라도 만족해야죠^^;;
이건 꿩의 바람꽃입니다.
해가 많이 펴져야 피는 꽃인데 대부분의 꽃들과는 달리
먼저 피어있네요. 부지런한 놈인가봅니다. ㅎㅎ
오늘 꽃구경 어떠셨어요?
댓글이라도 달아주시면 엄청 좋을덴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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