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근무하던 곳은 농촌에 가까운 곳이라 그런대로 아직 인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그 곳 민간 단체의 장이 저의 팀과 저녁식사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스스럼이 없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가 궁색해서 참석하게 되었는데
술자리란 것이 그냥 허무맹랑해서 거기도 몇 사람이 웃고 떠들면서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는 거기에 쉽사리 적응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술 몇 잔을 마시고는
밖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죠.
그 때 아직은 조금 덜 친한 그 단체의 장도 밖에 나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말 술을 마신다고 알고 있는데 좀 의외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분이 저를 불렀습니다.
"신 팀장, 이리 좀 오쇼"
"예, 왜요?"
"이리 와 보라니까"
그 양반이 무언가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보니 빵이 든 봉지였어요.
"웬 빵이예요?"
"내가 하나 샀지"
"??"
"가져가서 애들하고 드슈"
잠시 망설이다가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봉지 속에는 제과점 빵 몇 개가 들어있었습니다.
나보다는 세 살인가 네 살 많았던 그 분이 나중에 한 말은
술도 잘 못하고 그런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 않는 내가 동생같더랍니다.
그리고 나서 몇 달 후에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돈깨나 있는 집안의 장남인 그 양반은
그런대로 잘 나가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동생과 재산 문제로 시끄럽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몇 달이 지나고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말이 들리면서
문병을 한 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즈음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들었죠.
암 검진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간 것입니다.
친구는 아니었지만
빵 봉지 하나를 건네주던 그 인정이 생각나 며칠 괴로웠습니다.
그 양반이 부자라거나
사회적인 높은 지위에 있어서거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동생과 걸린 소송이
재산 이전에 유지되었어야 했던 혈육간의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의 번민이었지 않을까,
또는 그렇게 하지 못한 동생에 대한 미안함으로
술자리를 나와서 고민하다가 그 또래인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그런 정을 느끼고 빵 한 봉지를 사 준 것이 아닐까?
그 후에도 그 분이 생각날때면
쥐어주던 빵 한 봉지의 무게를 넘어
따스함과 안타까움이 내 손아귀에 쥐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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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 까페에 보니
초등학교 친구의 입원소식이 있습니다.
몇 번 만나지는 못했지만 술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아마 술 병으로 입원했나봅니다.
술이 친구에게서 건강을 앗아갈 정도라면
친구가 술 때문에 여러 번 입원을 하였다면
같이 술을 마시는 다른 친구가 있을 것이라면
진정한 친구라면 그렇게 두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듭니다.
물론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같이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자주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었거나 그렇게 친하지도 않으니~~
그래도 바라기는
친구가 이 기회에 술을 끊고
건강을 챙겨서 병상을 떨치고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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