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대학에 합격하여
입학 전까지 서울로 들어게 되니 마음이 허전하더군요.
이제 부자관계로 한집에서 생활하는 날은 아마도 없을 것이고.
물론 잠시 녀석이 저의 집에 체류하는 일은 있겠지만.........
아버지 몰래 담배 피우다 들켜 두들겨 맞기도 하고
머리 스타일로 신경전도 벌이고...................
슬리퍼 신고 등교 하다가 혼도 나고...........
그래도 닥치니 정신 차리고 나름 열심히 공부하더니...
그래서 떠나 보내기 전, 난생 처음으로 자식과 술한잔 하면서 인생 얘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내심 비싸지 않은 호텔에 데려갈까 하면서
가고 싶은데를 물었더니
쇼핑센터 식당에 가자네요.
봐둔데가 있다면서
녀석 네 수준에 그럼 그렇지 ㅋㅋ......
헐, 고급 일식당이네요.
아버지: 무슨 술 마실까? 맥주 어때,,날도 더운데....
아들: 안마셔 본 술 마시고 싶어요. 사케가 뭐예요?
아버지: (차마 비싸다는 내색은 못하고) 그거 정종 같은 거야. 소주도 아니고 막걸리도 아니고 미지근 한 맛........
아들 : 마셔보고 싶어요. 어릴땐 새로운 것이 두려웠는데 커서는 못해본 것이 하고 싶어져요.
대담한 척 하면서 가격표를 흘끗 봅니다.
음..180 ml, 박카스 병보다 좀 더 큰 것이.........
"어떻게 마실래, 따끈하게 할까 아니면 시원할 것 달라고 할까?"
"이왕이면 제대로 따끈하게 해서 마시죠!"
소주병 뚜겅 크기의 잔에다 한잔 따라 줍니다.
어른과 술 마시는 예절도 설명하고..............
그러자 녀석이 말합니다.
"중학교때 배웠어요."
(끙, 참 빨리도 배웠다)
"아버지는 안드세요?"
녀석은 금쪼가리 같은 스시를 마치 금붕어가 콩 집어 먹듯하면서 아버지 걱정이네요..
(얇은 지갑 핑게는 댈 수 없어) "여름에 스시는 별로......야! 이거 다 마시고 맥주 마시자"
이렇게 하여 간신히 맥주 주문을 '허락' 받습니다.
이윽고, 간장 종지만한 저의 주량이 다 차오르건만
녀석은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네요.
"술 너무 마시는 것 아냐? 그만 마시자.........."
"괜찮아요. 딱 기분이 좋아요"가 제 귀를 떄립니다.
제 자식이 아닌 듯 착각이 들어 취한 척 하며 몽한 눈으로 녀석을 살펴 봅니다.
녁석은 아직 눈두덩이에 조차 술기운이 비치지 않고 꼿꼿하게 앉아 있습니다.
마지막 당부를 합니다.
'니가 어디에 있던 아빠, 엄마와 늘 연락하고, 아빠가 이메일 보내면 꼭 답장해라"
"예, 걱정 마세요. 그럴게요" 대답이 시원스럽게 돌아 옵니다.
그러나........
제가 구구 절절 써서 보낸 이메일은 며칠째 답신이 없네요.
그래도
대학때
군생활 할때는
부모말 듣는척 이라도 하더니
직장생활 6 년차쯤 되니 듣는척도 안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실망감에 살맛이 안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