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빵 한 봉지

구름선비2011.05.20 09:48조회 수 1410댓글 3

    • 글자 크기


몇 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근무하던 곳은 농촌에 가까운 곳이라 그런대로 아직 인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그 곳 민간 단체의 장이 저의 팀과 저녁식사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스스럼이 없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가 궁색해서 참석하게 되었는데
술자리란 것이 그냥 허무맹랑해서 거기도  몇 사람이 웃고 떠들면서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는 거기에 쉽사리 적응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술 몇 잔을 마시고는
밖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죠.

그 때 아직은 조금 덜 친한 그 단체의 장도 밖에 나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말 술을 마신다고 알고 있는데 좀 의외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분이 저를 불렀습니다.

"신 팀장, 이리 좀 오쇼"
"예, 왜요?"


"이리 와 보라니까"

그 양반이 무언가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보니 빵이 든 봉지였어요.

"웬 빵이예요?"
"내가 하나 샀지"
"??"

"가져가서 애들하고 드슈"


잠시 망설이다가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봉지 속에는 제과점 빵 몇 개가 들어있었습니다.

나보다는 세 살인가 네 살 많았던 그 분이 나중에 한 말은
술도 잘 못하고 그런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 않는 내가 동생같더랍니다.

그리고 나서 몇 달 후에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돈깨나 있는 집안의 장남인 그 양반은
그런대로 잘 나가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동생과 재산 문제로 시끄럽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몇 달이 지나고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말이 들리면서
문병을 한 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즈음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들었죠.

암 검진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간 것입니다.

친구는 아니었지만
빵 봉지 하나를 건네주던 그 인정이 생각나 며칠 괴로웠습니다.

그 양반이 부자라거나
사회적인 높은 지위에 있어서거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동생과 걸린 소송이
재산 이전에 유지되었어야 했던 혈육간의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의 번민이었지 않을까,

또는 그렇게 하지 못한 동생에 대한 미안함으로
술자리를 나와서 고민하다가 그 또래인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그런 정을 느끼고 빵 한 봉지를 사 준 것이 아닐까?

그 후에도 그 분이 생각날때면
쥐어주던 빵 한 봉지의 무게를 넘어
따스함과 안타까움이 내 손아귀에 쥐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

동창회 까페에 보니
초등학교 친구의 입원소식이 있습니다.

몇 번 만나지는 못했지만 술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아마 술 병으로 입원했나봅니다.

술이 친구에게서 건강을 앗아갈 정도라면

친구가 술 때문에 여러 번 입원을 하였다면

같이 술을 마시는 다른 친구가 있을 것이라면

진정한 친구라면 그렇게 두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듭니다.

 

물론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같이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자주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었거나 그렇게 친하지도 않으니~~

그래도 바라기는
친구가 이 기회에 술을 끊고
건강을 챙겨서 병상을 떨치고 나오기를~~



    • 글자 크기
단풍따라 왕피리-통고산 (031019) 투어기 보러 오세요. (by 알똥) 끝내는.... 장마 시작... (by treky)

댓글 달기

댓글 3
  • 때론 아픈 추억들이 많이 있지요...따스한 분인데 그렇게 가시니 마음이 아프셨던 맘 이해가 됩니다.

    아직도 세상은 좋은분들이 많다고 믿고 살고 있습니다.

  • 핸드폰을 두고 잠시 외근을 나가는 바람에 카톡메세지를 이제서야 봤습니다...

    저는 적응 잘 하고 있습니다..

    하는일이 아직까지는 그다지 많지는 않은데요, 앞으로 많아질 전망입니다...

    몸 건강히 잘 지내세요...

  • 구름선비글쓴이
    2011.5.23 04:22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인님,
    인자요산님 댓글 감사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2897
6720 어젠 여길 갔더랬습니다. 스탐님 만나러7 십자수 2008.11.13 1410
6719 림 교정하다가 니플 뭉개지고 림 못잡고...TT4 십자수 2008.11.27 1410
6718 ★ 노무현씨를 이해할려고 했지만....19 미소도령 2009.04.23 1410
6717 단풍따라 왕피리-통고산 (031019) 투어기 보러 오세요. 알똥 2003.10.23 1410
빵 한 봉지3 구름선비 2011.05.20 1410
6715 끝내는.... 장마 시작...3 treky 2011.06.22 1410
6714 빌어먹을 어떤 구로구주민 kelkel 2005.09.04 1411
6713 [교통사고] 골목길에서 나오던차와 충돌 fingerx 2005.09.23 1411
6712 허벅지두께..13 aprillia76 2006.02.15 1411
6711 도대체 남산 역주행 하는 이유가 뭡니까??21 jparkjin 2006.05.09 1411
6710 암벽~~11 STOM(스탐) 2006.08.24 1411
6709 물메기와 맛조개..25 eyeinthesky7 2006.11.05 1411
6708 너무 웃겨서 -_-;;5 lim180cm 2006.11.06 1411
6707 경기도 산본 수리산 통제에대한 시청공무원 공청회결과15 수리산사랑 2007.09.12 1411
6706 DSLR카메라를 구입 하려다가...13 eyeinthesky7 2007.10.11 1411
6705 트루드 프랑스가 pc게임 으로 나왔네요..14 네발자전거 2008.07.07 1411
6704 여러분 너무나 억울합니다7 ishaya 2008.08.15 1411
6703 아주 얇고 작은 후미등 3 lady99 2008.10.25 1411
6702 ∮셀폰 번호 바뀜 보고...011은 없앴습니다.∮8 십자수 2010.08.18 1411
6701 와일드바이크 랠리5 sinawia 2011.05.28 1411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