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지금 육·해·공군끼리 싸울 땐가
주용중 정치부 정당팀장
북한이 작년 3월 26일 침몰시킨 것은 천안함만이 아니다.
북한이 그날을 택한 이유는 육·해·공군 장성 149명이 대전 계룡대에 모여 '합동성 강화 대토론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합동성도 그날 침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국방개혁의 핵심 목표가 바로 군의 합동성 강화다. 합참의장(작전권 등 군령권)과 각군 참모총장(인사권 등 군정권)으로 이원화돼 있는 군(軍) 상부구조를 각군 참모총장이 군정권뿐 아니라 합참의장의 지휘하에 군령권도 행사하도록 일원화하자는 게 국방부 안(案)이다.
그런데 각 군이 겉으로는 합동성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분열의 길을 가고 있다. 일부 해·공군은 예비역들을 중심으로 "합참의장이 각군 총장을 지휘하면 해·공군이 육군의 부속물처럼 된다"고 반대하고, 일부 육군은 "해·공군이 자신들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불만이다. 이들은 지금 여·야 정치인들을 상대로 "국방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 "저지시켜 달라"는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60만 군인에게 현재의 군 체제가 최선이라고 확신하는지 묻고 싶다. 작년에 천안함이 폭침되는 순간부터 합참의장과 해군 참모총장은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천안함이 좌초됐으면 해군 참모총장, 폭침됐으면 합참의장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결론나기까지 2개월 동안 군이 갈팡질팡한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었다. 연평해전이나 대청해전 같은 일이 벌어져도 해상전투의 베테랑인 해군 참모총장은 뒷짐을 지고 있어야 한다. 군령권이 없기 때문에 작전에 낄 수 없는 것이다.
대신 군함 한번 안 타본 육군 출신 합참의장이 작전을 지휘한다. 1996년 강릉에 간첩이 침투했을 때는 합참의장이 토벌을 지휘했기 때문에 지상전투의 베테랑인 육군 참모총장은 먼발치에서 서성거리기만 했다.
합참이나 국방부에 파견 나온 군인들은 몸은 용산에 있지만 마음은 인사권을 가진 각군 참모총장이 일하는 계룡대에 가 있다. 2002년 연평해전 때도, 작년 천안함 폭침 때도 일보(一報)는 합참의장이나 국방장관이 아니라 해군 참모총장에게 올라갔다. 분초를 다투는 교전상황을 작전권을 가진 합참의장이 작전권이 없는 해군 참모총장보다 늦게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작전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인사권이 없는 작전권은 영(令)이 안 서고, 작전권이 없는 인사권은 무료할 뿐이다.
합참과 각군 본부에는 똑같은 기능을 하는 장성과 장교들이 중복으로 일하고 있다. 그 탓에 일선부대엔 장교들이 부족하다. 보병연대에 참모가 4명 있어야 하는데 2명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군은 머리만 크고 다리는 가는 군대라는 말을 듣는다. 이에 비해 북한군은 총참모장이 육·해·공군을 지휘하는 통합군 체제다. 인민무력부에 근무하는 육·해·공군은 똑같은 군복을 입는다.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고, 각군의 입장에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국방부가 서둘러 추진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2015년 전시(戰時)작전권 전환을 앞두고 현재의 군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육·해·공군은 지금 대의(大義)를 위해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 그것이 합동성의 출발이다.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1940년대 후반 국방부를 창설하면서 "육군과 해군이 서로 다투는 데 급급하지 않고 적과 싸우는 데 열중했더라면 1차·2차 세계대전이 훨씬 일찍 끝났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인들이 되새겨봐야 할 말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25/20110525025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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