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생 초기에 즐겨 찾던 곳이라 그런지
불곡산은 고향같은 곳입니다.
오늘 6ㅡ7년 만에 고향엘 갔습니다.
죽전동에서 대지산 정상까지 윈킬, 역시 전기차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초입 계곡은 수해복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더군요.
이를 감내하는 그쪽 사시는 분들 "양반"들 이신 듯요.
숫돌봉 거쳐 능평으로 떨어지는 타잔능선 길.
도중에 롯데캐슬 쪽으로 빠졌는데 주택단지 외곽 울타리에 갖혀 빙빙돌다가 80도는 되는 경사비탈 거꾸로 올라오느라 힘 빠졌어요. 바다에서 죽방렴에 걸린 물고기 신세. 고라니 한녀석도 나처럼 갖혀있다 같은 처지 날보고 반가워하더군요 ㅎ
불곡산 야호능선 입구를 어렵사리 잡아서 오르니 중간부분 능선의 좌는 철망울타리 우는 콘크리트 옹벽이 좁다랗게 도열해 있는데 겨우 핸들바 스치듯 빠져나갈 정도의 폭이네요.
예전에 야 호 하며 내달리던 추억이 새롭게 솟아납니다. 중간 정자에서 준비해간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불곡ㅡ대지산 주 능선에 이르러 우회전 하면 불곡산. 초보들이 타기에 이만한 트레일이 없죠.
점심시간 직후라 등산객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산악오토바이 차단 시설 옆으로 신작로가 훤하게 나있네요. 이건 보행자들의 소행으로 판단됩니다. 걷는데 직접적인 장애가 되지 않아도 불편하고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거죠.
태재고개 초입부는 개발되어 아름드리 밤나무며 나무 계단이 사라져 버렸더군요.
반갑게도 예전에 즐겨 찾던 추어탕집은 그대로네요.
율동공원 주차장 화장실에서 몸을 풀어주고 판교 운중천으로 접어 듭니다. 지루한 길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루트도 개척할 겸 좌측에 보이는 산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수자원공사 가압펌프장 울타리를 따라 오르니 파란 철망울타리가 길을 가로 막네요. 출입문이 잠겨 있지 않아 밀고 들어 갑니다. 말많고 탈 많던 백현동 아파트 단지네요. 옛 식품연구원 자리.
들어가는 문이 있으면 나가는 문도 있을 터.
출구를 찾아 나가니 안양 하오고개로 넘어가는 도로에 봉착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태봉산으로 가볼 요량으로 도로를 가로지르는 생태다리로 접근합니다. 거기까지 입니다. 더 나갈 수가 없어요. 남서울CC 영역인거죠.
포기하지 않고 골프연습장 울타리를 따라 올랏으나 역시 길이 없어 되돌아 옛날 판교ㅡ대장동을 이어주던 도로 고갯길로 올라갑니다.
고개 정상 못미쳐 응달산으로 올라갑니다.
이엑스오 포기하고 여우고개까지 능선길을 달렸습니다. 여러차례 왔던 길이건만 이번에는 역행을 한 거죠. 석운동 지나 말티구리재로 오르다 고개 아래 지인의 아지트에 들러 따끈한 생강나무 차로 몸을 녹힙니다. 퇴직을 앞둔 그는 컨테이너 하우스에 일렉기타 연주실을 만들어 놓고 세월 놀음을 하고 있습니다. 연주와 노래실력이 상당합니다.
이곳에서 나만 아는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니 드디어 홈 스위트 홈!
11시가 훨씬 넘어 나섯는데 5시반 어둑해서 귀가합니다. 혼라의 여유와 낭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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