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폭설만 내렸다하면,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 를 떠올리며
무조건 폭설 속으로 뛰어들어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성격 덕분에 눈구경 잘 하고 왔습니다.
이번 폭설로 고립된 사람들이 많던데, 특히 고속도로에 고립되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저는 폭설올때 절대 고속도로를 타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폭설이 내린 다음날이라 어느정도 제설이 되어 있으니 늦게 일어나 급한 마음에 고속도로를 타고 시원하게 달려갔네요.
남양주까지는 눈이 별로 없지만, 양양 고속도로 앞으로 펼쳐진 저 눈덮힌 산이 설레이게 만들기 시작합니다.
오~~ 터널 하나 지날때마다 눈이 점점 많아지는군요.
동영상으로 감상해보셔유~~~~~
양양도착!
정말 오랜만에 동해바다를 봤습니다.
일부러 찍은건 아닌데, 바닷가에 왠 처자가 찍혔습니다.
타이밍이 그럴뿐이니 오해는 마십셔~~
겨울 바다의 낭만은 그만큼의 바람과 추위를 버텨야한다는 아쉬움이 있는데, 추운것도 겨울바다의 맛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 처자가 왠지 내가 아는 사람 같고, 막 그런 느낌이 드는건.......
독거노인의 무한한 상상력일뿐 ㅜㅜ
왈바 멤버 2인과 조우하고 다음날 여기저기 지지기 시작합니다.
어딜가야 눈구경을 제대로 해볼까? 하니 뭐 바로 떠오르는 곳이 설피마을 입니다.
워낙 눈이 많이 오는 동네인지라, 5월에도 폭설이 오곤 하는 곳이죠.
고고씽~~~
점봉산 터널을 지나다보니 역시 눈이 급격히 많아집니다.
아 설레여라~~~
사실 제설이 안되어 있어야 정말 재밌을텐데...그건 저의 이기심일뿐이고
모두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고생하시는 제설차 기사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설피마을에 외지인들이 엄청 들어왔고, 온갖 펜션들이 우후죽순 들어와 땅값도 엄청 올랐다죠?
꽤 주민이 많은 편이지만, 외진 마을인데다가 겨울에는 서울에서 거주하는 주민들도 많다보니
제설은 아무래도 덜 하는 편입니다.
집집마다 포크레인 1대씩 있는집이 많으니 알아서 자기집은 셀프제설을 해야하는 동네인데.
20년전에 비해 평당 땅가격이 3~40배나 올랐으니 .....이런곳에 살아보기는....이번 생은 글렀다는...
15년 전인가? 마지막으로 가본게 10년도 더 된듯한데 너무 반가워서 한컷 찍어봅니다.
폐교였던 진동분교가 완전 새단장을 하고 엄청 좋아졌더라구요.
마을에 아이들이 세쌍둥이네와 몇명밖에 없어 졸업후 폐교각이었는데,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학교도 활성화되는군요.
본격적으로 설피마을에 진입하니 제설상태가 아주 맘에 듭니다.
이정도는 되야 눈 구경했다고 할 수 있지!!! 암 그렇고 말고!! 하면서
차 한대 밖에 못지나가는 길이라 다른 차량과 만나면 아주 애매합니다.
아~~이런길 참좋아~~~~
아흐~~좋아~~~
곰배령 입구까지 딱 다녀왔습니다.
어차피 휴식년제로 출입금지이므로 스패츠를 끼고 가고 싶어도 더 이상 진입하면 안됩니다.
자연의 작품도 구경하고
눈도 신나게 밟아보고요~~~
다음날 귀가길은 그래도 조금 아쉬워 한계령으로 올라갑니다.
얼마만의 한계령 방문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다시한번 먼 경치를 바라보면서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마음속으로 외워 봅니다.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었으면.
.
.
.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후략.
한계령 휴게소에서 바라본 경치 다들 감상하시죠!!!
인제로 넘어가는길이 밋밋하니, 예전에 자주 다녔던 필례약수길로 가기로 합니다.
휴게소 에서 500미터쯤 아랫쪽에 진동계곡,필례약수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마을 주민 외에는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눈이 많지 않을까? 하여 진행합니다.
입구부터 난관이군요. 눈이 많이 쌓여있어 그냥 막 쳐박아서 뚫고 가려고 진행하다가 차가 도는 바람에 잠시 갇혔습니다.
한 두번만 더 때려박으면 통과될것 같은데, 차가 휙 돌아 앞뒤로 공간이 없네요 ㅜㅜ
간이 체인이라도 시도해보라는 말에 해보긴 했지만.
저건 간이 체인이라서리, 결국 2차 시도 실패!!
역시 이런 이벤트가 있어야 재미가 배가 됩니다 ㅎㅎ
때마침 내려오던 동네 주민의 초강력 4륜 포터가 달려오며 때려박으며 통과를 시도합니다. 내리막 길이니 아무래도 차무게로 때려박다 보면
관통이 쉬울듯 해보였는데.....
결국 포터도 고립되었습니다. 아 포터가 아니라 봉고인가요?
암튼 저 아저씨 몇번 시도하다 포기하고 삽질 시작입니다.
결국 통과했고, 제 차는 산행님 차로 살포시 땡겨서리 통과했습니다.
필례약수길은 역시 멋있습니다.
아주 아기자기한 계곡에 차가 잘 안다녀 드라이브하기 아주아주 좋은 코스이죠.
생각보다 눈이 없어 아쉽긴 했지만 뭐 드라이브 잘했습니다.
재택근무에 쪄들어 한동안 잘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간만에 콧바람 잔뜩 쐬었네요.
집에 돌아와 세차는 무슨 세차!!!
그냥 비오면 동네 한바퀴 돌아야지 하고 주차합니다.
아 드러워라....
뭐 사실 저는 괜찮은데, 주차장을 함께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폐차한줄 알듯하네요.
앞은 깨끗한 편인데 뒤는 정말 더럽네요.
그래도 타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조만간 자동세차 한번 하긴 해야할듯.
눈오면 자주가던 집근처 산이 올해는 산사태로 통제되어 눈구경을 제대로 못해서 아쉬웠는데.
2014년 폭설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갈증을 해소할 만큼 충분히 눈구경 하고 왔습니다.
올해 눈 구경 못하신 분들은 사진으로나마~~ 만끽하세요~~
아..맛있는 물회를 깜박했군요~ 이것이 진정한 염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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