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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프로와 춤을... --------------타기옹님 ( 구.왈바초보님)

반월인더컴2003.04.30 16:28조회 수 6504추천 수 13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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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에서 기초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몇 가지의 경험으로 알고있는 저는

정프로가 자전거 교육을 한다는 <렛츠 레이스>의 공지에 눈이 번쩍
지난 일요일 <바이크크리닉>으로 갔습니다

정프로는 아시아 대회에서 금메달을 두개나 딴 금메달리스트이시더군요

이미 멋진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와 계셨고
엠티비를 다른 분들과 타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 했었죠.

저는 엉성한 반바지와(안에는 인너웨어를 입긴 했지만)..
며칠전 구입한 헬멧을 어색하게 썼습니다

그 분들과 한 조가 되었는데..차림새가 너무 차이 나더군요
그분들께 미안했습니다...--;

페달링등 기초 동작을 교정하기 위해 고수부지로 출발..
난생처음 복장을 제대로 갖춘 분들과 함께 라이딩...^^;

앞장선 정프로는 교차로나 신호 대기 시에
적절한 수신호로 회전방향이나 정지 위치 등을 알려주었습니다

한강고수부지에 진입하여 커브를 돌기 위해
바로 내 앞에서 주행하던 정프로가 좌회전 싸인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미 정프로의 앞바퀴는
좌회전하기엔 늦은 것 같았는데...

순간..정프로의 자전거 뒷바퀴가 번쩍 들리며 마술을 부리듯
좌측으로 꺾은 핸들과 수평의 위치로 덜컥 내려앉으며
직각 좌회전...<재크나이프 턴>인가 봅니다

마치 영화의 자동차 주행장면에서
뒷부분이 스립하며 회전하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으음~
속으로 감탄을 했는데..그건 겨우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잠실에서 반포까지 주행하며 페달링및 기초 동작을
교정해 주던 정프로가 저에게 앞장서서 밟아 보라더군요

열심히 밟았죠...시험치는 학생처럼...^^
어느 정도 거리를 달리는데도 그만 달리라는 말을 안 하더군요
난 힘들어 죽겠는데..

이마에는 땀이 나고 벌써부터 숨이 차는데...
바로 뒤에서 정프로는 같은 속도로 달리며

다른 분의 자세를 살피면서 설명을 하는데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더군요...
그 정도 속도의 주행은 식은 죽 먹기인가 봅니다...--

반포의 매점에서 잠시 음료수 한잔..
이제는 우면산으로 가서 교육을 한답니다.

벌써부터 좀 지친 저는....^^; 걱정이 됩니다
고수부지에서도 버벅거리는데 산엘 오른다니..

같은 팀을 이룬..<엠티비 사랑에서 오신 멋진 신사분>,,,
<다이내믹한 파워의 미남 총각>에게 누를 끼칠까 걱정됩니다

가지 않으려고 하는 저를 격려해 주시더군요
언젠가는 오를 산인데 올라 보시죠..하구요
게다가 결정 적으로 힘을 주는 한마디..<바로 이 앞이예요>

반포로 빠져 나와..사당으로..그런데 바로 앞에 있다는 산이 안보입니다

<남태령을 넘나요?>
<예>
<....>
그 순간..잘못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이크크리닉에서 잠실 선착장으로..반포로 사당으로
이미 평소의 내 페이스를 오버하는 주행거리입니다..^^;
더구나 남태령을 넘었다가..돌아 갈 생각을 하니 아찔합니다~

남태령 고개를 가볍게 넘는 팀원들... 뒤로
헉헉대며 중간쯤 오르던 저는 결국 내려서 끌고 갑니다

한 달에 두시간도 채 운동을 하지 않던
왈바초보의 근육이 주인의 자존심을 망가뜨려 놓습니다

그러나..남태령 꼭대기에서 내리 꽂는 다운힐...신나더군요
얼굴을 때리며 달려드는 맞바람...눈 옆으로 스쳐 지나는 풍경

노 브레이킹으로 달리며 본 속도계는
35키로..38....42....46...거의 50...
그런데 옆으로 휘익 내닫는 자전거 한대..정프로입니다

급경사의 내리닫이를 힘차게 페달링하며 달리는 모습
저 정도의 속도라면 순간 가속 70 키로 가까운 것 같습니다

드디어 남태령을 내려와 좌회전..무슨 부대앞..
우면산의 업힐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나는 고민입니다

<엠티비사랑 신사>와 <미남총각>도 모처럼 시간 내서 왔을텐데
나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될 것 같아서입니다

그러나 두분은..오히려 격려를 해 주시더군요
천천히 갈테니 따라 오라구요..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그 덕분에 참 좋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타다 끌다...정상 가까이 왔을 때 먼저 도착한 일행이
기다려 주었고..그 옆에는 가수 김창완씨도 와 있더군요

<김세환씨도 엠티비 타시죠?>말을 건네자
김창완씨는 <태두시지요> 하고 대답합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업힐을 하려는데
올라가려는 언덕을 보니 내 눈에는 거의 45도 가까이 보입니다
<저길 올라 간다구요? >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줄 알았더니 타고 오른답니다...--

도움닫기를 위해 잠시 뒤로 물러섰던 엠티비사랑 신사분이 선두 출격..
30미터 정도의 거리로 보이는 업힐을 채고 올라갑니다
뒤 이어 미남총각 출발..성공..내 차례입니다

뒤로 잠시 물렀다가 출발...힘차게 페달링..
그러나..몇 미터도 못 올라 옆으로 몸이 기웁니다

내 뒤를 곧 바로 뒤따르던 정프로가 충돌하려는 순간
내가 쓰러지고 있는 그 좁은 공간 사이로
정프로는 능숙한 핸들링으로 빠져올라갔으나
이미 가파른 업힐의 중간에서 가속력을 잃었습니다

쓰러지는 정프로의 모습을 떠 올렸으나
핸들을 몸체로 힘껏 잡아당기는 정프로...

앞바퀴가 들릴정도로 차체를 끌어 당기며
자전거의 전 체중이 실린 뒷바퀴가 흙자갈을 후벼팝니다

곧 이어 땅에 내려 앉은 앞바퀴와 함께 정프로의 두 자전거바퀴는
장갑차의 카터필라처럼 땅을 움켜쥐고 업힐을 차고 오릅니다

반쯤 쓰러져 그 모습을 올려 보던 내 눈에
정프로의 모습은 춤추는 <한 마리의 새>였습니다

정상에 다다른 우리 앞에 <지옥의 다운힐>이라 불리우는
난 코스가 놓여있었습니다(다른 사이트에 그렇게 써있더군요)

가파르고 좁은 숲길 사이로 나무가 길 가운데 있고...
너무 깊게 파여 나간 뻘건 황토흙을 막으려고 중간에
세멘트로 덮어놓았으나 그나마 파여 나갈 정도의 급경사였습니다

가운데 서 있는 나무뿌리 밑으로는 폭우시 급류로 인해 파인듯한
50센티이상의 높이의 웅덩이가 깊이 파여 있고
골이 깊게 갈라진 황토길에는 자갈들이 무섭게 박혀있었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내려 간다고 해도 자체의 경사가 너무 심해
주루룩 밀릴 정도의 경사입니다

그 경사를 내려다 보니 속으로 저절로 중얼거려지더군요
<미친놈들.....>...^^;
그 미친 사람들 곁에 내가 끼어 있었습니다
엠티비는 왜 시작했을까...

그 경사를...내려가더군요...
끌고 가는 것이 아니고 자전거를 타고 말입니다..
나는요?...물론 ...벌벌 기며 끌고 내려갔습니다

지옥의 다운힐을 지나자 감미로운 임도가 펼쳐졌습니다
<엔야>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음악속으로 빠진 듯
그렇게 황홀한 숲길의 주행..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잎새들의 속삭임
나뭇잎사이로 반짝이는 햇살들..입가에 느껴지는 짭짤한 소금끼...

도시의 매연에 찌들렸던 온 몸의 세포가
화들짝 잠을 깨어 기지개를 켭니다

부랄밑에 쪼구라 들었던 원시의 야성이 간질 간질 잠을 깹니다

핸들을 움켜 쥔 손아귀는
낭떠러지에서 매달린 조난자의 그것처럼 간절한 염원을 움켜쥐고

페달을 밟는 발꿈치에는 태초의 대지를 달리던
원시의 질주본능이 느껴집니다

임도의 끝에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약수터가 우릴 반겼습니다
그렇게 한모금의 약수로 입을 행구며
왈바초보의 첫 자전거 교육은 끝을 맺었습니다

교육의 끝 부분에서 정프로는 다시 한번 좁은 길에서
자전거 전체의 방향을 돌리는 호핑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정프로의 몸은 마치 자전거의 한 부분인 것 같더군요
그의 몸이 프레임의 일부인 것 같았습니다

버벅거리는 초보를 끝까지 돌봐 준 정프로님
친절하고 자상하게 도와 주신 엠티비사랑님
싫은 기색하나 없이 격려해 주신 미남청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감사합니다

저처럼 이제 자전거를 시작하시는분들은
망설이지 마시고 정형래 프로의 교육에 참가해 보세요
<정프로와 춤을>...^^

도시의 이면에 몰래 숨어있던
또 하나의 세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시의 질서에 길들여져..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겨드랑이에서 퇴화되고있는 이카루스의 날개를 펼쳐 보세요
하늘을 날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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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아고, 나도 다시 시작해야지. 꼭 한달전의 내모습같아요 지금도 왕초보지만 처음 우면산에 잔차타고가서 탄것보다 끌고 내려왔던 기억 하지만 뭔가 해봤던 기억
  • 타기옹님 글을 읽으니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
    그런 글이네요. ^^
  • 멋진 문구 소박한 필체가 정말 잔차를 타게된게 잘햇다는 자부심이 생기네요~~~이 기회에 소설도 쓰시면 어떨까요~~~
  • 2004.6.15 16:12 댓글추천 0비추천 0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립니다.
  • 아! 이제 막 시작하는 저로써는 님의 글만 봐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가 아려오네요
    ^.^
  • 여기서 타기옹님의 글을 보게 될줄야~ 전에 플라이낚시 다닐적에 자주 뵙던... jp입니다. 기억하실까요? 벌써 몇년이 됬죠... 산악자전거 타신다고 하실무렵에 뵙고 못뵜으니까요^^
    저도 지금은 낚시안하고 몇개월전부터 자전거를 탑니다. 몸이 많이 불어서 적당한 운동을 찾다가... 지금은 한 주만 걸러도 근질거려 죽겠습니다. 언제 이글을 보시게 된다면... 쪽지한번 주세요^^ 같이 롸딩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참~! 얼마전에 은누님은 우연히 한번 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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