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산 임도에서.
◆업무보고형◆
까다로운 상사에게 보고하듯 시시때대로, 시시콜콜 집에 전화를 거는 유형.
이런 유형 중에 심지어 가파른 업힐 중에도 전화를 거는 분이 있다.
"응, 지금 누구누구와 어디쯤에 와 있어."
"지금 점심 먹는 중야."
"헉헉, 지금 xx고개를 헉헉, 올라가고 있어 헉헉."
◆관리형◆ 라이더가 수시로 집에서 오는 전화를 받는 유형이다. 제때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불문율이라도 있는지 빡센 업힐 중이라도 전화를 받느라 숨이 넘어가는 광경을 이따금 목격한다.
◆원천차단형◆ 하는 고함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라거나 시장을 봐 오라거나 집안 청소를 시킨다거나 하는 등의 온갖 일을 떠안겨 자전거 타는 일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하는 유형. 이따금 자전거에 핀 곰팡이를 제거하는 게 자전거와 함께하는 소일거리다. ◆백년해로형◆ 부부금슬이 좋아 늘 같이 자전거를 타는 유형. 정말 부러운 유형이기도 하다.
◆보호관찰형◆ 취미가 같아서 그런 경우는 예외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배우자가 죽자사자 따라다니는 유형. 장거리? 걱정 마시라. 어디고 따라다닌다. 서로 손목에 수갑만 차면 영화에서 많이 보던 장면일 텐데 그 정도까진 아닌 게 다행이다.
◆방목형◆ 얼마나 오래 자전거를 타든지, 어딜 가든지, 연락을 하든지 말든지, 그저 가축 들에 놓아먹이듯 방치하는 유형. 밤 열두 시가 넘어 소식이 없으면 생사 확인차 딱 한 번 전화는 온다. 靑뭐시깽이란 인간이 이 유형에 속한다.
◆유기형◆ 어딜 가거나 말거나 집에 들어오거나 말거나 아예 관심을 끊는 유형. 자유란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환상적인 유형이긴 하지만 때로 외국에서 난 물난리 뉴스보다 관심이 덜해 자칫 소외감을 느낄 개연성이 있다.
◆소박, 혹은 강제집행형◆ 자전거를 타기 싫을 때도 가끔은 있기 마련. 집에서 빈둥거리려 하지만,
"아니 이 냥반이 자전거는 안 타고 웬 꾀를 부리고 그래요?" "오늘 친구들이 왕창 몰려온다니까 나가서 자전거나 타고 오세요." "운동을 꾸준히 해야지 그럼 못 써요. 얼른 나가지 못해욧!!!"
하는 지천과 함께 내몰리며 운명적으로 자전거를 타야만 하는 유형.
◆강퇴형◆ 자전거를 중고시장에 내다 팔아버리거나 누굴 줘버리거나 부숴버려서 아예 못 타게 하는 유형. 예전에 부상을 입고 옷에 피철갑을 하고 들어갔을 때
"이 망할놈의 자전거 때문에..."
소리치며 마누라가 망치를 들고 달려드는 걸 겨우 말리지 못했으면 꼼짝없이 이 유형이 될 뻔했다.
어쨌든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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