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았던 여름이 끝나갑니다.
저의 30대와 40대를 함께했던 아들같은 녀석이 떠났습니다.
지난 6주 동안 응급실을 서너번 들락 거리고 이런저런 처치를 해 보고
기도도 해 보고 화도 내 보았지만
이 조그만 녀석은 떠날 준비가 된 것 같더군요. 나는 보낼 준비가 안되었는데.
제일 좋아하던 장난감에도, 제일 잘 먹던 간식에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외국에서 오랜 시간 공부를 하고 일을 했습니다.
어리버리 외국생활 시작하던 시기에 어미를 잃고 굶어죽을 뻔 한 녀석을 거두었고
실망하고 낙담하던 시절, 저의 아주 조금 빛나던 시절, 그보다 훨씬 많은 조용하고 어제와 오늘이 별로 다르지 않은 그런 모든 날들을 함께 했습니다.
그래도 녀석 때문에 즐거웠던 날들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녀석 덕분에 남미친구들도 몇몇 사귀었고
옆집에 살던 다리가 불편한 베트남 참전용사 아저씨도 고기 굽는 날이면 한점씩 나눠주던 아랫집 아저씨도
우리가 만들어 준 한국음식을 좋아하던 그 옆집 할머니도 녀석을 압니다.
저 따라 미국 대륙도 횡단하고 태평양도 건넜습니다.
이제 어디 가지 말고 오래 같이 살자고 했는데 이렇게 떠나네요.
두어달 사이에 제 전기자전거와 올마자전거 무게 차이 만큼이나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떠난 빈자리가 참 크네요.
이별에 적당한 시기란 없는 것 같습니다.
주인 잃은 장난감, 모래, 간식, 녀석의 작은 살림이 집안에 가득하네요.
사실 이런 이야기 모든 분들이 공감하지는 못한다는걸 알기에 글을 올릴까 망설였지만
그래도 지난번 글에 몇몇 분 공감해 주셨기에 저의 악몽같은 여름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올려봅니다.
자전거를 타야 되는데 재미가 없네요.
그래도 지난 주에 두어번 나갔다 왔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자전거도 타고 세상일에 짜증도 내면서 그럭저럭 살게 되겠지요.
저도 언젠가 왈바분들과 자전거 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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