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때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2월 초순이 지나고 나면 슬슬 이가 악물어지고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더하군요.
매년 해야되는 공직자 재산등록의 기한이 다가오면서 느껴지는 것들입니다.
직업이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는다는 느낌,
나는 많이 깨끗하다고 자부하지만 남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자괴감이 밀려옵니다.
없는 농사꾼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남들 만큼의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공장을 전전하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노력해서
욕먹는 지금의 직장에 들어왔습니다.
들어 올 당시엔 아버지마져 반대하셨던 직장,
오랜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직장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경제가 피폐해지고
평생직장이 없어지면서 당시에는 우습게 보였던 저희 직장도 못들어와서 안달하는 그런 곳이되는군요.
인생은 살아봐야 안다고 그나마 눈치보지않고 정년을 채우고 나간다는 안도감뒤에는
나름대로 애로사항도 있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제도의 한 가운데서
점점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계급의 인플레가 그것입니다.
옛날에는 파출소장을 하던 계급이 이제는 발에 채이면서
빠른 시류에 편승하지 못한 저 같은 사람들은 그저 직장의 천덕꾸러기가 되었죠.
고생을 하고 나이가 들면 좀 편한 자리에 앉아야 하는 것이 보통의 직장이라면
이 직장에선 그게 안되는 것이죠.
최소한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그래도 정년은 지킬 수 있다는 안도감은 있습니다.
적은 월급을 받아서 못 먹고 못 입으면서 한 일이라곤
겨우 아이들 교육시키고 싼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게 내 능력이고 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기회는 균등한 것이고 노력하지 않았으니 승진하지 못했고
돈도 벌지 못했다면~~
처음 재산등록을 하던 때
가진것과 채무 등 모든 것을 채워나가다가 욕설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등록할 것이 없었습니다.
집도 없고 차도 없었으며 몇 푼 되지 않는 전세권,
아파트 당첨권이 전부였으니까요.
일찍 승진한 것도 아니었고,
누구에게 뇌물을 줄 능력도 되지 않았습니다.
또 어떤 사람에게서도 밥 한 그릇 얻어 먹을 능력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심을 받고 있다는 자괴감~~
그게 2월이 되면 다시 떠오르고
과연 처음 등록할 때보다 나아진 것이 무엇인지
나라가 잘 살게 되면서 생긴 집, 차
푼푼이 저축해서 생긴 것이 전부인 재산을 또 공개해야합니다.
다른 공무원은 어디까지 재산을 등록하나 보았습니다.
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
대학의 처장,실장
2급 이상의 군무원
6등급 이상의 외무공무원
경찰공무원에 준하는 소방공무원 등이네요.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세월에 배부른 소리라고 일축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도 싫어하셨던 직종에 들어와서 평생을 보내고
이제 정년 몇 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보니 그만큼 고생했으며 난세를 만나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일 뿐
직장이 좋아진 것은 아니며 인식 또한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원할때까지 아직은 더 봉사하고
깨끗해져야겠지요.
그러나 감히 묻습니다.
요즘 경찰관에게 뇌물 줘 보신 분 있나요?
뇌물을 받는 경찰관이 있던가요?
개인적으로 불편한 2월이지만
현직의 몇 년, 그리고 퇴직 후의 몇 년 동안에도
성실하게 재산을 등록할 것입니다.
그러나 불편한 심기는 어쩔 수 없군요.
사진은 춘천 소양강의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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