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ㅡ26
분당ㅡ전주 고속버스 3시간여유가 모자라
전주에서 섬진강 시작점 강진행 버스를 놓치고 말았어요.
배알도까지 가려 했는데.
임실까지 점프해서 라이딩 시작합니다.
정류장 근처에서 친구와 둘이 청국장을 먹었는데 집에와 정산할때 보니 1인분 8천원만 청구.
추정 1. 음식 맛있다고 극찬(진심)했더니
주모가 기분 좋아서
2. 라이더의 멋에 반해서..
점심먹고 도로가 싫어서 일부러 농로따라 가다 경로를 점검해 보니 한참 벗어나 버렸네요.
강진까지 20키로를 더가야 하는데다 길까지 헤메다 보니 첫날 곡성숙박 계획은 물거품되고
일모도원이라 해는 저물가 갈길이 멀어 근심하던 차 가을걷이 하는 농부에 길을 물어 순창군 적성면 "금돼지 그린홈센터" 에 투숙하게 됩니다. 마을소득사업으로 운영되는 숙소인데
주방 식당 회의실 족구장 수영장(야외)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온수 난방 좋고 찜찜한 모텔에 비할바 아니었습니다. 강건너가 채계산인데 특이한 암석층이 신기해 다음에 두발로 가보고 싶더군요.
진짜 감동은 인근 식당에서 맛본 음식이었어요.
두틈한 돼지고기 목살은 부드러웠고 단맛이 김도는 소금뿌려 구워먹는 맛이 좋았어요.
김치.
하루에 세번씩 담근다는데 걷저리임에도 김장김치 비주얼에 시원하고 침샘 찌르는 감칠맛일 일품이예요.
무우채.
혀뿌리까지 스며드는 상쾌한 맛.
매운맛 싫어하는 시식자에게 전혀 부담이 없는 딱 그정도의 매운 맛.
오이절임.
죽임. 은근한 젓갈향이 오이 특유의 향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혀 새로운 맛을 연출.
두툼한 가지졸임.
이거 잘못하면 물커덩 죽되어 치아 한개없는 노인들 죽으로 변질되는데, 사각앂히며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음에도 전혀 비리지 않은 맛.
풋고추 밀가루 무침.
실한 청년 물건만 한데 안매워요.
쌉싸름 하고 고소한 맛.
후식으로 추어탕.
흔히 먹는 남원추어탕(전 이거 싫어합니다) 맛이 아니고 꼭 다슬기탕 처럼 야채 듬뿍 넣어 푹 삶아서 나옴. 미꾸라지 냄새가 안나시 잼피 투여할 필요도 없음.
이정도 국에 살살녹는 백반을 투여한다면 귀하는 음식맛을 모름 인증.
밥 한숫갈에 국 한술 씩 구강에서 달게 흐르는 침과 섞어서 먹어줘야 식모와 희생당한 미꾸라지와 땀흘린 농부에 대한 도리.
다음날 아침 그 식당에서 우거지 뼈국을 먹었는데 맛이 너무 강해서 전 건더기만 먹었습니다.
먹성좋은 친구는 투가리 바닦을 봄.
혹 가시거든 추어탕을 드시길..
이렇게 해서 길을 나서는데
남원ㅡ곡성 경계는 수키로 제방공사중이어서 크게 우회해야 합니다.
그 덕에 벌판 한가운데 홀로 우뚝 서 있는 팽나무 거목을 만납니다. 인류가 유사이래 사물신앙을 가지고 있는데 나무든 바위든 크고 오래된 곳에는 영이 느껴집니다.
지천이 대봉감나무 농원입니다.
단풍은 아직 이르지만 감나무가 아쉬움을 보상하고도 남아요.
감파는 아낙내들과 희롱반 흥정반 노닥거리다 참게탕으로 이미 차오른 배에 홍시 추가하고
그 당도에 반해서 무르지 않은 대봉시 한상자씩 집으로 탁송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배알도까지 200리길인데 아쉬움에사성암에 오를까 했는데 그마져 귀가버스 시간에 쫒겨 이도저도 포기해 버렸습니다.
흐르는 맴돌이 물에 섞어있는 모래 자갈에 마모되어 가슴까지 큰 바위를 관통하는 구멍이 나 있더군요.
섬진강이 맑고 아름다운 이유가 하상 대부분이 암반이거나 크고 작은 바위로 덮혀 있어그런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