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여름이 끝나가는군요. 오랫만에 글 씁니다.

페달질2022.09.06 21:08조회 수 109댓글 19

  • 3
    • 글자 크기


악몽 같았던 여름이 끝나갑니다.

저의 30대와 40대를 함께했던 아들같은 녀석이 떠났습니다.

지난 6주 동안 응급실을 서너번 들락 거리고 이런저런 처치를 해 보고

기도도 해 보고 화도 내 보았지만

이 조그만 녀석은 떠날 준비가 된 것 같더군요. 나는 보낼 준비가 안되었는데.

제일 좋아하던 장난감에도, 제일 잘 먹던 간식에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외국에서 오랜 시간 공부를 하고 일을 했습니다.

어리버리 외국생활 시작하던 시기에 어미를 잃고 굶어죽을 뻔 한 녀석을 거두었고

실망하고 낙담하던 시절, 저의 아주 조금 빛나던 시절, 그보다 훨씬 많은 조용하고 어제와 오늘이 별로 다르지 않은 그런 모든 날들을 함께 했습니다.

그래도 녀석 때문에 즐거웠던 날들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녀석 덕분에 남미친구들도 몇몇 사귀었고

옆집에 살던 다리가 불편한 베트남 참전용사 아저씨도 고기 굽는 날이면 한점씩 나눠주던 아랫집 아저씨도

우리가 만들어 준 한국음식을 좋아하던 그 옆집 할머니도 녀석을 압니다.

저 따라 미국 대륙도 횡단하고 태평양도 건넜습니다.

이제 어디 가지 말고 오래 같이 살자고 했는데 이렇게 떠나네요.

두어달 사이에 제 전기자전거와 올마자전거 무게 차이 만큼이나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떠난 빈자리가 참 크네요.

이별에 적당한 시기란 없는 것 같습니다.

 

주인 잃은 장난감, 모래, 간식, 녀석의 작은 살림이 집안에 가득하네요.

 

20220906_104151.jpg

 

사실 이런 이야기 모든 분들이 공감하지는 못한다는걸 알기에 글을 올릴까 망설였지만

그래도 지난번 글에 몇몇 분 공감해 주셨기에 저의 악몽같은 여름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올려봅니다.

 

 

자전거를 타야 되는데 재미가 없네요.

그래도 지난 주에 두어번 나갔다 왔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자전거도 타고 세상일에 짜증도 내면서 그럭저럭 살게 되겠지요.

저도 언젠가 왈바분들과 자전거 타고 싶습니다.

 

20220904_171637.jpg

20220904_171627.jpg

 

 



  • 3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9
  • 그 애절한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

     

    전 그래서 강아지 키우고 싶어도 안키우고, 때때로 차타고 천안으로가서 어쩌다 알게된 식당에서 키우는 진돗개들 간식주고 놀다 옵니다.

    5월 5일엔 어린이날 선물로 공장난감 주고 오고 1년넘게 이러고 있네요.

    데려오고 싶은 마음 그득하지만, 늘 아니야~ 하고 마음을 다 잡습니다.

     

    반려동물 죽는거. 사실 가족을 잃는것과 그 고통은 진배 없죠.

    맘고생 많으시겠네요 ㅜㅜ

  • Bikeholic님께
    페달질글쓴이
    2022.9.6 22:39 댓글추천 0비추천 0

    공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연이 닿는 녀석이 있을 지도 모르죠.

  • 오랜 기간 같이 한 생명을 떠나보낸다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저는 두 번 새끼를 받았는데. 그 첫 번 아이들 중 가장 터프했던 녀석이 훈련도 안 된. 문 밖으로 뛰쳐나가서 큰 도로에서(올림픽대교 진입하는 큰 길) 덤프에 치어 내장이 다 드러날만큼 치명상을 입고는 나 살려주세요~ 하며 끼잉~ 거리던 모습이 지금도 안 잊힙니다.

    "그러게 누가 말 안 듣고 뛰쳐나가래?" 화와 슬픔이 한꺼번에...미련 없이 바로 옆 동물병원에서 안락사 시켜서 살던 동네 화단에 묻어줬는데...어미가 산책 나가면 꼭 그쪽으로 가서 킁킁킁~!

    그 어미는 두 번째 새끼들을 낳고는  한꺼번에 입양 보냈습니다.(아이를 갖기 위해)

     

    지금도 강아지 한 마리 키우고는 싶은데 그 때의 그런 기억들이 안 잊혀져서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에혀어~!못 잊겠지만 힘은 내시길...그러면서 사는거죠 뭐~!

     

    캣 러버 mtbiker님도  많이 힘들었을겁니다. 자주 보는 편이지만 아울러 힘 내시고.

  • 십자수님께
    페달질글쓴이
    2022.9.7 22: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잊어지지는 않죠. 같이 거두었던 녀석의 형제도 십수년 전에 떠났고 아직도 많이 생각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위로를 보냅니다.
    작년여름 논두렁에서 조난되었다가 백구가 밤새 지킨 덕에 구조된 할머니가 퇴원하면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지식들보다 백구가 더 보고 싶더라. 꿈도 몇번 꾸었다."

    거의 모든 생명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욕칠정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 탑돌이님께
    페달질글쓴이
    2022.9.7 22:45 댓글추천 0비추천 0

    할머니 말씀이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마음속의 버킷 리스트인데, 책임감에 엄두를 못 냅니다. 상실감에 대한것도 크구요..가족이죠...
    외국에서도 무지개 다리 건넌다고 하더라구요..나증에 하늘나라 가면 이 친구들이 먼저 반긴다는 이야기는 볼때 마다 흐믓합니다.
  • 상민님께
    페달질글쓴이
    2022.9.7 22:46 댓글추천 0비추천 0

    정말 그런게 있어서 다시 만나서 우리와 함께여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싶네요.

  • Screenshot_20220907-212601_Instagram.jpg

    Screenshot_20220907-212601_Instagram.jpg

    힘 내세요. 저도 10년 이상 같이 살던 녀석 5월에 보냈죠 

  • mtbiker님께
    페달질글쓴이
    2022.9.7 22:46 댓글추천 0비추천 0

    이렇게 예쁜 녀석이 뭣 때문에 떠났답니까...

  • 페달질님께

    막판에 신부전증(콩팥병).으로 고생하다 갔죠. 그래도 제 품 안에서 호흡이 멈출 때까지 눈맞춤 했으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옆라인 부부가 이사하며 아파트 화단에 유기. 같은 동네 여대생이 구조해 분양올린걸 제가 입양했죠. 덕현동자, 구조 당시 동물병원에서의 추정 나이가 최소 7살 ~ 많게는 10살. 17 ~ 20살 정도의 묘생을 산것으로 짐작됩니다. 저랑은 십년을 같이 살았죠. 마지막 인사는 충분히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덕현동자가 사람으로 환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치료비 생각 안하고 350 정도 썼네요. 이 녀석 보내고 돈문제로 고민하며 통장들 살펴보다가, 미지급된 암보험 발견 3500만원을 얼결에 보상받았습니다. 덕현동자가 무지개다리 건너면서도 지치료비는 다 벌어주고 갔단 생각이 듭니다. 마통/카드값/담보대출 일부/덕현동자 치료비 350...해결됐네요. 고양이의 보은...제게 해주고 간듯 합니다. 나중에 재혼(?)하게되면 제 아들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mtbiker님께
    페달질글쓴이
    2022.9.8 14:43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들로 태어나면 좋겠다는 말씀이 와 닿습니다.

  • 미국에서 돌아댕기고 좀 살아도 보며 참으로 신기했던것이.

     

    샌프란시스코나 LA 같은 비싼땅에도 공동묘지가 있고, 공동묘지 건너에는 꼭 반려동물 공동묘지가 같이 조성되어 있는곳이 많더군요.

    미국인들의 반려견 사랑처럼 이제 우리나라도 좀 동물로 보기보다 가족으로 보는 시각이 커진게 사실입니다.

     

    저를 엄청 따르던 녀석이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니, 우울증에 걸려 한달내내 뭘 먹지도 않고 잠만 자던 강아지가

    얼마전 집안에서 안락사를 했습니다.

    18년정도를 살았네요.

     

    안락사 전문가가 와서, 정말이지 너무 따뜻하게 가족들 달래주며 처리해주더군요.

    새벽내내 같이 보며, 울음이 나와 펑펑 울다가 눈탱이가 탱탱부어 이틀간 집밖에 못나갈 정도였습니다.

     

    페달질님 마음 잘 다스리시고요.

    역시 마음이 약해질때면 자전거만한게 없습니다.

    조만간 같이 함 타요. 빡신거 말고 우아하게 임도라도 말이죠.

     

  • Bikeholic님께
    페달질글쓴이
    2022.9.7 22:49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직도 한국에서는 그런거 만든다고 하면 머리띠 매고 나와서 소리지를 사람이 더 많을겁니다.

    저도 왈바분들과 자전거 타고 싶은데 다들 수도권에 계시니 언제 가능할지 요원하네요.

  • 페달질님께

    제가 올 가을에 꼭 한번 가겠습니다!!!!

     

  • Bikeholic님께
    페달질글쓴이
    2022.9.7 23:36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는 언제 시간내서 장군산에 한 번 가 보고 싶습니다. 유튭 영상 보니 되게 좋아보이던데요.

  • Bikeholic님께
    저는 수의사가 안락사 권유를 했지만,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하루라도 더 살려고 발악했던 덕현동자를 위해 자연사 할 때까지 간호를 해줬죠. 과정이 고통스럽긴 하나 신의 섭리대로 자연사 할때까지 남아있는 귀현냥자도 돌봐주려구요. : )

    얘는 유통기한 임박한 떨이사료로 돌봐주던 단지내 암컷 길냥이였는데 엘베까지 따라오는 통에 엉겹결에 입양해 키우고 있습니다. 약간의 다운증후군이 있어 울집에 오자마자 새끼 1마리 사산. 화장실에 응가해도 모래를 덮지 않는 살짝 모자란 냥이. 안보이던 눈도 안약 매일 넣어줘서 치료했고 중성화도 시킨 초딩냥이긴 하지만 잘 돌봐드려야죠.
  • mtbiker님께

    ㅎㅎㅎ 모질이 냥이군요... 영구과?? ^^

     

    가끔은... 냥이도 개도... 일부러 사람처럼 억지행동을 하기도 해요....

     

    흠... 뭐가 뒤틀려서 그러는지 개구지게... 행동... 그래도... 언젠가 철들면... 얌전해 지죠.....

     

    근데 이게 인간과 같아서 좋아지려면 이별이..ㅠ.ㅠ.

  • mtbiker님께
    페달질글쓴이
    2022.9.9 21:08 댓글추천 0비추천 0

    rampkiss님 답글을 보니 사진이 있나본데 저만 안보이나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098
188103 李대통령, 올해 ‘꿰매고 싶은 입’ 1위28 바보이반 2009.12.22 1362
188102 李대통령 “물값 싸서 물 낭비 심한 것 같다” (펌)14 mtbiker 2011.03.22 1563
188101 龍顔이 맞나요? (무) 십자수 2004.07.14 379
188100 女難(여난) 2題26 靑竹 2007.11.21 1718
188099 女難(여난) - 310 靑竹 2008.01.18 1392
188098 女福(여복)19 靑竹 2008.02.12 1768
188097 不滅의 帝王 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 날초~ 2004.09.05 639
188096 不 狂 不 及 훈이아빠 2004.09.07 550
188095 힝~~ 빋고는 싶은데/... 시간이 영 안맞네요...ㅠㅠ 십자수 2004.05.08 218
188094 힝.... bbong 2004.08.16 412
188093 힝.. 역시 로드용 타이어로 바꿔 갈걸. ........ 2000.08.15 242
188092 힛트작입니다.... vkmbjs 2005.09.03 326
188091 힙합이나 댄스곡 잘 아시는분 아래 방금 스타킹에 나온 노래 제목이?1 dynan 2007.01.27 889
188090 힙쌕을 사용해 볼려고 합니다23 gcmemory 2006.05.27 1384
188089 힘찬 출발 되시리라 믿습니다. zzart 2002.10.16 241
188088 힘찬 응원을..... kwakids 2004.07.28 308
188087 힘찬 업힐( up-hill)을 !! bullskan 2005.04.02 265
188086 힘줄 늘어나 고생 해 보신분들~ trek4u 2004.07.28 642
188085 힘좀 써주세요... ........ 2001.01.26 260
188084 힘이 많이 드는 나사를 풀 때는 *^^* Kona 2004.10.29 617
첨부 (3)
20220906_104151.jpg
236.3KB / Download 0
20220904_171637.jpg
541.6KB / Download 0
20220904_171627.jpg
214.4KB / Download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