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봄이 왔습니다.
저도 이제 이 촌구석으로 이사온지 5달쯤 된듯한데, 11월 말쯤 이사와서 날도 추워져서 자전거는 꿈도 못꾸고 코스답사만 준비했죠.
작년 늦가을에 집근처 임도 코스 하나는 답사했고 곧바로 겨울이 와서리
나머지 한구간도 겨우네 얼음 다 녹을떄 기다렸다가 드디어 오늘 1.2 구간 모두 이어서 답사했습니다.
임도는 차로 가나 자전거로 가나 그냥 그렇게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죠.
이건 그냥 답사니까 겸사겸사 차로 가봅니다.
작년 가을과 달리, 낙옆도 별로 없고 얼음도 하나 없이 깔끔한 임도로 바뀌었고, 1코스 2코스를 더하면 하루종일 징하게 임도투어할만큼 괜찮은 코스더군요.
임도는 원래 징하게 타는 맛으로 타는거 아닙니까?
임도 초입이 집에서 5분거리이니 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임도 초입이 집에서 5분거리.
임도 초입이 집에서.....
임도 초입이...
임.....
전형적인 임도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우아하게 임도를 답사합니다.
중간 중간 벤치도 있고, 비석에 온갖 시인들의 싯구를 새겨놓아 우아함을 더해주네요.
작년 11월 첫 답사때는 완전히 낙엽에 덮혀서 길도 안보이고 그냥 낙옆 쌓인거 보고 기어갔던 곳인데 말이죠.
일단 1코스는 산 정상쯤 도착해 사진 한방 찍어주고요.
18년간 나의 발이 되어 우리나라 산하를 함께 했던 나의 여행 친구.
아직 건재합니다.
근데 이렇게 임도가 우아해도 되나 하며 2번쨰 임도코스를 한참 가던중 복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내 인생이 그리 순탄할리가 없는데 어찌 너무 우아하더라......
임도가 거의 끝날무렵 2시간 반정도 임도를 답사하고 이제 거의 95% 내려왔는데.......
이 뭥미????
너 뭥미???? 너가 왜 거깄어???
너가 왜 임도에서 갑자기 나와???
끄으응.....끄응...,.역시 순탄하면 내 인생이 아니지.
트렁크를 열라 뒤져서 견인줄을 찾아보는데........ㅜㅜ
다른차에 옮겨놨습니다. 덴장....견인줄로 당겨서 치울라했는데.
뒤는 급경사 길로 헤어핀으로 이루어진 길이고 다시 돌아갈수도 없습니다.
물론 돌아가기도 싫습니다.
온길 다시 돌아가는거 정말 싫어요.
어쩝니까 타고 넘어야겠죠. 결론은 그것뿐.
아무리 생각해봐도 돌파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 사진에는 일부만 나온 엄청 큰 부러진 나무....내 차보다 몇배는 무거울 나무.
어케든 머리를 써가며 바퀴가 하나 올라갔을때 가해질 벡터값과 스칼라값의 변화를 떠올리며,
한쪽바퀴가 타고 올랐을때 미끄러지며 오른쪽으로 굴러 떨어지면 몇바퀴는 구르겠구나를
ㅋㅋㅋㅋ
열심히 생각하며 한발한발 넘어봅니다.
차고가 꽤 높음에도 쓰러진 나무 각도가 좀 커서 범퍼에 견적이 나올 각인데, 어차피 탈출하려면 각오해야 해서 으드드득하며 긁으며 돌파 감행합니다.
일단 1/3 살짝만 발 올려보고 견적좀 보고.
아...이거 차량 견적 나오면 안되는디.....ㅜㅜ
차 무게가 3톤이나 되니 저 무게로 나무가 부러지거나 껍질쪽이 밀려 우측으로 50센치만 넘어가면 낭떨어지로 고고씽.
다행이 꽤 비볐는데 범퍼와 하체는 멀쩡하네요.
무견적 통과완료.
어케 잘 타고 넘어왔습니다. 휴....
나무를 넘는게 무서운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우측으로 밀리면 차가 굴러떨어지는 구간이라 그게 쫄렸죠.
아...이제 오늘도 이렇게 이벤트를 하나 거치는구나 하고 가는데
뭐야 이벤트 2야? 이번엔 낙석이냣?????
근데 가까이 가보니.
뭐 이정도는 양반이죠.
사실 낙석이야 밟고 넘으면 되죠. 아까처럼 쓰러져있는 껍질 미끄러운 소나무가 더 무섭습니다.
충분히 피해갈 수 있어서 이번 낙석은 그냥 패스입니다.
이벤트 2개 있었음 됬지 설마....앞으론 없겠지 하며....
그동안 몇번 겪었던 임도운전 최악의 이벤트가 앞에 남아있지 않길 바라며 거의 98% 주파 완료시점.....
결국 그분이 오셨습니다. 살면서 겪었던 몇번의 최악의 이벤트....
내 이럴줄 알았다!!!!!
얼마전 화재로 인해 피해가 많았던 울진,삼척 금강송 군락지를 넘을때도 4시간 30분을 임도를 달렸는데 마지막에 차단기가 막혀있었던 기억이
다시 재 소환됩니다.
어쩜 그리 예상대로 이벤트 3 이 찾아오는지....
하지만 이번에도 다행이 자물쇠는 채워져있지 않고 쇠사슬로 묶어만 놨더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이리하여 새로 이사온 집주변 임도코스를 완성하였으니
이제 자전거 타고 출동만 하면 되겠군요.
이번주중에 첫 스타트 끊어봐야 겠습니다.
반나절의 시간여유가 있고, 체력도 키우고 싶고, 나태함을 내 스스로 견딜 수 없을때
바로 그때만큼 임도를 타기 좋은 타이밍이 있겠습니까?
회귀코스 마지막쯤에 병천순대마을을 관통하게되니, 땀흘리고 병천순대 한그릇으로 포화지방 보충해주는
이 아름다운 코스가 완성되었습니다.
오늘 한바퀴 돌아온 코스인데, 꽤 괜찮습니다.
인적 자체가 드문 임도인지라 왠만한 강원도 임도보다 사람의 흔적도 없군요.
이벤트 1,2,3 ~~~니들때문에 더욱 즐거웠다.
우리 만남은 거기까지 4.5.6 은 안만나련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