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네팔을 여행하였습니다.
카투만두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처와 함께 호텔 주변을 산책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른 새벽이어서 그런지 바람끝에 만년설의 입김이 느껴집니다.
어느 부지런한 주인이 가게 문을 열어 두고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기심에 다가가 보니
4인 테이블 달랑 하나
간단한 음료수와 과자들이 진열되어 있고
주인은 엄지 손가락 굵기에 돌박이 손으로 한뼘이나 될만한 크기의 동그란 밀가루 튀김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밀가루 반죽을 작은 구멍이 뚤린 비닐 주머니에 담아 펄펄 끓는 식용유에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짜 내면 그대로 굳어
먹음직 스런 튀김이 되더군요.
지글거리는 튀김을 처다 보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저는 눈을 돌려 그 사내의 몰골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까치 집 같은 헝클러진 머리
한뼘이나 자란 염소 수염
청동 빛 그을린 피부.......
대나무 지팡이로 구부정한 허리를 버티고 미동도 하지 않고 튀김을 응시합니다.
그러나 시선은 안정되어 있고 형형한 안광이 뿜어져 나오는 듯 합니다.
주인은 고객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그 사내에게 눈 한번 주지 않은 채 일에 몰두해 있고
한참 뒤 그 사내는 가던 길을 터벅 터벅 걸어 갑니다.
지팡이 상단을 두손으로 감싸듯 쥔 채................
때에 절은 저고리
무릎까지 말아 올린 바지
바지 아래 보이는 종아리에는 단 한 줄기의 근육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나그네의 동정심이 발동합니다.
그 사내에게 다가가 저가 지폐 한장을 건넵니다.
그 사내는 눈을 돌려 지폐를 흘끗 보고는
"끄응!" 불쾌한 표정을 지은 뒤 지팡이를 쥔 두손으로 지폐를 치고는 가던 길을 허우적대며 걸어 갑니다.
히말라야에서 속세 나들이 나온 신선이 아니었을까.......
구도승인가........
나의 좁쌀만한 동정심 표현 방식에 자존심이 상했을까...........
하루 종일 그 일화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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