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올해도 과메기 예찬

靑竹2012.02.01 00:10조회 수 3049댓글 4

    • 글자 크기


 

 

봄동배추를 씹노라면 대지의 싱그러운 향기가 입안에 가득하다. 게다가 그 봄동배추 위에 생김 한 장과 물미역을 깔고 과메기 두어 점을 올린 뒤 마늘, 파, 풋고추에 초장을 얹어 입에 넣기 전 소주 반 잔을 입안에 털어넣고 굴린 다음, 과메기 쌈을 넣고 우걱우걱 씹노라면 삼천리 금수강산의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진다.

 

덜 익은 땡감을 씹을 때처럼 기름진 과메기는 입안을 꾸득꾸득하게 만들기 시작하면서 봄동배추와 마늘, 풋고추, 파가 씹히며 대지의 바람이 불고 싱싱한 물미역은 급기야 해풍을 몰고 온다. 바닷바람과 대지의 바람이 한바탕 어울어진 소용돌이가 지나고 난 후 마지막까지 남는 건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해지는 과메기의 육질이다. 소주 한 잔에 과메기 한 점 먹는 낙이 이럴진대 어찌 임금의 수랏상이 부러우랴.

 

올해도 어김없이 본고장 과메기를 주문했다. 작년 12월 말경에 청어 과메기를 먹었는데 당시 날씨가 이상 고온이 계속돼 차가운 해풍에 말릴 겨를이 없어서 그랬는지 비린내가 심하게 나서 버렸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생선이다. 가장 싫어하는 음식 또한 생선이다. 어머니께서 틈만 나면 "우리 큰애는 섬으로 장가를 보내야 해." 하셨을 정도로 생선을 유독 좋아했다. 그러나 상하진 않았더라도 조금이라도 맛이 간 생선은 왜 그리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초겨울의 실패도 있고 해서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걸 보고 인터넷으로 3줄(한 줄에 20마리)주문했는데 다음날 바로 도착했다. 이번엔 아주 싱싱하다.

 

나 외의 식구들이 과메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행운이랄까? 크크. 나만큼이나 과메기를 좋아하시는 갑장님을 모시고 소주를 곁들인 성찬을 별였는데 첫 성찬은 껍질째 먹는 방식이었다. 과메기의 영양이 껍질에 가장 많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둘 다 잘 알 뿐더러 실제로 고소한 맛이 한결 더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껍질을 벗겨서 차려 보았다. 보통 한 번의 성찬에 들어가는 양은 정확히 다섯 마리다. 따라서 요번에 올린 과메기로 열두 차례의 성찬을 벌일 수 있다.푸헬헬.

 

 

 

  

 

깨끗이 손질한 과메기를 다섯 마리씩 따로따로 종이에 잘 싼 다음 그 위에 은박지 쿠킹호일로 둘둘 말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만찬이 끝나는 12주 동안 늘 싱싱한 과메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아마도 예년처럼 겨울산 라이딩을 갈 때 도시락으로도 싸갈 것이다. 켈켈.



    • 글자 크기
천보산 (by 靑竹) 강촌 스노우 라이딩 오십시요... (by treky)

댓글 달기

댓글 4
  • 강아지가 주인에게는 관심이 없고 ,  그의 손에 들려있는 고깃덩어리를 흘긋 거리듯

    반가운 천보산 라이딩 사진 보다는 자꾸만 과메기 성찬이 아른거리니...참...

     

    찬사가 절로 나오는 식후감입니다.    

  • 탑돌이님께
    靑竹글쓴이
    2012.2.2 18:23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직도 인도에 계신 건가요?

    아른거리시는 걸 보니 탑돌이님께서도 과메기의 맛을 잘 아시는가 봅니다.ㅎㅎ

     

  • 靑竹님께

    따님 오신다기에

    아적 기다리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靑竹님~~

    오래간만입니다.

    먹고살기 바쁘고 또 다른 일 때문에 왈바도 점점 뜸해지네요.

    글이 올려진 것은 알았는데 읽어보지도 않고 댓글도 달지 못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겠죠.

    저는 음식에 있어서 좀 여유롭지 못한데
    과메기도 그 하나인 것 같습니다.

    마누라에게 말해 봤더니

    '비싼' 음식이라는군요.

    녹색 글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069
185917 스마트폰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선 에어울프가 땡기네요...ㅋ9 mtbiker 2012.02.04 4295
185916 홀릭님...5 eyeinthesky7 2012.02.03 2966
185915 어느 분께서 도와줄 수 있을런지...7 뽀 스 2012.02.03 3077
185914 그 놈의 과메기...1 뽀 스 2012.02.03 2937
185913 고대하던 스노우라이딩5 靑竹 2012.02.02 3076
185912 뽀스님 보세요1 땀뻘뻘 2012.02.01 2976
185911 리더를 잘 만나야...12 靑竹 2012.02.01 3055
185910 천보산2 靑竹 2012.02.01 2937
올해도 과메기 예찬4 靑竹 2012.02.01 3049
185908 강촌 스노우 라이딩 오십시요...2 treky 2012.01.31 2875
185907 오랜만의 눈다운 눈1 Bikeholic 2012.01.31 2784
185906 목수님이..."아야" 한데요.7 뽀 스 2012.01.31 2885
185905 대장, 하늘, 키...구정때 못먹은 국시...4 나홀로 산행 2012.01.31 2983
185904 생각의 사이4 목수 2012.01.30 2842
185903 따뜻해지면 좋겠다...2 뽀 스 2012.01.30 2810
185902 야탑근처 동호회 ?1 타락잔차 2012.01.30 2864
185901 브로컨~ 애로우~ 전쟁영화? ㅎㅎ.. 사법부와의 전쟁!! 부러진 화살2 rampkiss 2012.01.30 2797
185900 혹시 공항근처에 싸고 좋은 밥집이나 부페있을까요? 조만간에 아버지 생신인데..... 그래도 고모들이랑 할머니 약 20여명 들어가서 조용히<?> 식사나 할만한 공간 추천 좀 해주세요1 rampkiss 2012.01.30 2758
185899 홀릭님. 프로필 사진하나 바꾸고자 했는데...8 뽀 스 2012.01.29 2629
185898 "야!! 너 신문이나 하나5 뽀 스 2012.01.28 2718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