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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줌마의 30대때 강원도 돌아다닌 이야기 -어떤 아줌마-

바이크리2003.09.29 14:53조회 수 11061추천 수 13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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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0대 아줌마의 30대때 강원도 돌아다닌 이야기
작성자: 어떤 아줌마
작성일자: 2002년 10월 27일
게시번호: 6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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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친구에게 여의도에서 자전거를 가르친 후 가을이 되자 친구는 사부님을 모시구 실력 평가를 받고 싶은지 바쁜 나를 졸라 강릉엘 가자구 했다.

자전거는 고속버스 짐칸에 넣고 친구와 난 10월의 청명한 가을날 여행을 떠났다.

강릉에 도착해서는 삽달령을 넘어 정선으로 가기로 하고 시내에서 자전거를 한 번 점검한 후 계속 밟았다.

우리의 자전거는 철사이클이고 밤을 대비해 해드랜턴을 준비했다.

배낭엔 비상식량과 플륫까지 넣고 짐받이가 없어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탔다.

요즘 산사태가 난 왕산리를 거쳐 산길을 구비구비 오르는데 가끔 쉴때면 친구는 작은 성경책과 노트를 꺼내 혼자서 뭔가를 열심히 쓰면서 중얼거리는게 좀 기분이 안좋았다.  

난 쉴때마다 먹는 스타일이고 또한 둘이 이야길 하고 싶었기때문이다.

할 수 없이 난 가지고 간 플룻을 불고 친구는 중얼중얼.....

폐활량이 늘어났는지 실험한다고 플륫을 꺼내 불어보았지만  암튼 좀 외로왔다.

점점 해는 뉘엿뉘엿 지는데 가는길에 민가는 거의 보이지않고 잠잘곳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친구는 아예 "우리 밤새 달리자"하는게 아닌가?

(친구는 늦게 배운 도둑질 날새는 줄 모른다구 아주 미쳐가고 있는 중이었다)

난 감기도 걸린 상태이고 이런 산길에서 갑자기 차가 치고 도망이라도 가면 어떨까하는 걱정에  민가만 보이면 "우리 저기서 재워달라고 해보자" 했지만 친구는 무조건 더가자고 박박 우겼다.

겨우 삽달령 정상에 서니 달도 없이 깜깜한 밤인데 뭔가 희끄므레 보이는게 있어 더듬어가보니 상여를 놓아두는 상여집이었다.

그순간 난 무조건 처음 만나는 집에 들어가자고 하고 막 달렸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불빛만 보이면 문앞에서 주인을 찾았지만 그동네 사람들이 거의 집에 없었던 것 같았다.

결국 임계 가까이 오니 작은 마을이 있어 가겟집에서 저녁을 먹고 잠자리를 구했다.

둘이 잘려고 누웠는데 친구는 내일 새벽에 떠나자고 또 시작을 했다.

난 아침엔 산골이라 안개도 자욱하고 추운데  안개가 걷히면 떠나자고 하다가 마침내 둘이 토라져 우리 각자 하고 싶은대로 하자로 결론이 나고 말았다.

아침이 되니 친구는 부시럭거리며 떠나고 말았다.

난 실컷 자고 일어나서 상쾌한 햇살이 퍼질때 쯤 자건거에 올랐다.

가는길에 작은 성당 공소가 보여 들어가 미사도 드렸다.

공소에서 미사드리는건 처음 이었는데 할머니 한분이 회장님께 헌금땜에 마구 혼나시는데 할머니는 죄인처럼 고개를 떨구고 야단을 맏고 계시는 모습이 좀 우습게 느껴졌다.

아리랑의 고장인 여량까지의 길은 정말 멋있었다. 게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내리막에서는 날개달린 새가 된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도 거의없이 따쓰한 햇빛 아래 난 선채로 페달을 밟고 날았다.

아우라지에 도착해선 사공아저씨와 함께 배를 타고 왔다갔다 하다가 정선까지 안가고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돌아왔다.

강릉 공군 휴양소에 자전거를 맡기고 다음날 서울로 돌아왔는데 그후 한6개월간 친구와는 연락을 끊었었다.

나중에 친구는 혼자 달리면서 악착같이 정선까지 갔는데 그후 한달간 아팠었다고 했다.

지금은 반대편에 살고 있는 친구가 몇년전 전화로 또 날 꼬시기시작했다....우리 안데스에서  산맥을 바라보며 자전거타자 얼마나 멋있는데.....그말 한마디에 난 거의 40시간 배행기를 타고 날아갔었는데 친구는 자전거도 없었다.

하지만 난 안데스 산맥으로 놀러가는 중 자전거로 오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바꿔 타자고 했다.

그들은 친절하게도 우리에게 자전거를 빌려주어 해발 2500M에서 타보았다....

만일 그때 자전거를 못타고 돌아왔으면 친구에게 사기당했다고 지금도 생각할 텐데.

그후에도 우린 여러번 자전거여행을 했다.



****************************그 당시 리플**********************

고양이 ::: 참 재밌는 친구 사이군요  

구바 ::: 멋진 친구이면서 조금은 엉뚱한 친구사이네요...앞으로도 계속 멋진 우정을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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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2003.12.9 01:13 댓글추천 0비추천 0
    자랑아냐
  • 2004.5.30 23:24 댓글추천 0비추천 0
    등록 안해도 남겨질런지 모르겠네요... 일단 연습입니다..^ ^;;
  • 2004.5.30 23:44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하 이름하고 비번치니 남겨지는군요...
    이글 읽고 넘 반가웠습니다.
    왕산이니 임계니 여량이니 하는곳이...^ ^;;;

    산사태가 난 왕산이라면... 음... 몇년 되었네요... 작년 여름에도 큰비에
    애써 복구한 도로들이 다시 유실되었었지요.

    님이 가셨던 길... 음... 아주 익숙한 길이랍니다.
    지금부터 10여년이 더 되었군요. 제가 그길따라 자전거 여행을 한것이...
    물론 그길을 처음 다닌것은... 30년은 되지 않았을까나!!??? ^ ^;;;
    3년 전쯤 친구랑 같이 강릉에서 출발해서 삽당령을 넘어 고단을 거쳐 임계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고 여량에서 봉정이란 곳으로 들어가 수영하고 점심으로 간단히 라면 끓여먹고...
    다시 임계를 거쳐 삽당령을 넘지 않고 고단으로 해서 왕산으로 접어들었었지요.
    왕산에 사는 친구 집에 잠깐 들렸다가 성산에서 저녁으로 백숙을 먹고 강릉 시내로...
    저는 친구랑 수다 떨고 같이 노래도 부르고 그랬는데...ㅋㅋㅋ ^ ^;;;

    사실 임계가 제 고향이랍니다. 님이 말씀하시는 성당에서 잠시 유치원 생활을 했었구요.
    초등학교때부터 쭈욱 강릉에서 다녔었지요. 지금은 다른곳에서 생활하지만 말에요...*^ ^*

    님이 묵으셨다는 가게가 아마 고단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 막국수 시원하게 뽑아내는 곳이 있지요. 그리고 삽당령 넘어 있는 상여집... 주변엔 낙엽송들이 시원스레 뻗어있지요.
    그곳에서 고단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 풍경도 좋지요.
    아아 가고싶네요...
  • 예쁘게 잘 쓰신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계속 좋은글 써주세요...^^*
  • 2004.8.19 17:00 댓글추천 0비추천 0
    도전은 계속된다.
  • 몇년전 저도 겨울에 그곳에 학생들을 대리고 넘은 적이 있습니다. 에피소드가 한둘이 아니지요 오늘도 고민입니다.
    정동진에서 출발할까 왕산으로 갈까 고민입니다. 백복령에핀 구절초도 생각납니다. 아뭏튼 글 잘읽었습니다.
  •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읽는 내내 주인공과 친구분이 여자일껏 같다는 생각이 드ㄴ는군요.
  • 아..이런..그당시에 30대의 아줌마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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