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첨부파일기능이 정상으로 복구되었습니다. 100%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글쓰는데 큰 지장은 없게 되었네요.
기념으루다가 며칠전 올리다 포기한 버섯따기를 빙자한 설국체험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원래 계획이 있었던것은 아니고 누군가에게 첩보를 들었죠. 마운트 레이니어에 송이버섯과 기타 버섯이 엄청 많다는것입니다.
무조건 고고씽 했습죠.
근데 도착하고 보니 어제 새벽까지보던 weather.com 의 기상정보는 정확했습니다. 새벽4시까지 눈이 많이 왔고 서쪽도로가 통제되었는데 낮에 재개통된길은 여전히 50%만 진행할 수 있더군요.
그래도 간만에 눈구경을 하니 좋았습니다. 허구헌날 비만 보다가....
레이니어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나자 마자 갓길에 공터가 조금 있어서 아무데나 차를 세웠습니다.
눈에 파묻혀서 버섯은 커녕 무한포기도 못찾을것 같았지만, 싸나이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죠.
어쨌든 일단 눈구경은 좀 해주고나니...눈깔이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승용차였던지라 눈길엔 잼병이니 높이 올라가지도 못하고 헛발만 굴렀습니다.
한국도 지금 눈이 왔나요? 시애틀에서 눈구경 한번도 못하고 맨날 비만 왔는데, 역시 1년내내 만년설을 자랑하는 '영산'이라 불리우는 미국의 몇안되는 대표적인 산이다보니 그 이름답게 멋진 눈을 보여주네요.
나무위에 내린 눈꽃이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사실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입니다.
버섯하나 캐보자는 일념으루다가 급격한 산비탈을 눈에 빠지며 무작정 올라갑니다.
신기한건 눈에 덮혀 있는 산이지만, 사방에서 솔솔 버섯향기가 납니다. ㅎㅎㅎ
무작정 산속을 헤메며 나뭇가지로 바닥을 뒤지고 다닙니다. 버섯은 얨병~이건 뭐 풀도 잘 안보입니다.
그렇게 1시간 반을 마구마구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득템했습니다.
어릴적 이후 본적이 없는 싸리버섯이 거짓말 조금보태서 제 머리만한게 떡하니 있는겁니다. 급격한 산비탈에 말이죠.
눈에 파묻혀서 시들시들해지긴 해진데다가 왈팩에 넣어오느라 다 부숴졌네요.
그리고 함께 채집한 꾀꼬리 버섯입니다. 요게 또 별미더라구요.
사진은 집에와서 찍은것이구요.
첫 버섯을 득템한 이후 갑자기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이라면 무조건 내려만가면 민가요. 개울따라 가면 슈퍼도 나오고 펜션도 나오고 뭐 그렇습니다. 능선도 보이고 소나무 모양도 다양하고 길찾기가 수월한 편이죠.
하지만, 여긴 그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다보니 아.....
지형을 아무리 살펴봐도 능선따위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울창하고 빽빽한 산림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모두가 쭉쭉 뻗은 비슷한 모습이라 이건 뭐 나무 형체로 길을 찾는것도 불가능해보입니다.
이쪽을 둘러봐도
저쪽을 둘러봐도
여전히 경치하나는 끝내줍니다.
이내 급격히 공포가 엄습해옵니다.
[아이 슈든 비 얼라이브] 라는 케이블 채널에 나오듯 산속에서 길잃고 헤멜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죠.
구름에 가려 태양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방을 봐도 방향을 모르겠습니다. 무작정 몇군데 방위를 정하고 계속 가봅니다.
눈이 왔어도 푹푹빠질정도는 아니다보니 오히려 발자국도 잘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헤메며 다닌덕에 발자국 자체가 별 도움도 되지 않는 그런 상황입니다.
한동안 집에서 푹 쉬다가 간만에 극심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트레일 믹스 4개랑 버섯이나 뜯어먹으며 CNN 뉴스에 나올 준비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긴장을 풀고 릴렉스하자.....하는 생각에
결코 그래서는 안되지만 산중에서 담배를 하나 물고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봤습니다.(산에서는 여간해서는 안피우지만 늘 재떨이는 갖고 다닙니다) 죽고사는 문젠데 담배한대가 뭐 대수겠습니까?
일단 진정하고 주위를 살펴본후 다시 돌아다녀봤지만, 갈수록 점점 더 길을 잃는 기분입니다.
그 이후 헤맨시간만 또 다시 40분 가까이 헤맸네요.한참을 더 헤메다가 어찌어찌 운이 좋게도 방향을 잡았습니다.
정말이지 아찔하더군요. 게다가 눈이 온 상태에서 밤에 영하 7도이하로 떨어지던 지역인지라 이런저런 대책을 마구 생각해내었지만 다행이도 길을 찾았습니다.
만약 반대방향으로 계속 진행했다면 정말 뉴스에서나 만나게 되었을지도 ㅋㅋ
길을 찾으니 이건 뭐 금새 평정심으로 돌아오더라는....송이를 하나도 못캔것이 아쉬워 오는길에 한군데 더 들렸습니다.
여기는 차가 눈때문에 아예 못올라가서 중간에서 20분정도만 시도해봤는데 차량 수십대에 사냥꾼 수십명이 총들고 다니는통에 무서버서리 걍 포기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10대들도 엽총들고 사냥다니는 나라니까요. 지들도 걱정되는지 구명자켓같이 형광색 옷을 왜 안입었냐고 매우 걱정스럽게 말해주는군요.
더 헤매단 총맞겠다 싶어 집으로 왔습니다.
목숨건 채집활동후에 집에 가져온 버섯은 조카들도 그렇고 아무도 안먹네요 ㅜㅜ
저만 들입다 술안주로 볶아먹고 있습니다. 생존의 기쁨을 부여잡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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