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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2月

구름선비2012.02.07 20:17조회 수 3710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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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때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2월 초순이 지나고 나면 슬슬 이가 악물어지고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더하군요.

매년 해야되는 공직자 재산등록의 기한이 다가오면서 느껴지는 것들입니다.

 

직업이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는다는 느낌,

나는 많이 깨끗하다고 자부하지만 남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자괴감이 밀려옵니다.

 

없는 농사꾼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남들 만큼의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공장을 전전하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노력해서
욕먹는 지금의 직장에 들어왔습니다.

들어 올 당시엔 아버지마져 반대하셨던 직장,
오랜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직장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경제가 피폐해지고
평생직장이 없어지면서 당시에는 우습게 보였던 저희 직장도 못들어와서 안달하는 그런 곳이되는군요.

인생은 살아봐야 안다고 그나마 눈치보지않고 정년을 채우고 나간다는 안도감뒤에는
나름대로 애로사항도 있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제도의 한 가운데서
점점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계급의 인플레가 그것입니다.
옛날에는 파출소장을 하던 계급이 이제는 발에 채이면서
빠른 시류에 편승하지 못한 저 같은 사람들은 그저 직장의 천덕꾸러기가 되었죠.

고생을 하고 나이가 들면 좀 편한 자리에 앉아야 하는 것이 보통의 직장이라면
이 직장에선 그게 안되는 것이죠.
최소한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그래도 정년은 지킬 수 있다는 안도감은 있습니다.
적은 월급을 받아서 못 먹고 못 입으면서 한 일이라곤
겨우 아이들 교육시키고 싼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게 내 능력이고 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기회는 균등한 것이고 노력하지 않았으니 승진하지 못했고
돈도 벌지 못했다면~~

 

처음 재산등록을 하던 때

가진것과 채무 등 모든 것을 채워나가다가 욕설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등록할 것이 없었습니다.
집도 없고 차도 없었으며 몇 푼 되지 않는 전세권,
아파트 당첨권이 전부였으니까요.

일찍 승진한 것도 아니었고,
누구에게 뇌물을 줄 능력도 되지 않았습니다.

또 어떤 사람에게서도 밥 한 그릇 얻어 먹을 능력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심을 받고 있다는 자괴감~~



그게 2월이 되면 다시 떠오르고

과연 처음 등록할 때보다 나아진 것이 무엇인지

나라가 잘 살게 되면서 생긴 집, 차

푼푼이 저축해서 생긴 것이 전부인 재산을 또 공개해야합니다.

 

다른 공무원은 어디까지 재산을 등록하나 보았습니다.

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
대학의 처장,실장
2급 이상의 군무원
6등급 이상의 외무공무원
경찰공무원에 준하는 소방공무원 등이네요.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세월에 배부른 소리라고 일축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도 싫어하셨던 직종에 들어와서 평생을 보내고
이제 정년 몇 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보니 그만큼 고생했으며 난세를 만나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일 뿐
직장이 좋아진 것은 아니며 인식 또한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원할때까지 아직은 더 봉사하고
끗해져야겠지요.

 

그러나 감히 묻습니다.

요즘 경찰관에게 뇌물 줘 보신 분 있나요?
뇌물을 받는 경찰관이 있던가요?

 

개인적으로 불편한 2월이지만

현직의 몇 년, 그리고 퇴직 후의 몇 년 동안에도
성실하게 재산을 등록할 것입니다.

 

그러나 불편한 심기는 어쩔 수 없군요.

 

사진은 춘천 소양강의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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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유압 디스크 케이블 커터 빌려 주실수 있으신분... (by treky) 며칠전부터 몇몇 기능이 오작동중입니다. (by Bike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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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 일반화로 인한 매도가 있다고 해도 자괴감을 가지실 것까지야 있습니까? ㅎㅎ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극도로 공직사회가 혼란한 시대에도 청백리는 늘 존재했으니까요.

    선비님께서 떳떳하시면 자부심을 가지고 사셔도 충분합니다.

     

    그나저나 2월 추위가 기승을 부리네요.

    오늘은 중랑천에 부는 바람이 낮부터 매섭더군요.

    요즘은 자전거 타시는 일이 뜸하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올해 들어 이틀인가를 제외하고는 자전거를 거르지 않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무엇보다 건강하십시오.

     

     

  • 靑竹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33 댓글추천 0비추천 0

    긍정적으로 봐 주셔서 갑사합니다.

  • 2월...

    3월을 준비하는 달 아니겠습니까...?

     

     

    종착역은 다 같습니다.

     

     

     

     

    사진 시원해서...고맙습니다.

  • 뽀 스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34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그렇지요. ㅎㅎ

  • 구름선비님은 사진작가고 업종전화하셔도 아무 문제 없을듯 합니다.

  • Bikeholic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34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렇지는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부에서 일하시는 분들 모두가 구름선비님 같다면....하는 공상중에서도 최상급 망상을 잠시해봅니다.

  • 짧은다리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36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가 이 글을 쓴 것은 재산이 적다거나 급료가 적다는 불만을 얘기하고자 함이 아니고
    이제는 청렴한 분위기가 됐다고 자부하는데도 가장 부패한 직군으로 분류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쓴 글입니다.

    관심 감사합니다.

  • 남의눈 너무 의식하지 마세요

    남의눈을  생각하면은 끝이 없습니다  ..

     

  • 줌마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45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그래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게 살고 있습니다.

    관심 감사합니다.

  • 선비님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다음에 시간 되면 뽀스행님, 스카이와 함께 한번 들릴께요^^

  • 키큐라7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46 댓글추천 0비추천 0

    감사합니다.
    키큐라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데
    젊은이의 사진이 나오는 것을 보니 바뀌신 것 같습니다.

    따스한 봄날 한 번 내려오세요.

  • 저도 비슷한 경험들을 하고 있습니다....ㅎ

    그냥 과도기라고 생각하는 편이 속 편할 것 같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진실이 불편한 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ㅠㅠ;

  • 쌀집잔차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47 댓글추천 0비추천 0

    공무원이 많지 않아서 공감하시는 분들은 적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못한데 '도독놈들' 취급을 받는 것이 불편해서 쓴 글입니다.

    관심 감사합니다.

  • 사진 좋습니다...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

    ,

    아궁이에 불때서 보리밥먹던시절,,

    헌고무신 가져다가 엿 바꾸어 먹던시절....

    ,

    어느사람이 보기에는 없는이의 푸념으로 들리지만...

    어느사람에게는 ,,가진자의 여유 로 보일수도 있다는것...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

    아직도,,한끼의 밥을 위해 꼭두새벽에 폐지를 줍는사람이 많은데...

    어찌  높은곳만 바라보며...

    ,

    용마루 올린 고래등같은 집은 아니지만,,그래도 집이있고,,

    사계절 맛난 음식 찿아다니지는 않지만,,그래도 밥은 굶지 않으며,,

    양귀비는 아니지만,,그래도 따순밥 차려주는 마눌님 있고...

    뭐!! 자식이야,,전생의 빛쟁이니,, 그러하다 하지만..

    국민학교 졸업하면,,공장이다 식모다,,팔아먹던 시절에 자란 우리가..대학공부 시겼고...

    사대부 대가집에서나 있을법한,, 전용가마 있고..

    쌀집아들 꼬득여서, 어렵게 타던 자전거가,,ㅋㅋ 뭐,,제법 그럴싸한넘으로 떡 버티고 있고..

    돌때나 어찌 받아보던 카메라 세례를,,신새벽 물안개 찍으러 들고 다니고,,

    부모남도 반대하던,,검사보란 넘 한테 쪼인터 까지던,,순사라던 직업도,,

    이제는 꿈의 직장,,검찰청과 맟짱 뜨는 세상이 되었고..

    멀리서 벗이 찿아오면,,박주에 고기 멏점 사줄수 있고...

    나오는 연금으로  자식신세 안지고,,그냥저냥 늙어 갈수 있고..

    ,

    아직 떨어지지않은 검은고무신을 ,,양회바닥에 문질러 ,,

    엿 바꾸어 먹던 코찔찔이 아해가,,, 이만치 이루었으면.,,

    내손으로,, 처절한 인생의 굴곡을 지나,, 이만치 이루었으면...

    이제는 ,,좀 쥐엄쉬엄 가야지,,, 좀 쉬엄쉬엄 갑시다..우리...

  • 산아지랑이님께

    아지랑이님 댓글이야말로 심금을 쥐어짜는 명댓글이군요~

     

  • 산아지랑이님께

    구구절절 체험에서 우러 나온 듯한 글이군요.

    모처럼 안면에 미소가득 지으며 글 읽습니다.

  • 산아지랑이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39 댓글추천 0비추천 0

    주변에서도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물론 저보다 못한 사람들도 많지요.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배 부른자의 불만'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위에도 적었듯이 봉급의 다소, 재산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름대로 청렴하게 생활하고 있음에도 그렇지 않게 보는 시선이 싫은 것입니다.


    저도 위도 보고 아래도 보고 사는 사람이고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도둑놈들' 취급을 받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지요.

  • 아지랑이님 말씀대로 그렇게 묵묵히 고생하며 떳떳하게 살아 이제 그정도 이뤘는데 마치 부정한 방법으로 치부한 듯 죄인취급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단 말씀이신 거지요...

    하지만 청죽님 말씀처럼 공직을 수단삼아 치부하는 몇몇 미꾸라지들 때문에 생긴 제도이니...어쩌겠습니까. 사실 진짜 큰 도둑들은 재산등록 따위 개나 줘버리란 듯 막장 치부를 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 씁쓸하실겁니다.

    전 제 가장 큰 재산인 잔차를 팔고 제 정체성의 근간이랄 수 있는 잔차질을 접어야 하나.... 고민 중에 있습니다. 화이팅 하십쇼.

  • onbike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40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가 무리한 것 중에 하나가 자전거입니다.
    지금도 마누라에게 바가지 긁히는 일 중에 하나가 자전거지요.

    관심가져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 남의 떡이 커 보여도 속을 들여다 보면 제 각각 사정들은 다 있군요.

    재산등록도 등록이지만 인사이동철이라 직장을 그만둬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은 시기입니다.

    다행히 선비님은 스트레스를 해소 할 수있는 취미들이 있으시니 행복 하십니다..

     

    그나 저나....

    산아지랭이님의 댓글은 정말 명댓글 이십니다.. 갑자기 뵙고 싶어지는데요...ㅋ

  • 아! 아찔합니다. 선비님 글도, 아지랑이형님 글도...어제 후배와 쏘주 한 잔하면서...'넌 지금 복에 겨워'라 했는데...그리 개운치가 않습니다. 신경 안쓰고 사는 편이지만...억울함이 느껴지면...힘들고 괴롭죠...그래두...롸딩과 함께 화이팅을 외쳐 봅니다.
  • 용용아빠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41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그래야지요.
    용용아빠님 감사합니다.

  • 선비님도 참...........

    봄이 다가오니 기분이 울쩍하신것도 아니고~~

    요즘 자전거 못타서, 사진 찍으러 외출을 못해서 그런 울쩍한 기분이

    내재되어 있다가 터진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구름선비님은 자괴감 느낄수 있는 그삶이

    제가 보기엔 참으로 부러운데요

    잘생기고 듬직한 아들도 있고

    재주 좋은 딸도 있고

    여우같은(???) 짝궁도 있고

    조금만 참으시면 연금도 나오고~~~

     

    스스로볼때는 별거 아닌거 같아도 다른사람눈에는 부러울수 있답니다

    그리고 구름선비님에게 한참 처지는 사람들 많답니다

    때로는 아래를 둘러보면서 살라고 하더군요

    너무 위만 보지말고요 ^^

    날이 좋아지면 둘이서 놀러 갈게요

  • stom(스탐)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2.2.11 00:42 댓글추천 0비추천 0

    스탐님한테는 항상 미안한 생각만 듭니다.

    봄빛 따스해지면 한 번 만나지요.

  • 잘 지내시죠?

     귀찮고, 골치아프고, 스트레스 받지만  재산등록 때문에 해마다 재산 가,감상태 한 눈에 알 수 있으니 좋은 점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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