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선비님은 맨날 어쩌다 오셔서 흔적만 남기는 '객' 처럼 말씀하시지만 이미 왈바인으로 동화된지 오래임을 저는 잘 알고 있답니닷!
울나라의 가을은 지금 어떨까? 가장 좋을때 그곳을 떠나 있는게 사실 너무 억울한 마음이 있습니다.
사진으로 억울한 마음을 증폭시켜 주시는군요!
저는 시애틀이라는 이곳에서 시공간을 포함해 계절의 느낌를 분실해버린것 같습니다.
한국을 벗어나면 늘 그런 느낌이 듭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체득하고 있던 그런 계절이 아닌 낯선 이국에 와있다보면 늘~~ 한동안은 괜찮은데 시간이 지나면 이 어색함을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이곳에는 없습니다. 아니...원래부터 제 맘속엔 그런것이 없는 건조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보니 울나라 있는동안에도 제 감정은 그냥 늘 흑백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냥 부분 부분을 더 색칠하려고 가끔 이렇게 물감사러 멀리 나오는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제 자신, 스타일을 잃어버린지 오래라서요...
보아하니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온갖 모임이 있고 늘 떠들며 얘기들을 나누지만, 그 사람들의 바쁜듯한 삶의 이면에서조차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사람들이 느끼는 바탕에 깔린 절박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게 제 느낌이군요.
제가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서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저는 나름의 스며드는 방식이 있어서 별달리 색안경을 끼고 보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이 안보려고 노력하는데도 보이는걸 어쩌겠습니까.
먹고 사는 문제가 크게 삶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큰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거 아닐까 싶다가도, 그나마 우리나라 수준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사는 나라도 전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사치스런 욕심일 뿐인지 택도없는 애국심은 바로 던져버리자고 스스로 생각하고 맙니다.
늘 삶에 허덕이던 어린시절 산동네 살적을 생각해보니 그에 비하면 편안해진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십년이 지나도 이십년이 지나도 늘 상대적으로...너무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서구사회를 보다보면 솔직히 괜히 미운마음 드는걸 어쩌겠습니까?
아직도 가끔 'XX 새마을 금고 '가 선명히 찍힌 얇은 달력을 찢어 비비고 비벼 응가를 닦는 그 느낌이 문득문득 생각나는걸 보면 저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아닌가봅니다.
미래는 모르겠고 다음주가 걱정인지라~ 다음주쯤에는 목적지도 없이 오레건주로 캠핑을 떠나려고 작정하고 있는데 눈치를 깠는지 큰누나가 벌써부터 배수진을 쳤습니다.
시애틀을 벗어나면 캠핑 안보낸다고 ㅋㅋ 아놔~~ 내가 나이가 몇갠데 보내고 안보내고 아 거참...아 놔~~ 나 지금 마흔이거등? 응?
한국에 있을때는 서로 생존여부도 모를 정도로 살다가도 한집에 조금 오래 있다보니 다시 엮이게 됩니다. 뭐 그러니까 가족이겠죠. 이럴까봐 일주일 이상은 안머물려 했는데 흑.....조카들 땜에....퇴깽이 같은 조카들 땜에 ㅜㅜ
극한까지 내 자신을 내 몰아치고 싶어 나왔는데, 누나나 매형은 둘째치고 3명의 조카들과 Oreo 라는 쿠키같은 강쥐 새끼땜에 맘이 무척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긴 뭐 짧은 시간동안 요단강 넘나드는 경험을 여러번 하긴 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더 할게 많아지는게 바로 이 크나큰 땅덩어리 아니겠습니까?
매일 매일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아! 오늘은 김장 했습니다. 이넘의 노가다 근성이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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