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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자전거여행

靑竹2011.09.11 05:12조회 수 1321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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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 즉, 자전거를 멀리하는 일이 실제로 제게 일어났습니다.

이런 저런 심정적인 이유들로 인해서였지요.

제 블로그를 문득 들어가 보니 봄날에 관한 이야기가 끝이었으니 폐가처럼 잡초가 무성하더군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들어오던 왈바도 몇 달이나...

 

그래도 마음 한켠으로는 늘 왈바가 그리웠습니다.

 

요 며칠 전부터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답니다.

 

여러분 모두 추석 명절 즐겁게 쇠십시오.

 

靑竹    拜上

 

 

 

 

 

 

 

갑자기 휴가를 냈다며 지독한 장마가 계속되던 8월초.

 이선비(고산)께서 강원도로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자며 불쑥 제안하셨다.

그동안 일에 치어서였는지 자전거가 어지간히 고프셨나 보다.

 

 

 

 

 

 

 

 

 

 

 

자전거로 영월, 정선, 평창, 횡성을 돌아보기로 작정하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숙부의 손에 무참하게 죽어간 어린 단종이 묻힌 장릉을 마주하니

지독한 뙤약볕 아래임에도 서늘한 서러움이 묻어난다.

 

 

 

 

눈이 시리도록 강렬한 태양과 짙푸른 소나무 숲을 바라보자니

어린 조카를 죽이면서까지 차지했던 권력이란 게 정말 무상할 거란 상념이 들다.

 

 

 

 

서울 경기 지방은 내내 비가 내렸지만

우리가 도착하기 전날까지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던 강원도는 내내 태양이 이글거렸다.

 

 

 

 

척박한 땅에 옥수수 몇 포기를 키우기 위해 들였을 공이 실로 놀랍다.

 

 

 

 

 

 

 

 

 

그간 내린 장맛비로 강물이 온통 황톳빛이다.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며 아우라지 뱃사공더러 "내 좀 건너 주게" 했지만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했던 걸 보면

올동박이 떨어지는 걱정은 기실 넋두리였을 것 같다.

 

 

 

 

 

 

 

 

 

 

 

 

 

 

땡볕에 고개를 넘느라 허덕이다가 문득 옆을 내려다 보니

더할 나위 없이 그윽한 소나무숲이 눈에 확 들어온다.

 

 

 

 

정선 장에 들러 부꾸미와 탁배기로 허기를 달래다.

 

 

 

 

가리왕산 임도를 오르는 길에 만난 조그만 폭포.

 

 

 

 

평창군 미탄면이란 고장에 있는 해발 1200미터에 무려 600마지기의 고랭지 채소밭이 있었다.

한낮의 라이딩으로 저으기 지쳤으므로 "에효, 난 여기(이 사진을 찍은 장소)까지밖에 못 오르겠소.

혼자서 정상까지 다녀오시구랴." 하며 한사코 못 올라가겠다고 버텼더니,

"헛 참, 정상에 가면 사진찍을 만한 곳이 많을 텐데요. 하는 수 없죠 뭐."하시더니

정말 혼자서 올라가신다. 1분쯤 호흡을 고르다 안 되겠다 싶어 뒤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사람의 의지력이란 것에 외경심까지 든다.

지금은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어 그렇다 쳐도

제대로 난 길도 없던 예전엔 어찌 이런 곳에 농사를 짓고 살았을꼬?

한나절 중 오르고 내리는 시간 빼면 언제 땅을 갈 시간이 있었을까?

 

 

 

 

 

 

 

 

 

 

 

 

 

 

 

 

 

 

 

 

 

 

 

 

 

 

이효석 기념관. 어려서 '메밀꽃 필 무렵'을 읽으며 뛰어난 감성의 세계에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봉평장 어디쯤에 허생원이 있을 것 같다.

 

 

 

 

 

 

 

 

 

 

 

 

 

 

 

 

 

 

 

눈이 머무는 곳마다 절경이 아닌 곳이 없을 정도로 강원도란 고장은 너무도 아름답다.

 

 

 

횡성호. 댐이 생기는 바람에 다섯 개의 부락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고향을 잃은 실향민 아닌 실향민들이 기념관을 지어놓은 곳에서 찰칵.

 

 

 

 

 

 

장마철인지 우기인지 여름 내내 비가 지독히도 내렸지만,

고산님께나 내게나 자전거는 타는 듯한 가뭄이었다.

사흘 동안의 강원도 자전거 여행은 우리 둘이 겪고 있던 자전거가뭄을

해갈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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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장마 시작되기 전까지는 저도 신나게 잔차질을 했지만, 장마가 길어지니 저역시 잔차가뭄에 시달렸습니다.

    다시 타보니 그래도 뭐 장마기간동안 심하게 몸이 망가지지는 않았더군요.

    청죽님 없는 왈바는 오일빠진 유압브레이크와 마찬가집니다...잉? 뭔소리? ㅋㅋ

    자주 오셔서 오일좀 채워주세요~~

     

  • 청죽 갑장님.!!

     드뎌 싸나이 계절이 다가 오는 가.....?

     

    반갑습니다.^^

  • 자전거 여행은 역시 강원도가 최고죠?^^

    업힐에 늘 한탄하면서도 해마다 찾아가지니 중독성은 대단합니다.

  • 엊그제 풀민님 글을 보고
    청죽님의 움직임을 느꼈습니다.

    동정이 궁금했던 분들이 오시니 참 좋습니다.

    좋은 사진, 글 잘 봤습니다.
  • 올만 장거리 라이딩에 고생은 없었는지요.

    저도 근 1년여 만에 재활 라이딩 중입니다만

    지금도 언제나 당당한 애마를 바라만보고 있어도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06년생이니 이제 자전거로 치면 중년이랄 수 있겠는데

    주인을 고분하게 맞아주고 또 탈없이 잘 달리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풍성한 추석 기원합니다. 

  • 십년 전 여행갔던 평창에서 보았던 풍력발전기를 보니 옛기억이 새롭네요 그땐 자전거를 시작하기 전이어서 자가용으로 갔었는데

    잔차로 가면 또 다른 여행의 맛을 볼 수 있겠다는 경외감이 드네요

    언젠가 저도 님처럼 잔차타고 호적하니 함 다녀와야겠네요

    사진 잘 보고 갑니다

  • 다시 주옥같은 푸른글체와 필력을 가지고 돌아 오심에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 입니다.

    배맛이 올 해는 어떨지....배맛을 보러 가게되면 한 번 들르겠구요 왠쑤도(?^^) 갚아야 하고...ㅋ

    가족분들과 한가위 잘 보내십시요...^^

  • 정선.. ㅎㅎ.. 추억이 어린 곳이네요..

     

    80키로라는 말에 동행했다가 120키로 산길을 지긋지긋하게 돌아왔던 기억이..ㅎㅎ..

     

    그래도 항상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뭣때문일까요?

     

    다행히 그때 120키로 돌면서 헤메인 탓에 가리왕산 길만큼은 남들보다 아니.. 남들만큼은 알고 있다고 했는데...

    안가본지가 5년이나 지나버렸네요..

     

    언젠가 다시금 가게 될지 모르지만.. 가고픈 곳이죠

  • 사진을 보다보니

    그 징글징글한 업힐을 또 하고 싶자나요~~~~~~ㅠㅠ;

    진짜 또 가고 싶은 곳이 강원도입니다 ㅎㅎ

    감솨합니다^^

  • 평창도 많이 바뀐 것 같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 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사진 잘 봤숩니다.

    그리고 혹시 금도에 글 올린신 청죽님이신가요? 

  • 오랫만에 글 읽었습니다.

    떠나고 싶을때 떠나보고 무작정도 떠나보고...좋습니다.

  • 강원도 살면 강원도도 별거 없어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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