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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일어날 일

구름선비2011.12.21 14:56조회 수 2461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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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꿈속에서 글을 쓰다 깨었다.

평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닌데도 꿈속에선 소설가처럼 글을 잘 써 나간다.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꿈속의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옮긴다고 옮겼지만 중간에 자꾸 각색이되네요^^;;)

===========================================================

나는 오랫동안 무엇엔가 열중하다가 지쳐서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가 봤던 선경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그 이전에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아재'의 집은
기억속에 아련하기만 한 것이었다.

 

아재의 아버지, 즉 나에게 할아버지 뻘 되는 분은
등이 90도로 굽은 백발의 노인이었는데 촌수는 어떻게 되는지 몰라도
아버지는 그에게 거리낌이 없이 말하였고
나이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노인도 아버지에게 친구처럼 대했던 기억이 있다.

그에겐 아버지와 노인의 나이 차이와 비슷한, 그러니까 아버지와 별 차이 없는 아들이 있었다는 것이
기억의 전부이기도 하다.

 

그 때 아버지는 길이 꽤 익은 듯,
칠부능선에 난 으슥한 산길을 헤치며 나를 데려갔었다.
그렇게 한참을 진행하다가 멈춰서서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난 작은 공간으로 보이는
하천 한 곳을 보여주었었다.

 

그 풍경이 어떠했는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어린 나의 뇌리에는 그 곳이 '선경'으로만 기억되어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만 한 선경,
곧 아재네 집으로 가기 위해 거의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 칠부능선의 숲길을 두고
지도를 바탕으로 하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그 곳을 찾아가고자하였다.

 

 

아마 그동안 노인은 돌아가셨을테고 아버지와 나이차이가 많지 않던 그 아재도
칠십대 노인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나는 지도를 마련하고 주변의 지형지물을 기억하고는 답사계획을 세웠다.
나침반도 준비하고 배낭엔 충분한 음식과 야영도구도 갖추었다.

 

전에도 있었는지 모르나 하천 주변으론 길이 있었고
나는 길을 따라 선경이 어디였는지 찾아보자는 계획이었다.

 

혼자서 가는 길은 외롭지만 또 한 편으론 많은 생각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왔던 기억,
청소년기와 어른이 되고 난 후의 내 인생을 되짚어보며
꿈 속 같은 샹그릴라를 찾아가는 즐거움
나는 그것을 느끼고 싶었다.

 

어렵지 않게 선경으로 점쳐지는 주변에 도착하였지만
그 곳이 어딘지 찾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주변의 마을을 찾아 어린 기억과 느낌을 묻기로 하였다.


마을은 삼십여 호,
서너명의 노인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중 나이 많으신 어른을 상대로 기억을 털기 시작했다.

 

나는 그 곳이 용소마을이라는 것과
등이 굽은 노인이 아들 하나와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 전 일이지만 노인은 아는 것이 많은 분이었고,
그 아들 또한 비범한 것이 있었으며
노인이 돌아가시고 아들은 볼 수 없었으나
십 몇 년 전 돌연 나타나 용소 주변에 작은 움막을 짓고 살았단다.

 

일견해서 정신나간 사람같았으나 순간순간 뱉어내는 말들 중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예리함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나타나서 몇 년이 지나고 어느해인가
아마 개띠해인 것 같다고 했다.

그 때 그는 미친듯이 돌아다니며 알 수 없는 말을하였다고 하는데
심지어 그는 말을 마치고 포효하듯 하늘을 보고 웃었으나 그게 웃는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얼마 후에 김일성이 죽었다.
마을사람들은 그가 그 사실을 얘기하고 싶어했다는 막연한 추측을 하였다고 했다.

 

 

준비를 완벽하게 하였다고는 하지만 겨울에
그것도 잘 알지 못하는 곳을 찾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인들과 작별한 후 나는 용소 주변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가 지금도 살고 있는지, 살고 있다면 어린 기억속의 그 사람이 맞는지
아버지가 무언가 알고 있었듯이 그도 알고 있는지,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 아버지가 아재라고 불렀던 분과는 어떤 사이였는지
여러가지가 궁금해서 떠난 길이었다.

 

산에서 봤을 때 선경이었다면 가까이에서도 빼어난 풍경을 지녔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주변을 찾아봐도 그저 평범할 뿐
기억속처럼 빼어난 풍광은 없다.

 

하천이 굽이굽이 바위와 바위 사이를 흐르고
주변에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흔들고 있을 뿐
혹여 가을이라면 그런대로 괜찮은 풍경일지 모르나
지금의 것으로 본다면 특이할 것이 없는 것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오던 그 때에 아버지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하였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란다"

케케묵은 기억속에도 그 말이 남아있음이 신기롭다.


그런데 하천을 따라 용소의 거의 모든 곳을 답사하고
이제는 더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념하던 그 때에
하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노인을 발견하였다.

 

서로 눈길이 마주친 순간,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나를 찾아왔지? 춘부장 성함이*** 아닌가?"

"마을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하던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잘 찾아왔네. 그래서 선인들이 때가 있다고 했나봐 허허"
"..................."

 


나는 그가 이끄는 작은 집으로 갔다.

맛을 본 적 없는 낯 선 차를 마주하고 앉아 그가 말했다.
"자네 아버지와 내 어버지가 어떤 사이인지 궁금했지?"
"네"

"그냥 마음을 터 놓고 사는 사아였다네"
"............."

"자네가 나를 찾아 온 것을 보니 때가 되었구만"
"?????"

"이따가 헤어지고 집에 가거든..."

"아니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무슨 말인지 들릴것이네"

"그러면 자네아버지와 내 아버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네"
"예"

 

개띠 해에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던 그의 모습은 없었다.
담담하고 이제는 다 알고 있다는 자신감과 그것에 순응해야하는 의젓함이 그를 표현하는 말이 될 것이다.

나는 그와 여러마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모를 끈이 존재함을 느꼈다.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그
나에게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끈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오는 길,
찾으러 떠났던 선경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기억의 저편,
무언지 모를 의식을 느꼈다는 것과
그리고 곧 다가 올 미래,
내일일지도 모르는
'들리는 말'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DSC_124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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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몸의 분신 역시... (by ........) 곧 있으면 뮤직뱅크합니다, (by hkr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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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어찌 꿈을 이리도 리얼하고 한 편의 수필 처럼 쓰실 수가 있으신지요...저는 꿈을 꿔도 일부분만 기억나고

    전체적인 기억은 별로 나질 않는데요.    꿈에 관한 글 잘 읽어 봤구요 미리 클쑤마쑤 임돠요...^^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신거죠...

  • eyeinthesky7님께

    공감...!!

  • eyeinthesky7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1.12.22 07:56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저도 대충 스토리는 비슷한데
    세부적인 것은 자꾸 각색이 되어서 꿈속의 그것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난 또 제목보고 정일이 정은이 사고치는거 얘긴줄 알았슴다 ㅋㅋㅋ

     

  • 쌀집잔차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1.12.22 07:50 댓글추천 0비추천 0
    비슷하게는 보셨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죽는 얘깁니다. ㅎㅎ
  • 그러니까 저 터널 안에 레일에 바퀴 끼어 사고나면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틈이 메꿔지지 않았다면 저건 정말 위험한데...

  • 십자수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1.12.22 11:54 댓글추천 0비추천 0

    십자수님,
    얼마 전에 어떤분께서 쓰신 글을 보셨군요.
    제가 보기엔 그 분이 뭘 모르고 쓰신게 맞습니다.
    철로 전체를 싸바르지 않았다면 맞을 수도 있는데 도로의 폭이 넓어지는 곳에
    레일 일부를 그대로 보이게 놓아둔 곳을 말씀하시나본데 안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보입니다.

    위의 사진의 터널구간은 더우기아니구요.
    뜬금없는 댓글감사합니다. ㅎㅎ

  • 십자수님께

    넘어진 사람이지요. ㅎㅎ

     

  • 십자수님 뜬금없는 댓글에 댓글 남깁니다.   안녕하시지요?   ^^

  • 반월인더컴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1.12.23 22:03 댓글추천 0비추천 0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 "문인이 꿈을 꾸면 명문이 나오고

    화가가 꿈을 꾸면 몽유도원도가 나온다."는 생각이 납니다. 

  • 탑돌이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1.12.23 22:04 댓글추천 0비추천 0

    탑돌이님의 격려 감사합니다.
    여기는 눈이 내립니다.
    그 쪽 날씨는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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