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수목금 4일간 경북 봉화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계획은 덕풍 계곡 트래킹을 하는것도 큰 계획 2가지중 하나였는데
이번 폭우로 인해 계곡 전체가 유실되어 차량은 물론 아예 외부인 출입금지로 사람조차 못들어가게 폐쇄되었습니다.
끄으응~~~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야영할 장소를 구해야 하니, 전에도 다녀온 낙동정맥 트레일 입구인 석개재에 자리를 핍니다.
큼직한 정자가 몇개있어서 야영하기에 좋긴한데, 해발 천이 넘는 곳이다보니 밤에는 마이~~~춥다는게 단점이죠,
이 동네는 폭우로 인한 유실이 엄청 심하더군요.
길 곳곳이 다 무너져 있고, 지나는 내내 온통 도로 공사중이었습니다.
석개재를 올라가는 길엔 깍아지른 절벽길인데, 차선 하나가 완전히 무너져내려 한차로로만 교행하는곳도 많았습니다.
오른쪽은 해발 천고지의 거의 직벽입니다. 도로가 완전히 무너져 좀 쫄립니다.
일단 석개재에 자리를 피고, 4시간을 운전해 왔으니 야영준비나 해야죠.
날씨도 춥고 바람이 엄청나게 불지만, 산속인지라 불을 피울수도 없고 해서
미리 준비해간 등유난로로 간신이 개겨봅니다.
아직은 초저녁이라 조그만 난로 하나로도 꽤 버틸만 합니다.
오늘길에 천안에서 썰어온 광어회에 와인한잔 곁들이며, 점점 추워지는 날씨를 실감합니다.
새벽에는 온도 찍어보니 3~4도를 왔다갔다 하는걸 보니 역시 곧 겨울은 잊지않고 다시 찾아올듯합니다.
추울땐 역시 독주가 제격!!!
밤이 되니 주위에 불빛도 없고 시커멓습니다.
구름이 많아 은하수를 보지 못한것도 아쉽고...문제는....
다음날 아침 9시부터 비가 오더니 그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비가왔습니다.
원래 낙동정맥 코스를 자전거로 타기로 했는데, 비가 계속 오니 빼박입니다.
그냥 노숙자 컨셉으로 하루 더 개기는 수밖에요.
바람이 불고 비도오니 너무 추워 타프로 정자를 빙둘러 바람을 막고 무작정 버티기 모드로 들어갑니다.
추울땐 고기좀 먹어줘야 합니다. 안그럼 병걸려요~~
가지고온 등유난로를 응용해 목살 열심히 궈먹는걸로다가
설마 이게 잘 구어지겠어? 했는데 의외로 잘 구어지네요. 기름 4천원어치 넣으면 2일을 사용하니 가성비도 좋고.
노숙자들은 잘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얼어죽지 않아요.
무조건 먹고 버티기 모드입니다.
다음날은 다행이도 아침부터 화창합니다.
젖은거 다 말리고, 바로 자전거 타야죠.
자전거 타는게 주 목적은 아니고 야영도 할겸, 트레킹도 할겸 겸사겸사의 다목적 여행이므로
낙동정맥 구간을 타고 승부역까지 왕복하는 걸로 정하고 출발합니다.
석개재에서 석포까지는 15분만 업힐하면 30분은 계속 임도 다운힐입니다.
너무 추워 다운힐하면서 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해서 자존심이 상하네요.
다운힐때는 브레이크 안잡는게 멋인디 ㅋㅋㅋ
날씨 좋고~~~~코스 좋고~~~
여기서부터 30분 넘게 계속 다운힐만 주구장창 해대야 하는...오랜만의 임도라이딩이 추억돋습니다.
승부역 도착!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는데, 올해 자전거를 너무 안탄데다가.
안그래도 무릎통증때문에 계속 힘들었는데 무리했나봅니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힘들어도 돌아갈 수 있을 정도는 되지만
무릎을 핑계로 무궁화 열차를 타고 석포역으로 기차역 1정거장을 워프하는것으로 결정.
캬캬캬캬 1정거장 무궁화호를 타고 타임워프 합니다.
대학시절이후 무궁화호 처음 타보는것 같습니다.
사실 기차타는 맛좀 보고싶어 더더욱 무릎이 아파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긴 했습니다.
무궁화호에는 2~3호차 사이에 카페칸이 있어 자전거 보관도 용이하고요.
다음번에는 아예 무궁화호로 동해바다까지 가서 자전거도 타고 기차로 돌아오는 감성 투어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석포역에서 석개제까지는 당연히 ㅎㅎㅎ 해발 천미터를 로드업힐해야 합니다.
이때는 정말 무릎이 많이 아파지더군요.
석개재에 오르니 삭신이 쑤십니다.
차에 자전거 싣고, 산을 내려와 계곡가에서 화목난로에 야영준비를 완료하고
역시 아무리 추워도 인간은 불만 피우면 살수 있습니다.
아 이글거리는 화염의 온기여.....나를 살리소서~~~
다음날 개운하게 일어나서, 그냥 돌아가기 서운하여 삼척쪽으로 넘어가 임원항에서
회 한그릇 아주 맛있게 먹고, 함백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상 함백산 정상은 못가고, 만항재에만 잠깐 들렀네요.
집에오니 삭신이 쑤십니다 ㅎㅎ
그래도 일하느라 피곤한거보다 노느라 피곤한거는 다 스스로 용서해주게 되죠.
이 가을 단풍 제대로 들면 기차에 자전거 싣고 강원도 다시 가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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