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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빨간 자전거

구름선비2011.05.14 11:49조회 수 1549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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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돌아왔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라이딩 거리가 점차 줄어들어서
점점 짧고 난이도가 약한 곳으로만 가게 되네요. ㅎㅎ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같이 타는 사람이 없어지니 꾀가 나서 거리는 짧아지고
난이도 또한 약해지면서 이젠 그 빈도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입한 이웃동네 동호회 팀복을 꺼내 입어봤습니다.
상의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꽉 끼는 하의는 생소합니다.

내가 전에 이렇게 꽊 끼는 쫄바지를 입고다녔나보다 하고
혼자 헛웃음을 흘립니다.

나무가 쓰러진 곳이 있고 그 나무를 처리하느라 코스가 좀 변경되긴 했지만
내가 개척하고 제일(?) 많이 다녔을 코스는 나름 만족하는 곳입니다.

초반의 짧은 빨래판에서부터 숨이차고 다리에 힘이 빠집니다.

아마 뒷 서스펜션을 잠가서 그런가보다하고 올라갑니다.
전에는 1*2로 올라가던 길인데 1*3으로 가고 있습니다.
변속에도 감각이 없는거지요^^;;

몇 번의 업힐과 다운힐을 마치고 땀도 조금 나고 기분이 상쾌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에 익은 자전거가 앞에가고 있습니다.
빨간 자전거입니다.

우리가 옛날 흔히 말하던 '싸이클'이죠.

자전거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여름
홍유능 산책로에서 만났던 그 자전거입니다.

70 몇 세는 되셨을 어르신이 타고 있었다는 것과
당시 산책로에 있는 약수터에 다른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노인과 많은 얘기를 나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나름으론 정리운동을 한다고 능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는데
그럴때 가끔씩 그 노인을 만나서 인사를 했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노인은 동네서 전파사를 하시던 분이었고
지금은 그 전파사를 따님이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가

"요즘도 자전거 많이 타?"
"어르신도 많이 타세요?"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보니
같은 통로에 사시더군요.
그때 안 것은 이 분이 동네전파사를 운영하셨었고
유선방송도 운영하시는 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그 노인이 빨간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자전거를 본 것입니다.
자전거는 연륜이 되었음을 말해줍니다.

무엇때문인지 모르지만 서투른 솜씨로 칠한 빨간 색이
그냥 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자전거를 더 늙게 보이는~~

이번에 타시는 분을 보니 60대후반에서 70대 초반의 노인입니다.
뚱뚱하신 분이 타는 것을 보니
'팔려가는 당나귀'의 어른이 탄 모습이 연상됩니다.

 

아마 자전거를 대물림을 하셨나봅니다.
유선방송을 하시는 어른이 체력이 달려서 타지 못하니까
다른 동네 후배에게 넘겨 주신 것이겠죠.

그 어른도 먼저 유선방송 그 어르신처럼 느릿느릿 페달질을 하십니다.

나는 존경하는 마음과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노인의 페달링과 보조를 맞춥니다.

천천히 어르신의 자전거가 내가 사는 아파트를 지나서
멀리 가실 때까지 난 서서 자전거를 쳐다봅니다.

 

과연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을때까지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그리고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후배에게 넘겨주고서

후배가 타는 자전거를 물끄러마 바라보며
좀 섭섭하지만 푸근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 사진은 남양주의 호밀밭

DSC_063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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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보리밭만 그리는 작가 그림 몇작품 본 적 있는데,

    호밀밭 사진으로 보니 눈이 시원해집니다. 

     

     

  • kdblaw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1.5.15 04:39 댓글추천 0비추천 0

    감사합니다.
    보리밭을 찾아 나갔다가 호밀밭 사진만 찍고 왔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인데 어제는 보리를 심은 밭을 찾았습니다.
    수확할 때 쯤에는 다시 사진을 찍으러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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