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낌새로 보아 60평생 가장 춥고 눈도 많은 겨울이 될 듯 합니다.
벌써 여러차례 눈이 온데다 연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에 당장 내일 폭설이 예고되어 있으니.
아파트 생활 걷어 치우고 단독으로 이사한 첫겨울 신고식을 톡톡히 치릅니다.
추위 땜에 눈핑게로 라이딩 못한다면 애호가의 체면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주구장창 실내에 틀어박혀 지내려니 좀이 쑤셔서 날씨가 좀 뜸하면 라이딩을 나갑니다.
스라는 코스 선택이 중요한데 경사가 급하거나 나무뿌리가 많이 노출된 코스는 제외합니다.
오늘은 분당 석운동에서 우담산ㅡ백운호수ㅡ바라재 코스를 돌았습니다.
우담산 정상까지는 2키로 이상 꾸준한 능선길인데 눈길에도 오를만 합니다.
저바이크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라이딩이죠.
과연 이바이크의 저력이 대단합니다.
모터에서 나오는 토르크가 일정하므로 바퀴 슬립도 현저히 적더군요. 게다가 29인치 휠에 2.6인치 타이어는 라이딩 한계를 놀라울 정도로 확장시켜 주네요.
우담산 정상에서 땀을 식히는데 까마귀 떼가 울어댑니다. 눈속에 굶었으니 뭐좀 달라는 간절함이 들리는데 가진 것은 달랑 바나나 한개라 날름 먹어 버리고 껍질만 숲속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귀로에 바라산 휴양림에서 쉬고 있는데 페니키즈가 저를 보더니 놀라서 평상 뒤로 숨어 버립니다. 저만치 앞서가던 주인이 뒤돌아보더니 놈이 안보이자 라이더에게 행방을 묻네요
순간 그의 눈에는 제가 놈을 어떴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비쳤어요. 분명 의심의 눈초리였어요.
라이더가 딴짓을 하며 먼산을 바라보니 그때서야 놈이 쪼르르 주인에게 달려갑니다.
참 민망했어요.
"겁이 많구나. 잘가!"
주인 들으라고 큰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도대체 내 몰골이 어떤가 셀카를 찍어 봤어요.
견공이 놀랄만 하더군요.
오렌지 헬멧에 시커먼 복면, 항공기 창을 연상시키는 같은 스키고글까지....
바라재를 막 넘는데 백운산 쪽에서 부부(로 추정?) 등산객이 내려오는데 그중 여성이 제게 묻습니다.
녀ㅡ길이 있어요?
나ㅡ길요? 어디로 가시는지?
녀ㅡ자전거 길이 있어요?
뒷통수로 들려오는 그녀의 물음은
산에서 그것도 눈속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 대한 놀라움의 표시였어요.
오늘은 강아지와 호기심 많은 여성을 놀라게 했네요. 흑조들을 위해서는 담에 견과 한봉지 뿌려줘야 겠어요.
혼라는 외롭고 쓸쓸하지만 오늘은
미소짓게 하는 일들이 좀 있어서 한결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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