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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과의 첫 대작

탑돌이2011.06.07 02:08조회 수 1451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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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이 대학에 합격하여

입학 전까지 서울로 들어게 되니 마음이 허전하더군요.

이제 부자관계로 한집에서 생활하는 날은 아마도 없을 것이고.

물론 잠시 녀석이 저의 집에 체류하는 일은 있겠지만.........

 

아버지 몰래 담배 피우다 들켜 두들겨 맞기도 하고

머리 스타일로 신경전도 벌이고...................

슬리퍼 신고 등교 하다가 혼도 나고...........

그래도 닥치니 정신 차리고 나름 열심히 공부하더니...

 

그래서 떠나 보내기 전, 난생 처음으로 자식과 술한잔 하면서 인생 얘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내심 비싸지 않은 호텔에 데려갈까 하면서

가고 싶은데를 물었더니

쇼핑센터 식당에 가자네요.

봐둔데가 있다면서

녀석 네 수준에 그럼 그렇지 ㅋㅋ......

 

헐, 고급 일식당이네요.

 

아버지: 무슨 술 마실까? 맥주 어때,,날도 더운데....

아들: 안마셔 본 술 마시고 싶어요. 사케가 뭐예요?

아버지: (차마 비싸다는 내색은 못하고) 그거 정종 같은 거야. 소주도 아니고 막걸리도 아니고 미지근 한 맛........

아들 : 마셔보고 싶어요. 어릴땐 새로운 것이 두려웠는데 커서는 못해본 것이 하고 싶어져요.

 

대담한 척 하면서 가격표를 흘끗 봅니다.

음..180 ml, 박카스 병보다 좀 더 큰 것이.........

 

"어떻게 마실래, 따끈하게 할까 아니면 시원할 것 달라고 할까?"

"이왕이면 제대로 따끈하게 해서 마시죠!"

 

소주병 뚜겅 크기의 잔에다 한잔 따라 줍니다.

어른과 술 마시는 예절도 설명하고..............

그러자 녀석이 말합니다.

"중학교때 배웠어요."

(끙, 참 빨리도 배웠다)

 

"아버지는 안드세요?" 

녀석은 금쪼가리 같은 스시를 마치 금붕어가 콩 집어 먹듯하면서 아버지 걱정이네요..

(얇은 지갑 핑게는 댈 수 없어) "여름에 스시는 별로......야! 이거 다 마시고 맥주 마시자"

 

이렇게 하여 간신히 맥주 주문을 '허락' 받습니다.

 

이윽고, 간장 종지만한 저의 주량이 다 차오르건만

녀석은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네요.

 

"술 너무 마시는 것 아냐? 그만 마시자.........."

"괜찮아요. 딱 기분이 좋아요"가 제 귀를 떄립니다.

 

제 자식이 아닌 듯 착각이 들어 취한 척 하며 몽한 눈으로 녀석을 살펴 봅니다.

녁석은 아직 눈두덩이에 조차 술기운이 비치지 않고 꼿꼿하게 앉아 있습니다.

 

마지막 당부를 합니다.

'니가 어디에 있던 아빠, 엄마와 늘 연락하고, 아빠가 이메일 보내면 꼭 답장해라"

"예, 걱정 마세요. 그럴게요" 대답이 시원스럽게 돌아 옵니다.

 

그러나........

제가 구구 절절 써서 보낸 이메일은 며칠째 답신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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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그래도

    대학때

    군생활 할때는

    부모말 듣는척 이라도 하더니

    직장생활  6 년차쯤 되니    듣는척도 안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실망감에   살맛이 안납니다 ...

  • 줌마님께
    탑돌이글쓴이
    2011.6.8 01:00 댓글추천 0비추천 0

    솔직히 큰 기대는 없습니다.

    부모의 도리로 뒷바라지 할 뿐,,,

    자라면서 철저하게 독립시켜야지요.

     

    흔한 말로, 인류가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은

    자식들이 부모세대 보다 나았기 때문이라고 한다지요.

  • 그러기에 어른들 말씀에 '품안에 자식'이란 말이 있나 봅니다. 저 또한 아직은 실감은 못하지만요...

  • 이메일보단 항상 손에 들고 다니는 핸드폰 메시지가 더 빠르지 않을까요..^^

    저는 아버지와는 전화로 어머니와는 문자(발음 그대로 적으심)로 주로 대화합니다.

  •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습니다.

    멀리 쳐다 보지 마시고 나,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쳐다보면 답이 나오지요.(죄송)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결혼까지 해보세요.

    아주 속 터집니다.

  • 울 사내 녀석 조카를 보는듯 합니다.
    뭐든 겪어야 할 시기가 오는 것이니
    만큼 믿음을 가지시고 지켜 보시는게
    좋지 안을까 합니다.
    설령 삐딱하게 나간다 해도 나이 먹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신을 바라 보게 됩니다. 뭐 자식 만큼은 부모 맘대로 되지
    안는다는 말 처럼 어려운 부분이긴 합니다.
    건강 하시구요..
  • 울 사내 녀석 조카를 보는듯 합니다.
    뭐든 겪어야 할 시기가 오는 것이니
    만큼 믿음을 가지시고 지켜 보시는게
    좋지 안을까 합니다.
    설령 삐딱하게 나간다 해도 나이 먹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신을 바라 보게 됩니다. 뭐 자식 만큼은 부모 맘대로 되지
    안는다는 말 처럼 어려운 부분이긴 합니다.
    건강 하시구요..
  • 품안엣 자식 <= 이거 맞는 말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을 어리게만 보지만 알 건 다 알지요.
    중학교때 알았다잖아요^^;;

    저의 아들놈은 문자를 보내도 아주 사무적으로만 답변을 합니다. 

  • 아들: 안마셔 본 술 마시고 싶어요. 사케가 뭐예요?

    이 멘트가 죽이는데요? 

  • Bikeholic님께
    탑돌이글쓴이
    2011.6.8 01:04 댓글추천 0비추천 0

    술 잘마시는 것은

    이 야만의 시대에

    왕따 당하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 자질이랄 수 있겠네요.

    술마시기 싫어하는 제 아비와 달리ㅎㅎ

  • 멘트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따뜻한 이야기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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