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청년의 거침없는 질주) 자전거 무전 여행기를 읽고
나에게 자전거는 손발과 같은 존재이기에 자전거와 관련한 책자는 항상 흥미롭고 새로운 존재이다. 나는 운동신경이 둔해서 단체 운동에 친구들이 끼워주질 않았고 그래서 뒤늦게 시작하게 된 게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나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져다 준 물건.. 아니 어쩌면 새로운 내 손과 발 같은 존재였다. (BMX계의 전설 전상철 옹도 나와 같은 이유에서 자전거를 타게 되셨다고 한다)
어릴적 이티 영화에서처럼 어릴때는 페달만 무조건 빨리 달리면 자동차보다 빠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황당무괴한 일이지만 어찌 그런것까지 알았으랴......
중고교 시절 집인 반포동에서 여의도까지 가끔 나가서 도로싸이클 타는 형들을 따라 도시를 활보하고 다니기도 했고, 언젠가 서울 부산 무박2일 18시간에 완주를 하기도 했으며, 군입대전에는 동기들을 모아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 혼자가 아닛 여럿이었거나, 느리게 감상할 시간을 갖는 게 아니라 빠르고 익스트림하게 미션수행을 위한 것 같아 내가 갖지 못했던 여유를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책에 중간중간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탈때와는 다른 자전거라는 느린 관점에서 여유를 즐기며 풍광을 즐기는 것도 묘미이건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그냥 한편의 스틸 사진 한컷 처럼 그 장면만을 보고 바로바로 떠나는 관광이 조금 아니 많이 안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 자신도 개인적으로는 혼자서 무전여행을 계획하고 돌아다니고 싶었으나, 20대초중반까지는 그래도 서울 유수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여 도서관에서 붙박이처럼 늘어 붙어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도서관 노숙자 생활을 했고, 군복무 역시 40개월이란 기간동안 소대장 네지는 통신장교라는 무거운 직함을 어깨에 매고 있느라 홀로 자유롭게 여행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근무하던 조치원 지역에서 시작하여 공주,대전 위로는 천안 일대의 산이란 산은 쥐잡듯이 잡고 다녔다. 군대 내부에서 위수지역이라는 떼어낼 수 없는 꼬리표가 있었기에 그 밖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가보진 못했다.
하지만 장교 월급으로 아니 사실은 연봉이지 하하하..... (사실 군대도 직장이었던 만큰 술을 안먹을 수는 없었는데 자꾸 술값으로 지출되는 돈이 많아 저 돈없어서 못가요~ 라는 핑계를 만들기 위해서 고가의 자전거를 장만한 측면도 있다) 그만큼 큰 맘먹고 구입한 자전거로 말그대로 산악을 헤집고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언젠가는 주임원사가 산으로 가야 한다는거 터널로 가도 똑같다고 알려주기도 했고 산에서 야영을 하며 행군하거나 통신 중계차를 설치하는 위치도 토박이 원사님보다 잘 잡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자전거로 주말에 주변의 산들을 쉴 세 없이 미리 돌아다닌 덕일지리니......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장교라는 신분에 민폐를 끼칠수도 없고, 또 아무한테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던터라 무전여행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당연히 마을회관이나 교회, 관공서 등에 몸을 위탁하는 방법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현역 신분인데.......
책에서 읽었던 부분과 가장 비슷한 기억이 있었던 것이 공주 마곡사에 갔을 때였다.
공주까지 도로로 그냥 접근했다면 지쳐있지 않았을텐데 역시나 산길 그것도 숲속에 몇 년 아니 몇십년 묵어 과연 이길을 사람들이 다녔을까 싶은 길을 헤집고 갔으니 지칠 수밖에......
공주 마곡사 간판이 보이는 그곳을 지나 한참을 올라갔다. 평상시 같으면 별것 아니겠지만 산길을 헤집고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터라 그저 빨리 도착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왜이렇게 멀기만 한지....... 양쪽으로 1차선씩 노견없는 도로에서 잠시 드러누웠다. 차량이 거의 없었는데 몇 대가 지나갔다. 그리고 마곡사가 있을 산속으로 계속 향했다. 지나가다 이 책의 저자처럼 불이 켜진 민가에 가서 할머니께 간단한 끼니꺼리라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거절당했던 기억이 있다. 픕........ 근데 문제가 그냥 내돈주고 사먹으려 해도 먹을 곳이 없다는...ㅠ ㅠ
참고 또 참아서 지친몸을 이끌고 마곡사에 입성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다. 절에서는 통상 무료로 사람들을 제워주고 하는데, 심지어 대학교 시절 자신의 절에 보물이 3점이나 있다고 하는 고창 선운사에서도 쉬어 왔던 적이 있는데, 아뿔사 이곳은 장사를 하는곳<?> 템플 스테이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흐미.......중생을 생각하여야 하는 절간이 언제 이리 야박한 곳으로 바뀌었느뇨.....
할 수 없이 밖을 나와 일단 배고픔부터 달랜다. 일단 저렴한 집 5000원짜리 식사를 하고 묵을곳을 여쭈니 자기가 왔다고 하면 깍아줄거라고 알려준 모 여관에서 3만원에 묵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여관지기 아져씨 왈 아까 차로 지나쳐 오며 본거 같은데요 길에 누워 계시길래 산중이라 데려올까 하다가 일부러 수행<?>하시는 줄 알고 내버려뒀는데 그렇게 힘드신줄 알았으면 그냥 자기차로 왔을거라는 말을 건내셨다. 이 역시 자전거 무전여행기를 쓴 저자의 경험과 비슷하게 겪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날 용기를 내어 이곳 저곳 그곳 샅샅이 뒤져 보았다면 무전여행기의 저자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진정한 무전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당시 돌아오는 길에서 (국도변에서 식당을 한번 노치게 되면 다음 식당이 어디있을지 모르는 그런 길들이 상당히 많다... 정말 위험하다면 위험한 상황이다) 큰 식당을 발견하고 식사하려 했더니 개인 손님은 안받는다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공주 모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막 발길을 돌려 나오려던 찬라 어느 어르신께서 어디가는 길이냐고 물으며 자신의 학교를 광고하는 한편 그저 자신들이 먹던 거라도 같이 하시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따듯한 부분이 무전여행의 묘미이고 진가인데 요즘 세상이 각박한지라 모든 이에게 환대를 받을 수 없음이 조금 안타깝긴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또 한번은 대전 엠티비와 연합하여 대전 주변 산들을 모두 돌아 보는 장정을 취하고 해가 진 뒤에서야 조치원으로 복귀하고 있었는데, 정말 목이타서 탈수증상에 주유소를 들러 물을 청했는데 물값 1000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황당 그 자체였다. 처음부터 돈을 요구한 것도 아니라 호의라 생각했건만.......헌데 뒤에 온 트럭 기사 아져씨가 기름 넣으면서 자기는 그곳 단골이라면서 그냥 자기물 하나 주라면서 나를 트럭에 태워 주시기도 했다. 국도 주변이 밤만 되면 깜깜하고 차들이 고속으로 달려 위험한지라 계속갈 걱정으로 가득한 나에겐 참으로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과 같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띠 동갑 말띠 아져씨였다. 그러면서 나더러 자네도 말띠라서 역마살이 있나보다고 농담까지 하셨다. 이 세상 사람 사는 것은 그러고 보면 모두 똑같은가보다. 좀 차갑고 각박한 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따듯하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이라는 하찮은 존재가 이렇게 오래도록 자연계에 살아 남을 수 있었던게 아닐까!
그리고 항상 내가 자전거로 다녔던 산행길 주변이 조치원인지라 복숭아를 길에서 많이들 파는데 어느날은 정말로 물통에 물도 없고, 목이말라 복숭아 하나만 사먹으려 했더니, 아주머니께서 처음에는 낱개로는 안판다고 하시다가 몇마디 담소를 나누고는 (상태가 안좋은 걸로 팔기 어려운거니까 하며 하나 건네주시더니) 이내 먹어치우자 두세개를 더 주셨던 기억도 있다. 그러면서 복숭아 축제때 아줌마도 나오니까 꼭 보러 오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도 보면 따듯하게 자전거 “무전” 여행중인 저자를 보듬어 주는 많은 이들이 있었고, 그 덕분에 “40일간”의 전국일주를 “완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내가 무전여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나의 20대에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는 듯했다. 그래서 책소개를 직접적으로 하기보다는 나에게 있어서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고 과거에 내 자신이 이 책속의 주인공 인양 주인공이 겪은 일들을 상상하며 지루할 세도 없이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무전여행 = 민폐” 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젊은이가 한번쯤은 아니 한두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로망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무조건 떠나는 여행은 자칫 사고를 부를수도 있고 젊은 시절 씻지못할 아픈 상처를 입을 수도 있으니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참조해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마 그런 측면에서 “ 무모한 청년의 거침 없는 질주 -자전거 무전여행”이라는 책자는 큰 도움을 주리라고 믿는다.
특히 무전여행도중 자금 마련과 관련해서 자신이 가진 재주 하나 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 책의 저자는 만화를 그리는 재주가 있어서 공원에서 사람들 그림을 그려주고 울릉도까지 들어갔다 올정도의 노잣돈까지 마련했다고한다. 하하하..... 나역시 자전거를 무척이나 좋아했기에 언젠가 BMX 묘기용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며 스턴트 묘기를 보여 주며 관객들이 던저 주는 동전으로 여행할 생각도 했었던 터라...... 아무튼 무작정 무조건 떠나는 여행보다는 어느정도 준비된 여행을 해야 안전하고 추억도 만들 수 있으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전여행이 주변인에게 민폐가 되지 않다록 충분한 자신의 재능 하나쯤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 그보다 좋은 밑천이 어디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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