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부용천에서
"쉿, 아빠 또 빙의됐어.큭큭"
티비 프로그램 중 가장 즐기는 게 다큐멘터리인데
간혹 가슴이 뭉클한 장면에 몰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는데
그렇게 몰입하고 있는 날 보고 애들이 놀리는 말이다.
무언가에 곧잘 몰입하는 성격 탓에
어려서부터 영화를 그렇게 좋아했나 보다.
그런데 케이블 채널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가장 싫어한다.
상영 중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지겨운 광고는
몰입경의 나를 현실 세계로 가차없이 구인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본다고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12/5) 중랑천 석계역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혹한의 계절이 왔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반사적으로 자전거를 몰고 한강으로 향한다.
매서운 칼바람에 눈보라까지 휘몰아치기라도 하면 금상첨화.
평소 잘 안 다니는 중랑천~한강 자전거도로를
혹한기에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산함 때문이다.
평소 북적거리던 자전거도로는 강추위가 몰아닥치면
더할 수 없이 한산해지는데 '외로움'이란 약간의 독소만 빼면
한가로움과 자유로움의 정수를 오롯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고 추위를 전혀 타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매섭고 차가운 맞바람, 눈보라와 맞딱뜨리면
예의 그 '몰입'이 여지없이 발휘된다.
만주벌판과 연해주를 누비던 항일 독립군이 되기도 하고
거대한 중국 대륙의 엄청난 침략군에 맞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오랜 세월 우리 땅을 사수했던 대고구려의 용사가 되기도 한다.
귓전에 윙윙거리는 거센 바람소리는 처음엔 소음처럼 들리지만
묵묵히 페달을 밟다 보면 현실 세계의 차단막 역할을 하면서
격변의 역사 속으로 점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얼어오는 손과 발의 아릿한 통증은
자각하는 일 자체가 사치가 되고 엄살이 되기 마련이다.
이 모든 일이 자전거를 너무도 좋아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기에 가능하리라.
'하루 20만보' 별명의 강아지 우리 말티즈 토미 녀석이 사단이 났다.
왼쪽 뒷다리 '쓸개골탈구3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게다가 고환도 제 자리에 위치하지 않아서 수술해야 한단다.
이번 주말에 2가지 수술을 한꺼번에 해 주기로 했다.
없는 살림에 6,70만 원 정도 깨지게 생겼다.
무릇 살아 있는 생명과 정을 주고받으며 교감하는 일에는
애틋한 생명을 건사해 줄 책임도 따르기에 감수해야 할 일이리라.
수술이 무사히 잘 되었으면 좋겠다.
자전거가 좋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