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배추를 씹노라면 대지의 싱그러운 향기가 입안에 가득하다. 게다가 그 봄동배추 위에 생김 한 장과 물미역을 깔고 과메기 두어 점을 올린 뒤 마늘, 파, 풋고추에 초장을 얹어 입에 넣기 전 소주 반 잔을 입안에 털어넣고 굴린 다음, 과메기 쌈을 넣고 우걱우걱 씹노라면 삼천리 금수강산의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진다.
덜 익은 땡감을 씹을 때처럼 기름진 과메기는 입안을 꾸득꾸득하게 만들기 시작하면서 봄동배추와 마늘, 풋고추, 파가 씹히며 대지의 바람이 불고 싱싱한 물미역은 급기야 해풍을 몰고 온다. 바닷바람과 대지의 바람이 한바탕 어울어진 소용돌이가 지나고 난 후 마지막까지 남는 건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해지는 과메기의 육질이다. 소주 한 잔에 과메기 한 점 먹는 낙이 이럴진대 어찌 임금의 수랏상이 부러우랴.
올해도 어김없이 본고장 과메기를 주문했다. 작년 12월 말경에 청어 과메기를 먹었는데 당시 날씨가 이상 고온이 계속돼 차가운 해풍에 말릴 겨를이 없어서 그랬는지 비린내가 심하게 나서 버렸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생선이다. 가장 싫어하는 음식 또한 생선이다. 어머니께서 틈만 나면 "우리 큰애는 섬으로 장가를 보내야 해." 하셨을 정도로 생선을 유독 좋아했다. 그러나 상하진 않았더라도 조금이라도 맛이 간 생선은 왜 그리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초겨울의 실패도 있고 해서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걸 보고 인터넷으로 3줄(한 줄에 20마리)주문했는데 다음날 바로 도착했다. 이번엔 아주 싱싱하다.
나 외의 식구들이 과메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행운이랄까? 크크. 나만큼이나 과메기를 좋아하시는 갑장님을 모시고 소주를 곁들인 성찬을 별였는데 첫 성찬은 껍질째 먹는 방식이었다. 과메기의 영양이 껍질에 가장 많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둘 다 잘 알 뿐더러 실제로 고소한 맛이 한결 더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껍질을 벗겨서 차려 보았다. 보통 한 번의 성찬에 들어가는 양은 정확히 다섯 마리다. 따라서 요번에 올린 과메기로 열두 차례의 성찬을 벌일 수 있다.푸헬헬.
깨끗이 손질한 과메기를 다섯 마리씩 따로따로 종이에 잘 싼 다음 그 위에 은박지 쿠킹호일로 둘둘 말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만찬이 끝나는 12주 동안 늘 싱싱한 과메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아마도 예년처럼 겨울산 라이딩을 갈 때 도시락으로도 싸갈 것이다. 켈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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