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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만두의 신사

탑돌이2011.04.09 02:58조회 수 1407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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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네팔을 여행하였습니다.

카투만두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처와 함께 호텔 주변을 산책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른 새벽이어서 그런지 바람끝에 만년설의 입김이 느껴집니다.

 

어느 부지런한 주인이 가게 문을 열어 두고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기심에 다가가 보니

4인 테이블 달랑 하나

간단한 음료수와 과자들이 진열되어 있고

주인은 엄지 손가락 굵기에 돌박이 손으로 한뼘이나 될만한 크기의 동그란 밀가루 튀김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밀가루 반죽을 작은 구멍이 뚤린 비닐 주머니에 담아 펄펄 끓는 식용유에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짜 내면 그대로 굳어

먹음직 스런 튀김이 되더군요. 

 

지글거리는 튀김을 처다 보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저는 눈을 돌려 그 사내의 몰골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까치 집 같은 헝클러진 머리

한뼘이나 자란 염소 수염

청동 빛 그을린 피부.......

대나무 지팡이로 구부정한 허리를 버티고 미동도 하지 않고 튀김을 응시합니다.

그러나 시선은 안정되어 있고 형형한 안광이 뿜어져 나오는 듯 합니다.

 

주인은 고객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그 사내에게 눈 한번 주지 않은 채 일에 몰두해 있고

한참 뒤 그 사내는 가던 길을 터벅 터벅 걸어 갑니다.

 

지팡이 상단을 두손으로 감싸듯 쥔 채................

때에 절은 저고리

무릎까지 말아 올린 바지

바지 아래 보이는 종아리에는 단 한 줄기의 근육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나그네의 동정심이 발동합니다.

그 사내에게 다가가 저가 지폐 한장을 건넵니다.

 

그 사내는 눈을 돌려 지폐를 흘끗 보고는

"끄응!"  불쾌한 표정을 지은 뒤 지팡이를 쥔 두손으로 지폐를 치고는 가던 길을 허우적대며 걸어 갑니다.

 

히말라야에서 속세 나들이 나온 신선이 아니었을까.......

구도승인가........

나의 좁쌀만한 동정심 표현 방식에 자존심이 상했을까...........

 

하루 종일 그 일화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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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마음대로 그 사람의 모습과 당시 정경을 상상하였습니다.
    세상은 넓고 인걸은 다양하니
    디오게네스나 간디를 만나셨는지도 모르겠네요.
  • 구름선비님께
    탑돌이글쓴이
    2011.4.9 21:25 댓글추천 0비추천 0

    인도의 구도자(사두)들은 통상 강렬한 오렌지색 옷을 걸치고 긴 머리, 수염을 하고있어 구별이 쉬운데

    네팔의 이분은 영락없는 노숙자 풍이었는데.......

    요즘 출사 재미가 어떠십니까?

  • '싸나이는 100km'  를 하시다가 잠깐 눈요기로 쉬시던분 아닐까요?

     

    워낙 도인들이 많고, 풍요보다 정신세계를 우선의 가치로 여기면 사는 분들이 많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인 관점이라는 면에서는 이곳의 삶보다 나아보입니다.

     

     

     

  • Bikeholic님께
    탑돌이글쓴이
    2011.4.9 21:28 댓글추천 0비추천 0

    나이가 들 수록 경제적인 문제가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굳어집니다.

    그저 건강하게 살다가 잠자듯 죽음을 만나면 최고의 삶이겠지요.

  • 웅장한 산 사진을 보면 숨이 막힐때가 있습니다.

     

    한점의 점이 되어 자연속으로 들어 가다 보면

     

    속세에서의 탈출이 가능 하겠지요....

     

    건강하시지요....

  • 우현님께
    탑돌이글쓴이
    2011.4.9 21:32 댓글추천 0비추천 0

    웅장한 산을 느낄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멀리 안나푸르나(풍요의 봉우리라는 뜻이랍니다) 고봉들까지의 거리가 20km가 넘는다는 가이드의 말을 귓전으로 듣고만 있을 뿐.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 일년 히말라야 기슭에서 살아보려구요.

  • ㅋㅋㅋ

    미륵의 헌신을 몰라 보셨나???

    ....

    어찌보면  그 분한테는 ..모욕일수도...

    ,

    한창 배낭메고 쏘다닐때...

    강원도 모처에서 공비로 오인 ,,,

    체포되었던 기억이...ㅋㅋ

    ,

    귀국하실때  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 베다 본집...

     

    좋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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