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논네께서 뒤늦게 노처녀 따님을 여의셨습니다.
"나중에 우리 친구 셋이서 임도나 한 번 타세."
열 살이나 연배이신 이 분을 보고 처음엔 어르신이라 불렀는데
"창창한 이팔청춘을 보고 아주 늙쿼서 죽일 작정이얐!!!
하는 호통에 형님이라고 불렀지만. "내가 왜 당신 형님이얐!!! 하며
호통은 여지없이 날아오더군요.
"그냥 우리 편하게 친구하자구."
그래서 갑장님과 저는 이 냥반을 친구삼기로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친구논네께서 따님을 여의신 기념으로 노고산 임도를 탔습니다.
활엽들이 우수수 쏟아진 늦가을 산행은 다소 을씨년스러웠지만
해마다 가을을 앓는 내겐 더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노고산 임도를 다 타고 내려왔는데 갑장님께서
"저 쪽으로 한 번 더 올라가 볼까요?"하기에
조금 가파른 고개를 또 올랐습니다.
제일 부러운 게 단체라이딩의 찍사들입니다.
저도 카메라 들고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정신없이 페달을 밟으며 사진을 찍어 봤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군요.
두 번째 고개를 오르는데 초장부터 다리가 뻐근합니다.
그런데 갑장님이 맨 앞에서 갑자기 속도를 내기에 죽기살기로 따라붙으며
"아이고, 왜 이렇게 사람을 잡으십니까?" 하고 묻자,
"쉿, 저 노인네께 선두를 내어 주면 우리 둘 다 몰아죽습니다. 우리가 살 길을 찾는 거죠."
열정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도 좋아하던 산에서 결국 생을 마감한
고 박영석 대장을 떠올리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활화산처럼 살다가 간 그의 열정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합니다.
지천명이 넘도록 채 불이 붙지 못한 젖은 나무 신세와도 같은
제 삶의 여정을 이따금 한탄합니다.
마흔이 넘어 타기 시작한 자전거의 안장에 앉아
풀무질하듯 페달을 열심히 밟으며
뒤늦게 젖은 나무에 불을 붙이기라도 하듯
멀어져가는 가을의 정취 속을 내내 달린 하루였습니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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