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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 도읍지

구름선비2011.08.31 21:13조회 수 1173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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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도라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듸 업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길재의 시조입니다.

500년이나 수도였던 개성을 한 필 말로 돌아보니
산천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어디론가 가고 없으며
국가의 흥망성쇠는 무상하다는 내용입죠.



오늘 오래 간만에 자주 다니던 싱글을 타 보았습니다.

폭우가 온 뒤로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이라
걱정스러웠지만 천천히 다니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자기최면을 걸었지요. ㅎㅎ

저희 동네도 비가 많이 온 편이라 자전거가 다니면서
낙엽이 없어진 길은 적지않게 패어 있었습니다.

나무뿌리도 많아지고, 큰 돌들이 많이 나와서
쉽게 올라가던 곳도 포기했고,
잘 내려오던 곳도 내리게하더군요.

여름,
엄청난 폭우가 저를 겸손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나무가 쓰러져서 길을 막거나
기울어져 있던 나무가 더 기울어지면서 고개를 숙이지 않고는 통과할 수 없으니
이 또한 오래간만에 가는 저를 겸손하게 하는 것이었죠.

 

다운힐이 거의 끝나는 곳,
도로로 내려오는 길이 있는데
풀이 한 길은 자랐습니다.

그 중에는 딸기나무와 한삼덩굴,
이름을 모르는 가시달린 풀들이 우거져서
양쪽 무릎,
얼굴까지도 상처를 내고 왔습니다.

저만 이 아니라 그 길을 다니던 다른 사람들도 가지 않았나봅니다.

 

본시는 그들의 영토였으니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옳겠지만

한 마리 필마로 개성을 돌아보는
길재의 마음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며칠 안으로 낫과 톱을 가지고 다시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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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이크..^^ 선비님.

    잔잔한 풍경을 이끌고 선비님이 모처럼 나타나셨으니...

     

    글쟁이 청죽님이 오실 때가 되셨나 봅니다....ㅎㅎ

  • 학창시절에 그 싯구 못외우면 참 많이도 ㅋㅋㅋㅋㅋ

     

  • 이게 얼마만입니까?

    아주 반갑습니다.

  • 선비님 반갑습니다. ^^

    쌀집님이 비록 후학 양성을 하고는 있지만 학창때는 공부 디지게 몬했나부다...

    저 쉬운 걸. ㅋㅋㅋ========3===========33==============3

  •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를 둘러보는 것처럼 쓸쓸한 것도 없지요.

    특히나 인적이 끈긴 장소는

    어릴적 읍내 중학교에 다니는 형이 주말이 집에 오면

    부모님을 도와 밭에서 일을 하곤 했습니다.

    형은 일요일 점심을 먹고 학교로 향하고

    저만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나가면, 형이 남겨 놓은 발자국을 보면서

    허탈해 하던 추억이 삼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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